Search Results for '살다 살리다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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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1 커피 투어 / Coffee Tour in Seoul 4
  2. 2010.04.07 흐믓 아저씨
  3. 2010.04.05 밥 그리고...
  4. 2010.03.26 참을 수 밖에 없는 젊음의 가벼움 4
  5. 2010.03.24 뚜렷한 개성
  6. 2010.03.23 커피 공부, 첫 날
  7. 2010.03.23 주인공으로 살기 2
  8. 2010.03.21 장사는 진심이다.
  9. 2010.03.11 잘 사는 인생, 김예슬 1
  10. 2010.03.09 파스타, 마지막 날 3
  11. 2010.03.08 거상 김만덕과 사랑이 꽃피는 나무 6
  12. 2010.03.04 대추 식빵
  13. 2010.02.25 행복한 스케이터 연아 1
  14. 2010.02.19 paradigm shift at work
  15. 2010.02.03 카메라
  16. 2010.02.03 파스타
  17. 2010.02.01 일상의 힘
  18. 2010.01.31 일요일
  19. 2009.10.14 서울과 파리
  20. 2009.09.03 지하철 토크

커피 투어 / Coffee Tour in Seoul

Posted 2010. 4. 21. 14:30
커피교실에서 커피투어를 떠났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공부시간외에 다른 날을 하루 정해서...

낙성대 쪽 길상사에서 스님들이 운영하시는 카페, 대학로 학림다방 등 몇 가지 코스가 있었는데 우리 저녁반이 선택한 곳은 가회동/계동이었다. 삼청동길과 헌재가 있는 길은 여러번 지나다녔지만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왼쪽으로 꺽어져 들어가는 현대사옥 옆 길을 쭉 올라가기는 처음이었다.


길바닥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잘 닦여 있었으나 기분 좋은 훈훈한 동네였다. 엄마의 외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가회동에서 태어나셨다고 한다. 그 독립운동가 아버지는 비운의 삶으로 돌아가셨지만 그 아들은 나름 편하게 사셨다는데, 내가 어렸을 때 지켜본 그 분을 더 알지 못한게 아쉽다. 나라와 시대를 위해 진중했던 분들의 정신이 나에게 까지 이어져 오지 못한 것도 그렇고. 이 길을 걸으며 뚜렷한 한옥촌의 흔적을 체험하면서, 그 할아버지가 태어나 사신 그 집은 어디일까 궁금했다.


이 소아과는 진료중인 병원인가? 사랑과 야망같은 드라마 씬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서울에서 참기 힘든 것 중에 하나가 간판들인데 이 간판은 정보전달과 미적역할을 둘 다 잘 해주고 있다. 오늘날의 컨텍스트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태리 면 사무소 - 동네분위기에 잘 맞춘 컨셉이다. 오래된듯한 느낌을 주나 우리나라에서 오래됐었을 수는 없는 가게일것이기에, 약간 속임수를 쓰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어쨌든 자신의 개성을 지키면서 속해 있는 주변을 저해하지 않는 모습이 므흣하구나.


저녁 7시에 약속장소는 한 카페였다. 그런데 모이고 보니 배가 고파서, 빈속에 커피를 들이 마실 수 없으니 밥을 먼저 먹고 오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데 늦게 오는 사람들 올 때까지 30분 넘게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런... 배는 고프고, 저녁 시간에 카페를 몇 군데 돌지도 못 할텐데, 집에 가려면 또 먼길을 나서야 하는데, 식당으로 우선 옮겨서 늦는 사람들 그리로 오라고 하면 안되나... 나다운 생각으로 마음이 답답해지는데, 지난 주에 조윤정쌤이 나누어 주신 자료집이 떠올라 깨갱 참았다. 여성환경연대에서 만든 현대인을 위한 대안생활 가이드 북 - 느리게 사는 삶, 느리게 사는 즐거움. 커피스트가 여성환경연대의 느리게 살기운동에 6호로 참여했다.



안동손칼국수 집. 저쪽 삼청동 가는길에 있는 북촌칼국수보다 훨씬 더 정겹고 특색있는 곳이었다.


누른 호박전 - 나도 모르게 젓가락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본 사물에서 빗나갔으나 포커스를 맞춰본 적이 거의 없는지라 뿌듯함에 그래도 이 샷을 올린다. (웃을 사람들은 웃으라.) 단호박을 감자전처럼 만든 것이었는데 처음 봤다. 맛이야... 단호박을 재료로 해서 맛없게 하는 일이 더 어려울테니.


메인코스 칼국수. 국물은 사골국물로 뽀얗고 면은 가볍고 정갈했다. 일반적으로 접하는 칼국수와는 사뭇 달랐다. 예전에 유행했던 농심사골라면이었나, 설렁탕면이었나? 그 라면을 연상시켰다. 물론 이 칼국수가 라면 맛 수준이었다는게 아니라, 어렸을 때 외갓집가서 자주 먹던 그 설렁탕면을 회상시켰다. 그 밤에 연탄불에 구워먹었던 고구마도. 의자밟고 올라가서 집에서는 엄마가 못하게 했던 설겆이 했던 할머니 부엌도.


아직 친해지지 않은 분들이었지만, 맛있는 상을 앞에 두고 조윤정쌤의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는 친화력에 도란도란 수다를 떨면서 밥을 다 먹고 나니 여덟시 반이었다. 이미 어둑해 졌고 (위 사진은 저녁 6:50분 경), 더 서두를 필요도 없이 만남의 장소였던 커피한잔으로 옮겼다.








커피한잔은 대학로에서 술집을 하시던 사장님께서 여차여차해서 너무 많이 쌓인 엘피판을 어쩔까 고민하시다가 여차여차해서 엘피판을 쌓아 놓았던 장소가 카페로 진화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좀 웃기기까지한 수준으로 도시의 폭력성에 트라우마를 느끼고 있는 요즘 정겨운 동네 탐방, 모든 것에 손 떼가 묻어있고 자본주의의 공격적인 모습이 없어 기분이 들떴다. 그런데, 이 가게는 개업한지 3년 되었다고 한다. 3년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를 지닌 물건들이 총망라되어 레트로 분위기를 물씬 풍겼지만, 결국엔 내가 느낀 오랜것에 대한 향수와 만족감도 연출된 것에 대한 조작된 반응이었다. 꼭 신랄하게 비판할 필요까지는 못 느끼지만, 그래도 김은 약간 샛고, 그리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야릇한 허무함이 남았다.


커피한잔에서 2차로 집중 수다를 진행한 후 10시를 조금 넘겨 그 골목길을 더 깊숙히 들어가니 카페 무이라는 곳이 나왔다. 여기가 선생님께서 생각하신 두 번째 방문지였는데, 이론, 문을 닫았다. 유동인구가 적어서인지 늦게 까지 운영은 안하나보다. 카페 사장님 부인이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이어서 맛있는 밥도 판다고 한다. 다음 기회에...


그래서 찾아 간 곳이 연두. 여기는 선재미술관 앞 지나가며 여러번 본 것 같다. 별로 인상에 남을 만한 것은 없었다.




사람 만나기가 귀찮은 요즘, 커피를 매개로 낯선 공간을 찾아가 좋은 저녁을 보냈다. 커피공부가 끝나는 6월 이전에, 서울시내 투어를 한 번 더 하고, 강릉 쪽 커피집을 한 번 돌기로 했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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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믓 아저씨

Posted 2010. 4. 7. 00:01

운길산역에서 용산행 전철을 탔을 때 이미 전역에서 승차한 등산객들로 앉을 자리는 없었다. 함께 승차한 친구들과 짝 지어 대화를 나누다가, 회기 역에서 준표, 명진은 내리고, 자리가 하나 생겨 경아가 앉았다. 경아가 자리를 잡자 은주가,

"아이 언니 뭐야 혼자앉고. 나 언니 무릎에 앉을래."

옆자리의 약간 술기가 오르신 아저씨가 포개 앉아 귀여운 실갱이를 벌이는 두 아가씨를 보며 흐믓해 하신다.

"친구는 이래야 하는거야"

아저씨 맞은 쪽에 앉으신 일행으로 보이는 분들, "왕십리에서 내려서 2차를 가자고" 다짐을 받으신다.


은주는 경아의 무릎에 앉아서 나경에게 줄 선물에 메세지를 적는다.

은주가 준비한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에로스 책을 펼쳐 적는다.

"나경이 생일에 은주가  "

옆에 아저씨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볼펜을 잡은 은주의 손에 두시면서 흐믓해 하신다.


"친구들은 이러는거야." 

아저씨가 너무 좋아하신다.  왕십리역이다. 아저씨가 내리신다. 

"안녕히가세요!"

"잘 들 가요"

세 아가씨(?)들의 모습에 흐믓해 하시는 아저씨의 모습에 아가씨들도 흐믓하다. 별거 아닌 모습에 미소 지어주시면서 아가씨들에게 미소를 선사해주셨다.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가신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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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그리고...

Posted 2010. 4. 5. 13:58
밥에 대해서 글도 쓰고 한국의 밥 문화를 어떻게 다양하게 확산 시킬 수 있을까 고민 하면서 (영어권) 해외 푸드블로그, 음식 관련 출판계를 보면 그 컨텐츠의 깊이와 방대함이 정말 놀랍다.  프렌치와 이탈리안, 그리고 이 두 나라 음식을 중심으로 무궁무진하게 짬봉되고 진화되어 다양한 식문화가 발달되었다. 우리나라 음식도 굉장히 좋은데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더러 우리나라 사람들조차도 우리 밥에 대해서 자부심이 없다.  정부가 한국음식의 세계화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 밥에 대한 사랑없이 돈만 써서 사진찍고 여기 저기 무성의 하게 그 사진을 뿌리고 그 사진을 줏어서 볼테면 보라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전략아닌 전략뿐이다. 얼마전에 참석했던  TEDxSeoul "음식의 마음"에서 한국 거주 외국인으로서 한국음식에 대해서 블로그활동을 하고 있는 Jennifer Flinn이 재미있는 발언을 했다.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서열화하는데, 이탈리아 음식을 제일 위에, 그 다음에 일식, 그리고 마지막 아래에 한국 음식을 놓는 다고 한다. 웃을 수 만은 없는 농담이었다. 

뉴욕타임즈의 기자 한 명이 오늘날 가장 다양한 음식문화의 향연을 맛 볼 수 있는 뉴욕시의 레스토랑 변천사에 대한 책을 썼다 -- "Appetite City." 1815년에 프랑스 파리에는 3,000개의 레스토랑이 있었다. 같은 시기에 뉴욕에는 단 한개의 식당도 없었다. 그 때 뉴욕은 한국에서 오늘날 20 - 30년전의 서울 강남이 논밭때기에 그치지 않았다고 회상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1827년에 스위스 출신의 두 형제가 파리의 분위기를 재현하여 Delmonico's라는 카페를 열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뉴욕의 일화는 서울의 먹는 문화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 주었다. 뉴욕에도 원래부터 다양하고 재미있는 식문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무의식 중에 내 안도(?)감에 뭔가 찜찜한것이 있었다. 내 기억이 3월 25일로 돌려져 김훈선생의 강의가 떠올랐다. 그 때 강의가 끝나고 질문시간에 "젊었을 때 김훈선생님께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이있었다. 그 답은 누구가 아니고 "밥"이었다. 김훈 선생의 답변을 다시 듣고 요약해보았다.

"젊었을 때 저에게 영향을 준 것은 사람이 아니고 밥입니다. 내 청춘의 꿈은 밥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기막힌일이죠. 제가 66년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그 때 저는 밥을 못 먹고 있었습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실록을 다 읽어봐도 우리가 밥을 못 먹고 있었습니다. 일부만 먹고 있었죠. 매달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전쟁에 죽고, 이런 기사가 매일 나옵니다. 사람들이 밥을 못 먹고 먹는 사람만 먹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 때도 이랬습니다. 그 때 우리나라 국정 지표가 기아퇴치였습니다. 나라가 굶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밥을 먹는게 꿈이었습니다. 내 많은 친구들의 꿈도 같았습니다. 그것은 매우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한나라, 시대 전체가 밥을 굶고 앉아 있으면 그 시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그 나라를 밥 먹는 나라로 바꿔야겠다는 당연한 꿈을 갖는 것입니다. 그것은 비속한 것이 아닙니다. 아주 건강하고 정당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밥을 먹는 세상, 나라를 만들었죠. 우리나라 역사를 볼 때, 고조선, 백제, 신라, 삼국시대 등 이런 구분도 필요하겠지만, 이 역사를 두 개로 나눈다면 밥을 못 먹는 시대와 밥을 먹는 시대로 가를 수 있습니다. 고조선 때 부터 내가 고등학교 때 까지는 밥을못 먹는 시대고, 내가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 부터가 밥을 먹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밥을 못 먹는 나라를 먹는 나라로 바꾸어 놓은 것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보다 더 위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밥을 먹는 나라로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 세대들은 많은 비리와 죄악과 차별과모순을 저지른 것이죠. 그것이 사회의 구조적인 악이 되서 지금 깔려 있는 것입니다. 구조적인 악의 바탕위에 이 사회의 먹이 피라미드가 서 있는 것이죠. 이 구조적인 악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 세대는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아마 나는, 우리세대는 그걸 해결하지 못하고 그 고통스러운과제를 후배세대들에게 떠 넘기고 물러가는 수 밖에 없겠죠. 이 것이 내 청춘에 가장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밥입니다.

나는 어렸을 때 밥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밥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김훈 선생은 밥을 못 먹어서 밥을 먹자는 꿈을 꾸고 젊음을 보냈다. 역사는 진화한다는 말만 믿고 내 바람을 간직하기가 너무 무모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김훈선생은 역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 역사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 이를 테면 약육강식 (남한산성)이나 인간의 절망과 고뇌(칼의 노래)를 얘기하고자 할 때 역사를 전략적인 도구로 택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무상급식으로 명명된 사안만 봐도 그렇고 밥 문제는 역사의 이해 없이 문제를 풀어가기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 먹고 사는게 힘든가 보다.

그런데 고조선 시대 부터 1970년 대 까지 수 천년 동안 잘 못 먹고 살았던 우리나라에 어떻게 이런 훌륭한 음식이 있는지 모르겠다.  임금님만 진수성찬을 먹고 살아도 그 것이 계속해서 후대손손 전달 가능한 것인가?  궁금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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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김훈
주제: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
2010년 3월 25일 오후 8시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선교기념관

한 두해 전에 친구들과 북클럽을 시작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남한산성> 이었다. 내가 읽은 한국소설이 얼마 안되긴 해도 그 후  좋아하는 소설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김훈"이라고 답하곤 했다. 내용이 너무 우울해서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 때 감동의 여운이 아직도 가슴 찌릿하다. 


오늘 김훈선생의 강의를 라이브로 들었다. 선생의 강의를 듣고 깨달은 것 - 나는 울다가 웃는 것을 정말 좋아하네. 주변의 어떠한 잡음 - 진행병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듯한 진행자의 거슬리는 진행방식 - 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시며 말씀하시는 모습, 중간 중간에 머리를 쓸어 내리시고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시는 소박하고 어리숙한 모습에 나는 또 시끄럽게 웃었지만,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내 마음이 여러번 울컥했다. 


저녁 6시에 양화진에 도착하여 8시에 강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강가에 서서 스치는 생각이었다며 서강대교, 양화대교, 성산대교, 가양대교를 그림으로 그리시고 양화진, 선유도, 밤섬, (그리고 어떤 봉우리 이름은 까먹었다)의 위치를 설명해 주셨다. 원래 양화진 나룻터는 양화진이 아니라 지금의 양평동인 양화진으로 가는 배를 타는 곳이어서 양화진 나룻터였다고 한다. 


내가 인간 김훈의 성품이 일상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는 알 수 없고, 너무 한 인간을 미화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오늘날 부패, 비리, 죄악으로 점철된 한국의 모습은 선생이 30년 전에 기자생활 하실 때 자빠져있던 자리에서 일보의 진전도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자빠져 있다지만,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시골의 마을회관에서 만난 노인들, 영일만에서 경운기 모터를 떼어다 달은 1.5톤 자리 어선의 어부들, 자전거로 태백산맥을 넘어가 우쭐한 마음으로 만난, 태평양을 4년간 헤쳐온 연어 떼를 보며 아,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많아서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드셨단다. 

오늘의 강의를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책 두권의 제목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 화이트헤드의 <과정과 실재>, 그리고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한 중년의 인간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내 젋음이 심히 경박하게 느껴졌다. 가벼운 젋음의 이면에는 실패에 대한 담대함과 충만한 패기가 있겠지만, 30년 조금 더 살고서 인생에서 가시적인 결과에 연연하는 내 모습이 안쓰럽다. 그렇지만, 그래도 내가 아직 젊고, 연륜을 갑자기 쌓을 수는 없으니 이 가벼움을 참을 수 밖에 없겠지. 어쨌든, 곱게 늙고 싶은 나의 원대한 꿈에 현실성을 더 해 준 또 한 분을 만났다.

 
강의 동영상은 여기서
mms://121.78.112.224/yanghwajin/2010/20100325thu.w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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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개성

Posted 2010. 3. 24. 18:05
제목을 돋보이는 개성으로 썼다가 바꿨다.

개성이 뚜렷해도 그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파프리카다. 그냥 먹어도, 구워 먹어도, 볶아 먹어도, 구워서 샌드위치에 넣어서 먹어도 맛있다. 심지어 칼로리도 낮고, 건강에도 좋다.

그리고 오늘은, 아까 낮에 열 받았을 때 아그작 아그작 씹어 먹었다.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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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공부, 첫 날

Posted 2010. 3. 23. 09:15
이대평생교육원에서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어제 첫 시간이었고, 앞으로 장장 17주 동안이나 한다. 선생님은 광화문 커피스트 사장님 조윤정. 공부하는 티 내려고 선생님 강의하시는 사진 좀 찍으려 했더니 거절하셨다. 그냥 양해를 구하지 말고 확 찍어버릴걸...

강의를 들을 때면 강사에 대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편이다. 별로 준비가 안되어 보이거나,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자기 할 말만 하는 강사들, 정말 참을 수 없다. 학교도 아니고, 대부분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공부를 하러 모였는데 성의 없이 강의하는 강사들을 보면 정말 화딱지 난다.

조윤정 선생님은 내가 보통 좋아하는 강사 스타일이 아니다. 강의실에 모인 (다음 주 부터는 실습장에서 한다) 학생들에게 그다지 살갗게 눈을 마주치시지도 않고, 강의를 시작하셨는데 말씀 하시는 스타일이 흐느적거린다. 나는 목소리 우렁차고 재미있는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그래도 한 기관에서만 7년, 그러니까 열 네학기째 같은 강의를 하고 계시는 분이라 일단 신뢰를 저버릴 수 없다. 그리고 강의는 진행된다. 이 선생님의 흐느적거리는 말투에 빨려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10년 가량 커피를 해 오면서 든든하게 쌓아오신 컨텐츠가 많다는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내가 요즘 완전 즐겨 사용하는 부사, "완전"을 완전히 많이 사용하신다. 

내가 찍은 사진을 쏠티님이 뽀샵질 해주셨다. 내가 찍은 사진에 더 애정이 가지만, 이게 더 멋있다.


선생님이 직접 구하신 것들,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구한 것 또는 선물 받으신 여러 가지의 커피 도구를 많이 들고 오셨다. 신기하고 탐나는 것들이 참 많았다. 무궁무진한 커피의 세계이다.

얘는 콧수염난 아저씨를 위한 커피잔이다. 콧수염난 왼손잡이 아저씨.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조교선생님이 커피를 내려 주셨다. 완전 맛이 훌륭했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대학교 1학년 무렵부터 진한 커피를 좋아하게 됐다.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를 마시다가 가끔 드립커피를 마시면 온도도 잘 안 맞고 그 맛에 매력을 별로 못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합정동 당인리 발전소 맞은편에 있는 작고 아담한 크기의 커피발전소에서 드립커피를 한 잔 마셨다. 띠리리~ 드립커피의 맛에 홀딱 빠져버리는 순간이었다. 드립 커피라는 것이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얼핏 보아하니 도구도 다양하고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도 여럿 된다. 내가 얼만큼 깊이 있게 커피를 공부할지 모르겠지만 내 입에 만족 스러운 드립 한 잔 내리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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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으로 살기

Posted 2010. 3. 23. 00:35
거상 김만덕은, 일단 시작했으니 주욱 보기는 본다. 6회에서는 홍이가 커서 놀랍지 않게 제주에서 최고로 인기 높은 기녀가 되었고, 예상했던대로 순응적이지 않은 여성으로 자랐고, 옆에는 그녀의 꼿꼿함을 어떻게 해서든지 꺽어보려는 무리가 있다. 또, 가까이에는 동아가 홍이를 늘 지키고 있고, 홍수 도령도 성인이 되었다. 홍이도 자랐고 홍수도 자라서 이미연도 나오고 한재석도 나온다.  정홍수의 아역을 맡은 도지한을 처음 보고서 너무 쌍커풀이 두껍고 사극에 몰입하기가 어려운 마스크라는 생각을 했는데, 한재석이랑 닮은 모습이 나름 이유있는 캐스팅인가보다했다. 스토리 구성이 엉성해서, 아니면 편집을 잘 못했다는 생각에 절대 몰입은 못하고 있는데 한재석의 연기가 별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좀 더 잘 하면 좋겠다.

이래 저래 궁시렁대다가, 홍이의 대사 한 대목을 곱씹어 보게 된다. 별이 엄니가 전복을 억울하게 뺏기는 것을 보고 정의로운 홍이는 상소를 쓰고, 걸린다. 서문객주와 지저분하게 얽혀있는 제주 현감 최남구가 잔뜩 열받아서 6회의 메인 소재인 홍이의 화초머리 행사를 이틀 뒤로 잡아버린다. 그리고 홍이가 자신의 화초머리를 올려주기로 되어 있는 강유지 (강계만의 서자)와 마주 앉는다.

강유지: 그냥 나랑 하룻밤 논다고 생각하면 안되겠느냐.
홍이: 제 인생인데 제 의지대로 할 수 없다는게 분합니다. 

이런식으로 허다한 여성들이 자기 없는 인생을 살았을 상상을 조금만 해 보아도 깝깝하다. 조선시대에는 여성들 뿐만 아니라 신분이 낮은 계층에 속하거나, 사악한 무리의 뒷 덜미를 잡힌 남성들도 억울한 사정이 많았겠지만서도. 그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의지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테니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내가 나 될 수 없는 인생이 무언가 이건 아닌듯 싶으면서도 그 부조리를 직시하고 사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면서 주체를 상실하고 타자에 기대어 내적 파시즘/지배주의에 길들여져 살아가야만 하는 인생이 아니었을지?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어쨌든 헌법상으로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정의와 자유를 외치지만, 누군가가 직접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고 바람직한 리더가 되어 주길 바라고 있다. 내가 내 인생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을 하는지, 또 사건을 당하지만 않고 만들고 사는지 살펴 보면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정말 이해하고 중요시하는지 되짚어 볼일이다. 자신의 정인을 선택할 수도 없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극히 제한된 인생을 살지만 그래도 홍이는 자신의 인생의 사건을 직접 헤쳐나가는 듯 하다. 그러니까 인생의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21세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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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진심이다.

Posted 2010. 3. 21. 00:07
사극에서 5회가 되도록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그리는 아역이 활약하는 것은 드문일이다. 그만큼 심은경이 연기를 잘 해서인가? 그렇더라도 스토리가 너무 늘어지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서문객주의 차인 김동주 (이달형)를 제외하고는 제주도 파의 연기가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홍이가 묘향의 계략에 꼬여 교방의 행수의 수양딸이 되는 그 장면, 홍이와 동아가 서로에게 미안해 하고 고마워 하면서 본인들의 의지대로 인생을 전혀 살 수 없는 모습에 눈물이 주룩주룩 나기도 했다. 솔직히 눈물을 흘리면서 까지 슬퍼하기엔 살면서 너무나 허다하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 인데, 좀 그랬다.

여튼, 이 드라마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장사에 대해서 할매가 "장사는 진심이다"라고 했던 대목이 되풀이 된다. 할매는 장사는 진심이고, 더 먹으려고 입으려고 돈을 버는 것은 해서는 안될짓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팔되, 그 물건을 내가 더 잘 알아야 하고.... 장사와 진심이라는 단어가 짝을 지어 간다니 인상적이지만 장사가 진심이 되고 아니 될 수 있는 경계를 어떻게 분간할 것인가?

얼마전에 읽은 소상공인에 관한 글에서 매출이 오른다고 해서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매출이 오르면 장사가 잘 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무엇을 갖다가 얼마에 팔고 얼마를 남기는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 총 매출은 높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가는 돈이 많으면 안정적인 비지니스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고민은 쉬이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인데, 이런 저런 고민이 진행되는 가운데  장사에서 진심을 지키며,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 살아 남지 못한다면 간단한 답이 되는 것이고, 그래도 잘 된다면 질문만큼 어려운 답, 혹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홍이와 동아는 제주에 갇히고 너무나 황당하게 그들의 주체적 의지를 말살 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주인공이니까,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겠지. 그 진심의 과정을 지켜보는 나는 아웃사이더로서 답답하고 짜증도 나겠지만, 드라마 인것을 다시 상기하며 재미있게 보자. 진심은 한 영리업체의 상황을 찍어서 보여주는 balance sheet가 아니라, 일정 기간의 쌓임을 나타내주는 income statement 같은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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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인생, 김예슬

Posted 2010. 3. 11. 18:24
아침에 출근준비를 하면서 틀어놓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어머나, 우와"하게 하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한 고려대 학생이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퇴교를 한다고.

(이미지 출처: 경향닷컴)

출근해서 분주한 하루를 보내다 보니 매일 오후에 도착하는 프레시안 뉴스레터에 이 친구에 대한 기사가 떴다. 가슴 뭉클하다. 20대에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는 이 친구가 엄청 커보이고, 그 생명력에 내 기운이 정화된다. 

김예슬을 검색해서 다른 블로그 포스팅과 기사의 댓글들을 보니 (늘, 댓글이 더 재미있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하고, 이날 직장을 그만 두었다는 사람도 있고, 또 그녀가 앞으로 잘 살기를 바라는 글도, 앞으로 힘들겠다는 글도 많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지만, 김예슬의 대좌보 사건을 보면 이 친구는 이미 잘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 같다. 단지 그 모습이 대한민국 대중의 정서에서 반사적으로 좋다고 인정하는 인생이 아닐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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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마지막 날

Posted 2010. 3. 9. 13:38
블로그에 다른 사람들이 쓴 기사나 포스팅을 퍼 오고 싶은데 스크랩하는 기능이 없는가보다. 파스타에 대한 리뷰를 아주 정갈하게 써주신 탁발님의 링크:



오늘 <파스타>의 마지막 날이다. 석달 가량을 설레는 마음으로 흐믓했는데, 섭섭하대이. 그나마 본방을 시청했으니 망정이지 아마도 한꺼번에 봤으면 정신이 몽롱했을 것 같다. 어떠한 반전으로 마무리가 될지... 유경이와 현욱이 같이 이태리에 가는 것인지, 라스페라가 1등은 하는 것인지... 흠...

확실한 건,  전복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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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이 오랫만에 드라마에 나온다 하기에 들여다 보았더니 내용이 쏙 마음에 든다. 파스타가 끝나면 다시 드라마를 멀리 해야겠다고 생각했건만, <거상 김만덕>을 찜했다. 이번 주말에 방송된 1, 2회에는 만덕의 어린시절이 그려진다. 아역배우 심은경이 톡톡히 한 몫을 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나올 때는 아직 드라마가 시작하지 않은듯한 느낌이 든다. 그 가운데 고두심 아줌마께서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어 든든하다고 할까?


할매 (고두심)가 양성소를 운영하는 덕에 귀여운 아이들이 우루루 나온다. 그러다가 반가운 어른이 등장한다 -- 바로 최재성! 초등학생 때 매주 빼놓지 않고 시청했던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 나왔던 배우다. 어린 나이에 이 드라마를 보면서 너무 즐거워 하고, 일주일 동안 기다리기도 했다. 그 때 부터 한 번 꽂힌 드라마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듯. 최재성은 <사랑이 꽃피는 나무>가 끝나고 몇 년 후에 방배동 KFC에서 직접 봤던 적이 있다. 혼자서 치킨을 열심히 드시고 계셨다. (내가 어렸을 때 아저씨였어서 왠지 존칭을 써야만 할 것 같다.) 어린 남자아이가 다가가서 싸인을 요청하니 치킨 바구니를 잠시 옆으로 치우고 싸인을 해주고 나서 다시 열심히 치킨을 드셨다. 혼자 앉아서 치킨을 먹고 있는 모습과, 싸인을 해주는 반응과 다시 열심히 먹는 모습이 모두 "까치"스러운 스타일이었다. 


거상 김만덕의 첫회가 끝나고 나서 최재성 생각을 하다 보니, 아! 이미연의 데뷔작이 <사랑이 꽃피는 나무>였다. 이미연과 손창민이 좋아하려는데 최수종이 이미연에게 홀딱 반해서 굉장히 열심히 좋아했다. 그 때 이미연은 가난한 소녀가장이었는데,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최수종하고 잘 만나다가 최수종이 의대 국가고시를 치르고 난 다음에 헤어지자고 했다. 자신은 선택받는 여자가 아니라 선택하는 위치에 있고 싶다는.... 그런 대사였던 듯. 그리고 안정훈도 굉장히 훈남으로 나왔던 것 같다. 그가 좋아했던 여자로 (지금은 뽀글뽀글 아줌마로 나오지만) 풋풋한 김혜선이 나왔다. 고정역할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김혜선이 맞는것 같다. 집안의 어른은 김창숙과 송재호 였다. 최재성은 김창숙 아줌마의 동생, 의대생들의 삼촌벌. 최재성이 좋아했던 여자로 최수지가 나왔고.

검색을 해보니 이 사진이 나왔다. 두 딸로 이상아와 김민희가 나왔었지... 이상아가 손창민 좋아했었고.


20년이 넘은 드라마 내용을 줄줄이 기억해내고 있으니 내 메모리에는 더 이상 새로운 정보가 들어가지 않는다. 어렸을 때 저장된 전화번호, 생일을 아직도 생생한데 크면서 (나이 들면서) 습득한 정보는 늘 가물가물 하다.

몇 년 전에 주몽을 시청하면서 매 회는 아니었어도 시청후감을 일기장에 적곤 했는데, 김만덕도 왠지 후기 쓰고 싶게 만들 것 같다. 주위에서 <추노>를 봐야한다는 압박이 들어오고 있지만, 추노는 추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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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식빵

Posted 2010. 3. 4. 22:29
그제 목이 간지럽더니, 어제는 거의 하루종일 코를 풀고, 오늘 아침엔 일어나질 못해서 회사도 못갔다. 계속 자다가 잠시 일어나 빵을 만들었다. 집에 먹을 빵이 다 떨어져서. 엊그제 만든 대추식빵을 다시 시도했다. 월인정원님의 호두식빵 레서피를 약간 변형하여 대추를 넣었다. 호두도 함께 넣었으면 씹는 질감도 더 좋고 맛도 더 했을 터인데, 호두가 없다. 그리고 호두는 너무 비싸다. 흠~


전에 대추 넣고 쿠키를 만들 때 생대추를 닦아서 씨를 다 발라서 했는데 손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가 이 건조 대추를 발견한 것이다. 누가 까서 말려서 이렇게 편리하게 해 주었는지 정말 땡큐다. 별로 공업적인 모양도 아니고. 



방법은 초간단! 월인정원님의 레서피에서 제시하는 수분량은 내 반죽에서는 항상 좀 진 감이 있어 물을 줄이거나 밀가루를 더 넣는다. 그런데 넣고 빼고 할 때 나만의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잘 안된다. 요리책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한 아저씨의 동영상을 보았는데, 그 아저씨왈, 요리책은 그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음식을 좋아는 하지만 레서피를 연구할 열정까지는 없어서 그냥 시키는데로 별 생각없이 하고픈 욕구가 강하다. 하다 보면 나만의 레서피도 더러는 나오기도 하지만, 재료를 망쳐가면서 까지 실험을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어쨌든,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 나름 괜찮은 식빵이 나왔다.

재료: 우리밀 통밀가루 320, 유기농호밀가루 90, 인스턴트 이스트 5, 볶은소금 8, 현미유 20, 물 275, 대추 80 (grams). 

다 넣고서 섞은 후 스탠드 믹서로 5분 가량 반죽 한 후,
1차 발효 (약 90분), 휴지 (20분), 성형 후 팬에 안착 된 모습:


2차 발효, 약 50분 경과 후:


오븐에서 25분 (190도)이 지난 후:




오븐에서 나온 빵을 살짝 식혀서 따뜻할 때 손으로 뜯어 먹었다. (yummie~ ) 지난번에는 반죽에 설탕을 넣었다가 대추가 달달하여 이번에 설탕을 뺐는데, 그래서 이 설탕 빠진 대추식빵의 맛을 기억해야 하는데, 코가 꽉 막혀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OTL 그저 씹는 질감과 어렴풋한 대추향을 맡을 수 있었다. 오븐에서 꺼낼 때 그 구수한 빵 냄새에 막힌 코가 좀 뚫리는가 했더니 그래도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뜯어 먹고 남은 부분을 칼로 잘랐는데, 식빵을 가지런히 자르는거는 정말 어렵다.손으로 예쁘게 자른 식빵을 보고싶다면 여기, 그리고 여기서 자연과나님의 완벽한 자르기 솜씨를 보시라~! 


여튼 오븐 스프링도 별로 안일어났고, 엄청 아마츄어 수준이지만 별탈없이 먹어줄만 하다. 토스트해서 사과잼을 발라 먹어도 될 것 같고, 올리브오일을 발라서 후라이팬에 바삭 구워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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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스케이터 연아

Posted 2010. 2. 25. 01:33


나는 우울할 때, 심심할 때 김연아 경기 동영상을 본다. :)
연아가 이번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3월에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후에도
평범하지 않은 삶이지만 잘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As an avid fan of Yuna, I wish her a good life, albeit extraordinary, for long after the Olympics is over, and the 2010 Worlds in March.












연아에게 있고 마오에게 없는 것은, 그 중에 정말 큰 것 --  연아의 드림팀: 브라이언 오서, 데이빗 윌슨, 트레이시 윌슨, & 연아맘.

One of the biggest differences between Yuna and Mao -- Yuna's dream team: Brian Orser, David Wilson, Tracy Wilson and her mom.

(
사진은 여기서)

연아는 마오의 점수가 발표되는 동안 코풀고 있고,
브라이언은 연아에게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오라고 하는 것 같다.

Brian seems to be saying, "Yuna, go and enjoy yourself," while Yuna blows her nose happily oblivious to the great performance by M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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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igm shift at work

Posted 2010. 2. 19. 14:54
우리가 살고 있는 패러다임을 깨고 판을 새로 짜버린 한 사람에 대해서 읽었다.

"피카소와 마그리트, 아니면  반 고흐와 고갱 중에 누가 더 뛰어난지 비교할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 1등, 2등을 주어야 할까요? 로마상을 세 번이나 거절당한 라벨이 실력 없는 작곡가라서 떨어졌을까요? 작곡가 벨라 바르토크는 쇼팽 콩쿠르의 심사위원을 거절하면서 '음악가가 경쟁을 하는 콩쿠르에서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경쟁이란 것은 경마에서나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예술과 경쟁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콩쿠르도 나가봤습니다. 하지만 2007년에 받은 Concours International de Piano de FLAME의 대상을 마지막으로, 저는 경쟁을 앞세워 음악도들을 모으는 '비즈니스'에는 기여를 안 하기로 했습니다."


예술과 경쟁이 공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일반인이 당연시하는 수순을 좇지 않는 그녀가 멋있다. 그리고 글을 쓰신 임승수님 - 가장 먼저 송곳을 발견해서 알리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축하드린다.

여기를 꾹 눌러서 기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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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Posted 2010. 2. 3. 23:40
내게도 이런날이! 오늘은 식욕이 부진했다.

아침에는 커피와 사과.


사진이 아침스럽지 않지만, 내가 요즘 맞는 아침은 잘 묘사되었다. 아직 동이 안텄다.

점심에는 홍대앞에서 젤로 맛있는 일본라면집에서 먹었는데,
카메라를 또! 까먹어서 사진은 찍지 못했다.
라면은 맛있게 냠냠.
거기 - 樂喜/lucky 식당 - 또 갈일이 있을테니 다음에 찍어야지.

저녁에 친구랑 놀기로 했는데 별로 밥맛이 없어서 와플을 먹으러 갔다.
입맛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정신없이 싹 다 먹을 때 까지 사진 찍는걸 까먹었다.
빈 접시라도 어디 한번!


토핑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 휩핑크림, 바나나, 키위, 딸기가 얹어 나왔는데 과일이 모두 설익었다. 한겨울에 얼마나 맛이 있을 수 있겠냐만은. 때 맞지 않은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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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Posted 2010. 2. 3. 23:30
for Tuesday, 2/2


아침을 먹을 때, 뭐가 땡기나? 뭐가 있나? 어떤 질문이 먼저 떠오르는지 잘 모르겠다. 거의 동시적으로 일어난다고 해야하나. 떡도 좀 지겹고, 고구마도 지겹고 해서 떠올린게 오트밀이었다. 나름 건강스러운 종목이기는 하나 사온지는 꽤 오래된. 그래도 전자렌지에 넣지 않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원래 맛있는건데 오늘은 약간 플라스틱 맛이났다. 종이 패키지에 들어있던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커피도 별로 맛있게 내려지지 않았다.



점심은 전주막걸리집 이라는 곳. 오늘은 8명이나 갔다. 여기는 메뉴가 상당히 다양하고 반찬도 많이 나오는 집이다. 교정때문에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서 오징어를 선호하지는 않은데 그동안 이집에서 보리밥, 꼬막정식, 청국장, 생선구이 등 다 먹어봐서 오늘은 오징어 볶음 차례다. 다행이 씹는 질감이 부드러웠다.
 

오늘 제일 마음에 드는 반찬은 청포묵 무침. 물컹물컹해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묵과 참기름과 김부스러기가 어우러지는 이 고소함이 너무 좋다. 묵은 미끈미끈해서 젓가락으로 잡으려면 놓치고 조각나고 부스러지는데 이상하게 젓가락을 먼저 들게 된다. 그리고 숫가락으로 부서진 조각을 떠서 입으로. 좋은 묵은 탱탱해서 젓가락으로도 잘 집히지만 말이다. 오른쪽 끝에 껌껌한 것은 생미역이다. 그 옆에 초고추장에 찍어서 냠냠 맛있게 먹었다.


저녁은 파스타 -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저녁 약속을 한 친구들이랑 마음이 통했다고나 해야할까?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정기적으로 가는 식당을 제외하고 반복적으로 한 집을 찾는건 드문일인데 여기는 다섯 번쯤 갔다. 파스타와 피자 맛이 썩 괜찮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레스토랑 분위기가 거만하다. 귀여운 거만함이 아닌 무언가 불쾌한 거만함. 맛으로라도 오래 승부하길 바랄뿐이다. 드라마 파스타 때문에 장사는 더 잘될 것 같다.

waiting...


big bowl salad

























margherita
& rucola/gorgonzola/prosciutto


aglio e olio













the meal's over
















오랫만에 드라마를 보기로 한건 그 드라마가 음식을 소재로 하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서도 티비를 별로 보지 않지만, 드라마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성격에... 그러나... 이눔의 파스타 70분간 한 회 보고 나면 그 휴유증이 기냥 몇 시간 더 이어진다. 작가와 연기자들의 향연, 그 맛의 설렘임이란!

...my favorit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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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힘

Posted 2010. 2. 1. 23:30

운동을 시작하기 전, "살도 빠지고 건강해 질까?"
새로운 악기를 배우기로 드디어 결심을 하긴 했는데, "멋있게 연주하게 되는 날이 올까?"
새로운 언어를 배울까 말까 고민하면서, "공부하면 도움이 될래나?"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글 쓰는 실력이 늘까?"
답은 하면된다. 그냥 하면된다는 아니고, 꾸준히 하면. 뭐든지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몇 번씩 정기적으로 하면 웬만한건 다 되지 싶다. 그게 일상의 힘이고 그 일상을 지켜 가는게 그마만큼 어렵다.

내가 매일 먹는 음식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결심했는데. 한 끼하고 나서 쭉 이어지기 어려운 징조를 보이고 있다. 첫째는, 밥을 먹기전에 늘 카메라를 잊지 않고 챙기기가 쉽지 않고, 둘째는, 집에서 먹는 밥은 기록으로 남기려니 내가 챙겨내는 모양에 수고가 들어간다. 운동하러 갈까, 플릇 연습을 할까, 프렌치 공부하라고 매일 배달되는 이메일을 읽을까, 블로그를 쓸까... 따위의 고민을 하지 않아도 밥 먹는 일은 굳은의지를 세우지 않고도 이루어 진다. 이 수고스럽지 않은 일상에 피곤함을 덧붙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밥상은 내 앞에 오기까지는 사실 굉장히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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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Posted 2010. 1. 31. 20:00

월인정원님의 열정과 수고로 인하여 나는 큰 실험을 거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통밀가루로 빵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요즘 특수식단으로 몸 관리를 하고 있는 오빠가 열심히 내가 만든 빵을 소비해 주고 있는 덕에 통밀빵 실험을 계속 하고있다. 이게 먹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힘든일이다.

오늘 아침에 먹은 호밀빵은 우리통밀과 수입 유기농 호밀이 들어갔다. 배합과 반죽이 상당히 간단하다. 잼은 엄마가 사과를 10시간 이상 닳이신거다. 그리고 커피 -  1인용 드립용 도구로 주둥이가 상당히 넓은 주전자를 높이 들고 바리스타 흉내를 내며 천천히 물을 부었더니 집에서 마시는 커피치고  맛이 한결 좋았다.



점심은 예배 후 도시락이다.


가운데 비중있게 자리를 잡은 김이 포스가 느껴지네. 가볍고 맛있고 영양 많은 김. 훌륭한 반찬이다. 작은 그릇에 빼곡히 담긴 반찬, 오한의 추위에도 밖에서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보온도시락.


이게 내가 싸온거다. 도시락 답게 꾹꾹 눌려서 담겨졌다. 김치도 유리그릇에 담고 뚜껑을 덮기 전에 랲을 씌워서 꽉 눌리고, 계란후라이로 밥도 누르고, 그리고 우엉조림과 멸치볶음이다. 우엉조림은 전날 엄마가 만드신 것. 커다란 뿌리로 두 뿌리나 조렸는데 양이 너무 적다고...


우엉조림하면 김밥용으로 기다랗게 자른걸 연상하게 되는데, 얘 모습은 새롭다. 어렸을 때 연근조림이 밥상에 올라오면 그 구멍도 신기하고 맛이 너무 낯설어서 먹지 않았다. 한번은 친구엄마가 우엉조림을 넣고 싸신 김밥을 맛보게 되었다. 색상이랑 씹는 느낌이 연근이랑 비슷한데 우엉조림이 훨씬 맛있었다. 우리 엄마도 어느날 김밥에서 고기를 빼고 우엉을 넣기 시작하셨다. 김밥속에 있는 갈색의 우엉조림만 보다가 하루는 시장에서 엄마가 김밥 싸신다고 우엉을 사시는데... 갑자기 하얀뿌리를 고르셔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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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파리

Posted 2009. 10. 14. 00:36
파리에 관한 책은 넘치게 나와도 질리지 않고 파리에 대한 동경은 끊임이 없다. 나도 언젠가 파리에서 관광객이 아닌 체류자로서 유유자적 그 꿈의 도시를 즐기고 싶어 한다.  서울에 대한 의리인가? 마음에 부담이 그득히~

하지만 내가 파리를 즐기듯 서울을 즐길 수 있을까? 파리를 동경하듯 서울을 동경할 수는 없을 것같다. 서울은 내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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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토크

Posted 2009. 9. 3. 22:42
신도림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 탄다. 서서 책을 읽는데 어깨에 가방이 무겁다. 선반에 올릴까 말까 1분쯤 고민한다. 선반에 가방을 얹는다. 두어 정거장 지나 바로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내 앞에 자리가 빈다. 가방을 내린다.

편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데, 내 왼쪽 다리의 70도 방향에 한 아주머니가 그 옆에 분과 얘기 하는데 남편인듯 하다. 서너 정거장 더 가서 내 오른쪽 자리가 빈다. 그 자리 앞에 서있던 청년이 계속 서 있는다. 아주머니가,
"안 앉으세요?"
"네."
아주머니가 앉는다. 아저씨는 2보 왼쪽으로 이동한다. (내 기준으로 오른쪽)

한 정거장이 지났다. 내 왼쪽 자리가 빈다. 아줌마 아저씨 같이 앉으시라고 내가 그 빈자리로 이동하려는데 아저씨가 얼른 앉는다. 아저씨 쪽을 바라보고,
"제가 바꿔 드릴께요"
"아니, 머 됐어요."
나는 아주머니를 한 번 쳐다 본다.
아주머니는 미소를 짓는다.
나는 부부사이에 껴 앉아 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눈을 마주치며 살짝 웃는다.
나는 부부사이에 껴 앉아 있다.
아저씨가 말한다.
"할 얘기도 없잖아. 안그래?"
"아.. 머 그래도 바꿔주신다니까..."
나는 계속 아저씨를 뚫어지게 본다.
아저씨가 일어나신다.
나는 왼쪽으로 이동, 아저씨는 내가 앉아 있던 자리로 이동한다.

나는 다시 책을 읽는다. 부부는 수다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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