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와 공무원

Posted 2009. 9. 2. 10:09
1. 인하대학교 홈페이지의 소개글의 일부이다.

지난날 본교는 6·25의 와중이던 1952년 하와이 교포 이주 50주년 기념사업으로 뒤떨어진 우리나라의 공업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당시 대통령이던 이승만 박사의 발의로 출범하게 되었다. 학교 설립에 필요한 재원으로는 하와이 교포의 2세 교육을 위하여 이승만 박사가 설립 운영하였던 한인기독학원(Korea Christian Institute)을 처분한 대금과, 하와이 교포들의 정성어린 성금, 그리고 국내 유지의 성금 및 국고 보조 등을 기금으로 하고, 인천시로부터 교지를 기증받아 1954년 2월 ‘재단법인 인하학원’의 설립을 봄으로써 동년 4월 24일 인하공과대학으로 역사적인 개교를 하였다.

이 글을 보면 이승만이 너무 부각된다. 사실 이승만이 들인 노력이 얼마나 되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이 되어서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나서야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서 내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주워들었던 이야기 너머의 사실을 접했다. 내가 인하대 설립배경에 대해 들은 시점이 두 해 전쯤 되었다면, 어쩌면 하와이 교민들의 공로가 내 마음에 띄지 않았을터. (요즘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져 듣는 이야기가 많은데 조심해야 겠다.)

곤궁한 상황에서 나라를 떠난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나라에 독립운동을 위해 공금을 모으고, 학교를 세우자고 돈을 보냈을까? 오늘날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 가족 이기주의가 무서우리만큼 팽배하지만, 반 세기 전만해도, 지금 보다 경제적으로는 궁핍했던 상황에서 사람들은 식민지 체제에서, 전쟁 통에서 더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적인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 때와 지금과 지도력의 차이가 있을까? 무엇이 일반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했을까?

2. 몇 년전에  중앙공무원직에 계신 여러분들과 함께 일한적이 있다. 너무나 유능하시고 사람이 참 좋으신 분들이었다. 그 분들을 만난 계기로 공무원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버렸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비-공무원 시민이 공무원 집단에 대해서 생각하는 거.

근래 들어서 그 생각이 다시 바뀌었다. 내 생각이 편견이 아니었다.

관직에 계신 분들 일하는 거를 보면 비-공무원 일반인들과 너무나 마인드가 다르다. 국민을 섬기는거는 정말 fairy tale이다. 그 분들에게 그런 생각이 들 틈이나 있나 모르겠다. 아마도 다문화사업 지원의 실무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소속원들은 다문화의 의미에 대해서 근본적인 고민을 할 처지가 아닐꺼다. 실무자들만 나무라기도 그렇지만, 구조적인 문제만 탓하고 있을 수도 없지 않나.

공무원 집단은 철저하게 각 조직의 우두머리 위주로 돌아간다. 몇 년 마다 한 번씩 바뀌는 그 자리말이다. 의사결정은 윗 자리에 있는 그 한 사람 비위 맞추기에 집중된다. 그러면서 납세자는 안중에 둘 수 없고, 한 인간의 인간성만 더 부패시켜 놓는다. 지도자 위치에서 좋다고 대접 받고 있는 사람이 제일 문제이긴 하다. 소수집단 지도자들의 인간성은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는 와중에 허덕이며 고통받는 다수의 서민집단이 너무 엄청나다.

지난 백년동안 한반도의 정치사회적 토양에서는 삯군만이 살아남는 구조가 지속되어 왔다. 우리나라 국민이 지도자 복이 지지리도 박복하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는 몇 분이 계셨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언젠가는 훌륭한 지도자가 훌륭하게 인정받고, 다수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오겠지. 역사는 발전한다기에.





'살다 살리다 살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과 파리  (0) 2009.10.14
지하철 토크  (0) 2009.09.03
오늘 주워 들은 이야기  (3) 2009.08.31
평화의 섬  (0) 2009.08.28
"recluse"  (2) 2009.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