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진심이다.

Posted 2010. 3. 21. 00:07
사극에서 5회가 되도록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그리는 아역이 활약하는 것은 드문일이다. 그만큼 심은경이 연기를 잘 해서인가? 그렇더라도 스토리가 너무 늘어지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서문객주의 차인 김동주 (이달형)를 제외하고는 제주도 파의 연기가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홍이가 묘향의 계략에 꼬여 교방의 행수의 수양딸이 되는 그 장면, 홍이와 동아가 서로에게 미안해 하고 고마워 하면서 본인들의 의지대로 인생을 전혀 살 수 없는 모습에 눈물이 주룩주룩 나기도 했다. 솔직히 눈물을 흘리면서 까지 슬퍼하기엔 살면서 너무나 허다하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 인데, 좀 그랬다.

여튼, 이 드라마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장사에 대해서 할매가 "장사는 진심이다"라고 했던 대목이 되풀이 된다. 할매는 장사는 진심이고, 더 먹으려고 입으려고 돈을 버는 것은 해서는 안될짓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팔되, 그 물건을 내가 더 잘 알아야 하고.... 장사와 진심이라는 단어가 짝을 지어 간다니 인상적이지만 장사가 진심이 되고 아니 될 수 있는 경계를 어떻게 분간할 것인가?

얼마전에 읽은 소상공인에 관한 글에서 매출이 오른다고 해서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매출이 오르면 장사가 잘 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무엇을 갖다가 얼마에 팔고 얼마를 남기는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 총 매출은 높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가는 돈이 많으면 안정적인 비지니스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고민은 쉬이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인데, 이런 저런 고민이 진행되는 가운데  장사에서 진심을 지키며,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 살아 남지 못한다면 간단한 답이 되는 것이고, 그래도 잘 된다면 질문만큼 어려운 답, 혹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홍이와 동아는 제주에 갇히고 너무나 황당하게 그들의 주체적 의지를 말살 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주인공이니까,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겠지. 그 진심의 과정을 지켜보는 나는 아웃사이더로서 답답하고 짜증도 나겠지만, 드라마 인것을 다시 상기하며 재미있게 보자. 진심은 한 영리업체의 상황을 찍어서 보여주는 balance sheet가 아니라, 일정 기간의 쌓임을 나타내주는 income statement 같은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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