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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7 케이블카 3
  2. 2010.10.22 북한산 칼바위 능선 인증샷 3
  3. 2010.10.02 비오는 날의 애벌레

케이블카

Posted 2010. 11. 7. 22:51
어렸을 때 남산에서 타본 케이블카는 신기함 그 자체였다. 버스랑 비스무리하게 생기긴 했는데 훨씬 더 작은 네모난 상자에 들어가 문이 닫히면, 그것이 깃다란 줄에 매달려 허공을 탄다.

더 이상 케이블카는 낭만스럽지 않다.

오늘 북한산을 타고 백운대까지 갔다. 얼마전 김두식 선생님 트윗에서 북한산, 지리산 등에 케이블카 건설 - again, the to-die-for word for too many people in power these days - 에 반대하여 매일매일 백운대에 올라가셔서 1인 시위를 하시는 분이 있다는 걸 읽었다.

안개가 자욱한 날의 산행이었다. 앙상했을 나무와 흐드러진 잎들이 보이지 않아 섭섭했지만, 나름 운치있는, 포근함.이 좋았다.

오늘도 보니 누군가 계셨다. 그런데 매일 올라오신다는 지리산국립공원 연하천대피소 전소장 김병관님은 아니고. 김병관님이 오늘 볼일이 생기셔서 이 분 - 김준상, 본인을 겨울연가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다고 소개하신 -_- 님이 급 연락을 받고 대타로 오셨다고 한다.

조기 앉아 계신 아저씨처럼, 우리 친구들도 털퍼덕 앉아 반대 서명을 했다. (궁뎅이 시렸음 -_-)

우리가 앉아서 쉬는데 보니까, 김준상씨가 다리를 툴툴 털면서, 피켓을 들은 팔을 이리저리 바꾸며 움직이시는 모습이, 굉장히 팔다리가 쑤신 사람처럼 보였다.

왜 아니시겠어 할 종일 서계신데. 오늘 하루만 하시느라 내공이 약하신겐가? (ㅎㅎㅎ) 여튼, 명진이 언니가 간식으로 싸온 홈메이드 쿠키를 좀 드시라고 드리고서, 대타의 대타로 잠시 활약했다.

자연공원법이라는게 있댄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이 법에 저촉이 되는 거였고, 지난 9월 20일에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이 임시국무회의를 통과하여, 10월 1일부터 시행령이 발효되었다. (관련기사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 초읽기) 아직, 케이블카 설치가 결정이 난것은 아니지만, 이제 합법적으로 이 작업을 수행할 토대는 마련된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두고 감놔라 대추놔라 법을 만든다는게 새삼 우습다.

건설이라는, 개념 자체에 무조건 반사적으로 도리도리하게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좀 더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다. 아 그냥 쫌, 제발 그냥 좀 놔둬줬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한 2년 전 쯤인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케이블카 설치 찬반토론을 들었던 적이 있다. 찬성의견을 주장했던 분은, 장애인들과 노인들에게 산악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 혹은 나와 가까운 사람이 장애인이라면 내 입장이 분명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난 정말, 여기에 장애인 논리를 들이대는 사람들에게, 제발, 플리즈, 지하철이나 - 장애인프렌들리까지는 아니더라도 - 장애인들이 다닐 수 있게나 만들어달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나도 케이블카의 혜택을 봤던 적이 있기는 했다. 프랑스 샤모니. 1924년 동계올림픽 1회가 열렸던 곳,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는 평창의 경쟁도시인 프랑스 안시(Annecy)가 개최지로 선정될 경우 안시에서 멀지 않은 샤모니에서도 경기가 펼쳐질 곳.

이걸 타구, 3800미터가 넘는 몽블랑에 올라갔더랬다. 좋았다, 편리하고.

샤모니에서 이 케이블카가 만들어진 배경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알프스에서 제일 큰 산이랑 우리나라 산이랑 비교는 안했으면 좋겠고, 그들이 케이블카를 만들어서 내가 돈내고 타고 올라갔다 왔지만, 우리나라 산은 성큼성큼 걸어서 올라가고 싶다.

내가 산에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산에 가서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는 광경을 보면 난,
왠지 뭉클, 한국 사람들이 굉장히 자랑스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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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칼바위 능선 인증샷

Posted 2010. 10. 22. 10:44
지영이로 부터 드뎌 사진을 받다.

한글날에 북한산에 올라갔다. 토요일이라서 사람들 뒷 꽁무니만 쫓게 될 줄 알았는데,
오후 1시 쯤에 올라가서 그런지 붐비지 않고 좋았다.

날씨는 이랬다:

이날, 놀랍게도, 
내가 주최할 수 없는 어떤 힘으로 내 다리가 씽씽 달렸다.
멤버 중에 제일 young한 지영이, 최저-_- 의 체력을 보이며 내게 말했다.
"언니, 산 마을 아이 같아요."

효숙이가 선두부대에서 나와 페이스를 같이 해주었다. 사실, 혼자였음 씽씽갈 수도 없었겠지만.

칼바위 능선은 이렇게 생겼고,

우리는 이렇게 바위에 붙어 네 발로, 능선을 탔다.

북한산에 피는 가을 꽃 중 하나. 이름이 적힌 푯말을 보았는데, 까먹었다. 효숙이한테 물어봐서 나중에 적어야지.

대동문을 찍고 하산하다.

이것은 인수봉과 백운대. 다음에 갈 코스.
이번주가 단풍이 절정이라는데, 이쁜 단풍이 다 지기전에 어서 가봐야겠다.

to finish off the day:

인수동 재미난밥상에서
황태닭볶음찜
오늘 아침 트위터에서 보고 알티:
다른 나라에는 없다, 한국에는 있다? 북한산! 세계적으로도 인구 1,0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에 '국립공원'이 존재하는 경우는 다른 사례를 찾기 힘들다고 하는군요. 국립공원 북한산은 단위 면적당 탐방객 수 1위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는군요.
by @bookhunter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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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애벌레

Posted 2010. 10. 2. 23:57
미국에 갔을 때 산이 그리웠다.
특히, 나파갔을 때 예쁜 포도밭 주위로 썰렁한 산을 보니 울나라 산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벌써 일년이 훌쩍 넘게 한 달에 두 번 이상씩 수유리에 가고 있지만,
정작 삼각산/북한산 (whatever you want to call it)에 올라간 횟수는 손에 꼽는다.
이 동네 사는 친구들은 동네 뒷산에 가듯, which it is for them, 이 산을 들락거린다.
특히 명진이 언니는 일주일에 5일은 올라간다. 그래서 이 산을, 그녀는 잘 안다.

나도 오늘은 모처럼 등산화까지 챙겨왔건만,
비가 와주시고.
그래도 우리는 명진언니의 안내를 따라 우산을 들고 저벅저벅 빗 길을 나섰다.

너무 챌린징한 코스를 가지 않고 그냥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나름 예쁘장하게 푯말을 달고 샛길 연결하고 다듬어서 만든길.

내가, 산을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는 킁킁 나무냄새가 좋아서이고,
이유 2번은, 그 산을 오를 때, 내 신발 바닥이 산 길의 흙과 살짝 맞 닿으며 일으키는 그 어긋남 때문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딪을 때 마다, 신발 바닥에 거푸집같이 나 있는 틈으로는 흙이 안착되었다 빠지고, 평평한 부분에서는 흙과 신발이 밀리는 느낌.을 상상하게 된다. 쌩뚱스러운 상상이기는 하지만, 하이킹이 나에게 주는 묘미이다. 흙을 너무 밟지 못하고 살아서 그런건가?
아무튼, 그런데, 이 만들어진 계단은 산 길의 흙과 나의 접촉을 방해한다.
(이러다가, 고난이도 코스에서 체력이 소진될 때는 또, 급. 계단이 고마워지기도 한다.)

평소 토요일 같으면 줄을 지어 올라가야 할 텐데 (우리가 딱히, 가파른 상행을 한 것은 아니더라도),
비 덕분에 한갓진 숲속을 걷는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인파가 없어서인지 눈에 잘 띄지 않는 생명체가 시선에 포착되었다.
갑자기 내 일상에 곤충과의 조우가 두드러진다고 여겨진다. 흡~
사실 애벌레는 처음 본다.
에릭칼 아저씨가 얘 덕분에 전 세계 수 많은 어린이들에게 알려지고,
... 떼 돈을 버셨겠지. (그림책 박물관도 만드시고.)

비가 심하게 내린 것이 아니라서, 가끔 하늘도 올려다 보았다.
우리는 고개를 넘어서 화계사로 들어갔다. 여름에 해인사에 당겨왔더니, 화계사가 너무 작아보였다. 혹시나 수종사처럼 예쁜 茶방이 있을까 두리번 살펴보았지만, 실망.

잠시 수종사 이야기:



한국에서 살면서 여기저기 마주쳐야만 하는 것이 공사판이건만,
이 현장을 여기서까지 봐야하는 건가. 화가 났다. 그냥 산은 산대로 있게 두면 안되나.
산에 올라와서 멀 또 전망대를 올라가서 봐야 하나.

... 그래도 그냥 한 번 올라가봤다.

훕 - 여기 올라와서 보니 경치가 더 좋긴 좋으네.
(그래도, 불필요하다고 여긴다.)

한쪽으로는 복짝복짝한 서울이 내려다 보이고,

뒷 편으로는 화계사, 아카데미 하우스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인다), 도봉산이.

우리처럼, 이 전망대에 올라오신 아저씨 아줌마 일행에게 사진 한 컷을 부탁드렸다.

올라갈 때는 가르멜수녀원 담벼락을 지나 올라가서,
화계사를 한 번 찍고,
영락기도원 쪽으로 내려왔다.
나무 냄새 신선한 이곳에서 산뜻하게 한국사회의 종교적인 화해/소통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우리는 웃으면서 말해본다.
(근데 나는, 그 때 타자로 남아있고 싶다는 생각 =_=)

비 때문에 충분히 오르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 하며... 마을로 돌아왔다.
바지 끝자락이 흥건히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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