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공부, 첫 날

Posted 2010. 3. 23. 09:15
이대평생교육원에서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어제 첫 시간이었고, 앞으로 장장 17주 동안이나 한다. 선생님은 광화문 커피스트 사장님 조윤정. 공부하는 티 내려고 선생님 강의하시는 사진 좀 찍으려 했더니 거절하셨다. 그냥 양해를 구하지 말고 확 찍어버릴걸...

강의를 들을 때면 강사에 대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편이다. 별로 준비가 안되어 보이거나,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자기 할 말만 하는 강사들, 정말 참을 수 없다. 학교도 아니고, 대부분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공부를 하러 모였는데 성의 없이 강의하는 강사들을 보면 정말 화딱지 난다.

조윤정 선생님은 내가 보통 좋아하는 강사 스타일이 아니다. 강의실에 모인 (다음 주 부터는 실습장에서 한다) 학생들에게 그다지 살갗게 눈을 마주치시지도 않고, 강의를 시작하셨는데 말씀 하시는 스타일이 흐느적거린다. 나는 목소리 우렁차고 재미있는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그래도 한 기관에서만 7년, 그러니까 열 네학기째 같은 강의를 하고 계시는 분이라 일단 신뢰를 저버릴 수 없다. 그리고 강의는 진행된다. 이 선생님의 흐느적거리는 말투에 빨려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10년 가량 커피를 해 오면서 든든하게 쌓아오신 컨텐츠가 많다는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내가 요즘 완전 즐겨 사용하는 부사, "완전"을 완전히 많이 사용하신다. 

내가 찍은 사진을 쏠티님이 뽀샵질 해주셨다. 내가 찍은 사진에 더 애정이 가지만, 이게 더 멋있다.


선생님이 직접 구하신 것들,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구한 것 또는 선물 받으신 여러 가지의 커피 도구를 많이 들고 오셨다. 신기하고 탐나는 것들이 참 많았다. 무궁무진한 커피의 세계이다.

얘는 콧수염난 아저씨를 위한 커피잔이다. 콧수염난 왼손잡이 아저씨.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조교선생님이 커피를 내려 주셨다. 완전 맛이 훌륭했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대학교 1학년 무렵부터 진한 커피를 좋아하게 됐다.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를 마시다가 가끔 드립커피를 마시면 온도도 잘 안 맞고 그 맛에 매력을 별로 못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합정동 당인리 발전소 맞은편에 있는 작고 아담한 크기의 커피발전소에서 드립커피를 한 잔 마셨다. 띠리리~ 드립커피의 맛에 홀딱 빠져버리는 순간이었다. 드립 커피라는 것이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얼핏 보아하니 도구도 다양하고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도 여럿 된다. 내가 얼만큼 깊이 있게 커피를 공부할지 모르겠지만 내 입에 만족 스러운 드립 한 잔 내리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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