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토크

Posted 2009. 9. 3. 22:42
신도림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 탄다. 서서 책을 읽는데 어깨에 가방이 무겁다. 선반에 올릴까 말까 1분쯤 고민한다. 선반에 가방을 얹는다. 두어 정거장 지나 바로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내 앞에 자리가 빈다. 가방을 내린다.

편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데, 내 왼쪽 다리의 70도 방향에 한 아주머니가 그 옆에 분과 얘기 하는데 남편인듯 하다. 서너 정거장 더 가서 내 오른쪽 자리가 빈다. 그 자리 앞에 서있던 청년이 계속 서 있는다. 아주머니가,
"안 앉으세요?"
"네."
아주머니가 앉는다. 아저씨는 2보 왼쪽으로 이동한다. (내 기준으로 오른쪽)

한 정거장이 지났다. 내 왼쪽 자리가 빈다. 아줌마 아저씨 같이 앉으시라고 내가 그 빈자리로 이동하려는데 아저씨가 얼른 앉는다. 아저씨 쪽을 바라보고,
"제가 바꿔 드릴께요"
"아니, 머 됐어요."
나는 아주머니를 한 번 쳐다 본다.
아주머니는 미소를 짓는다.
나는 부부사이에 껴 앉아 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눈을 마주치며 살짝 웃는다.
나는 부부사이에 껴 앉아 있다.
아저씨가 말한다.
"할 얘기도 없잖아. 안그래?"
"아.. 머 그래도 바꿔주신다니까..."
나는 계속 아저씨를 뚫어지게 본다.
아저씨가 일어나신다.
나는 왼쪽으로 이동, 아저씨는 내가 앉아 있던 자리로 이동한다.

나는 다시 책을 읽는다. 부부는 수다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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