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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너머버린, 밥

Posted 2011. 10. 12. 20:35

내 밥에 대한 궁리, 고민은 마음과 머리에만 머물다가 공지훈이 끝날 때 마다 두 해에 걸쳐 글로 흔적을 남겼더랬다. 2010년에는 급식에 대한 얘기를 적었고, 올해는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생각하다가 때 마침 외교잡지인 Foreign Policy (1970년 창간) 2011 5/6월 이슈에서 처음으로 food issue를 다룬 것을 보고 식량안보에 대한 주제를 잡았다. 몇 달이지나 이제야 블로그에. 결론도 없고, 몹시 중구난방이지만, 앞으로 이 주제를 내 생업으로 만들려 하여... 
here we go...
 

밥상에 대한 안보

재작년에 단식을 하는 동안 허기를 달래는 방편으로 매일 여러 저러 음식 사진이 있는 블로그나 사이트에 기웃거리다가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아줌마의 블로그를 발견하게 되었다. 월인정원님이라는 분이, 전남구례로 귀농을 하여 그 지역에서 밀가루 재배에 참여하고 그 지역에서 나오는 밀가루로 통밀빵 만들기를 시도해서 여러 가지 레서피를 개발하여 블로그를 통해 나누어 주고 있었다. 그 후 나도 계속 구례지역에서 나오는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고, 이 블로그를 보면 월인정원님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통밀빵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은 1960년대 이후 수출주도형 공업화를 택하였고, 고도 성장과정에서 여러 가지 전환기적 문제가 농업발전을 거의 말살시키다시피 하였다. 그리고 WTO 체제가 출범하면서 농업도 국제적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토록 염원하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려는 일념으로 논밭대기를 황폐화시키며 공업화에 나름대로 성공을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삼성에서 반도체만 팔아서 먹고 살수 없어서 고민을 하는데, 이제는 무얼 만들어 팔든지 먹고 사는 문제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출처: slowalk)

다시 말하면 우리의 밥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여러 가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국제정세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인 것이다.

과거에는 식량가격의 변동이 주로 날씨에 따른 생산량 차이에 기인하였지만 요즘은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생산량이 이에 부합하고 있지 못한 이유가 크다. 지하수면이 낮아지고, 토양이 침식하고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모두 곡물 재배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가운데 급격히 세계 인구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농작물 수확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곡물이 자라는데 최적의 온도 수준을 상회하여 1씩 올라갈 때 마다 수확량의 10%씩 감소한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이유로만 2050 년까지 굶는 사람들이 10-20%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고 과잉관개에 의존한 농업으로 생산된 식량을 먹고 사는 인구는 대수층 (지하수를 간직한 다공질 삼투성 지층)이 고갈될 때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심각한 수자원 문제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머지않아 곡물의 100%를 수입하게 된다.

식량가격은 2011 3 월 기준 8 개월 연속 증가해 왔다. 식량 가격 폭등은 중동지역과 아프리카 국가의 정부 비상사태를 야기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 혁명이 발발한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모두 식량 문제가 혁명의 주된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리비아는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그동안 가난한 나라에서 식량의 위기에 당면하면 미국이 나서서 원조를 했고, 그렇게 해서 식량부족으로 야기되는 재앙의 가능성을 상당히 줄이거나 방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원조 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제는 어마어마한 양의 곡물을 대체연료를 제작하는데 소비하기 때문이다.

세계곡물섭취량은 매해 2천 톤씩 증가하던 것이 지난 몇 년간 4천 톤씩 증가하여 2010 년에는 22억 톤에 이르렀다. 섭취증가량도 엄청나지만 미국이 곡물을 에탄올로 전환하는 속도는 더 빠르다. 2010 년에 1600만 톤의 곡물을 에탄올로 전환하는데 소비했고, 2010 년에는 그 수치가 1 2600톤으로, 10년 새 무려 8 배나 증가했다. 미국의 2010년 전체 생산량 4억 톤에 비추어 볼 때 1/3 가량의 수치이다.

이렇게 많은 양의 곡물이 연료전환에 쓰이게 되면 곡물가격이 석유가격에 연동되면서, 배럴당 석유 값이 올라 갈수록 석유대체품 생산의 수익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곡물가격도 올라가게 된다.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식량문제의 발달 과정을 들여다보면 생명을 지탱하는 먹을거리에 대한 이해가 사람의 몸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한 사람이 밟고 서 있는 그 땅과의 관계를 철저히 무시한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요즘 사람들이 접하는 음식은 각자가 둘러싸여 있는 기후, 지질, 토질, 지형의 환경을 떠나서 생산된 것이 다반사이다. 이랬을 때 발생하는 여러 질병과 환경문제를 보면 인간 존재구조를 이해하는데 있어 지역의 풍토성과 시간성이 상즉 해야 한다는 장두석의 주장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띈다.

미국은 잘 알려져 있듯이 자국의 음식문화가 없고 다양한 이민자들의 전통에 의존하여 왔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쓴 마이클 폴란은 미국에서 식문화가 유행을 타며 시대에 따라 지방섭취가 죄악시 될 정도로 금기시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탄수화물이 건강, 비만문제의 적으로 인식되며 고기만 먹는 황제 다이어트가 유행을 하기도 하였던 현상에 대해 미국의 자체적인 음식문화 부재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런 빈약한 식문화에 알리스 워터스라는 한 여성이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미국에서 68 혁명 중심지였던 UC 버클리에서 67년 대학을 졸업한 워터스는 프랑스 여행을 통해서 그 나라 음식에 매료되고, 프랑스 음식이 훌륭한 이유가 바로 가장 신선한 로컬 재료를 쓰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캘리포니아로 돌아와서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는 식재료를 사용하여 프렌치 스타일 요리로 71년 레스토랑을 개업하고, 지난 4050 년간 캘리포니아 퀴진이라는 음식을 발전시켜 오면서 올개닉푸드, 슬로우프두의 선구자로 자리매김 해왔다. Chez Panisse 라는 워터스의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는 지역 농부들 자동차로 두세 시간 이내의 거리에서 생산되는 재배물에 의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지역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패스트푸드네이션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그녀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지난 10 년간 슬로우푸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

미국은 땅덩이가 커서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국내산이라고 하여도 대륙횡단을 한 재료는 로컬로 간주될 수가 없다. 반면에 한국은 국토면적이 상대적으로 작고 로컬푸드의 개념은 곧 국내산으로 연결 지어 진다. 우리가 먹는 오이가 감자가 사과가 상주에서 오든 김포에서오든 국내산이기만 하면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1997년 류근모라는 남성은 조경사업에 실패하고 융자금 300만원으로 귀농하여 충주에서 상추 재배를 시작하였다. 13년 만에 국내 최고, 최대 규모의 유기농 쌈 채소 기업을 일구어 <상추 CEO>라는 책을 출간하고 유기농업계의 삼성전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류근모는 나름 혁신적인 방법으로 유기농 쌈채소 재배를 발전시켜 왔으나 그의 책에는 농업에 회사라는 틀, 기업형 농장이라는 단어가 수두룩하다. 그는 상추 재배에 온갖 노력을 들였지만 더 많이 팔기 위해서 상추를 택배로 운송할 수 있도록 하는 특수 포장법을 착안해 내어 장거리 배달을 한다. 한국은 땅이 좁으니까 멀리 배달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지만 이 아저씨가 미국에서 사업을 했다면, 어느 거리에서 배달을 멈추었을까? 미국에서 슬로우프드의 움직임에 힘입어 Whole Foods 라는 대형 올개닉 수퍼체인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아마도 풀무원에서 홀푸즈 보고 따라서 올가를 만들었을 것.) 캘리포니아에서 농약을 조금 덜 치고 대량 재배된 상추가 미국 전역의 매장에 진열되고, 아르헨티나에서 재배된 유기농 야채가 비행기를 타고 홀푸즈 고객에게 전달된다.

이 모든 현상은 철저하게 자본주의 적인 관점에서 식량문제가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식량난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으나 그 중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중국의 경우 농작물 재배를 위해서 2008 년 아프리카 지역 토지를 임대하였다. (1년에 1에이커(4000 제곱미터)의 땅을 1불 미만에) 이런 토지 임대대상국은 수백만 명의 인구가 유엔식량프로그램의 원조를 받고 있는 이티오피아와 수단이다. 이 나라들의 지도자들이 땅을 팔아먹고 백성을 굶기고 있는 셈이다. 필리핀은 중국 정부가 경작용 토지를 임대하려고 하자 농부들이 대거 봉기하여 계약이 결렬되었다. 한국의 대우로지스틱스라는 기업에서 마다가스카에 300만 에이커의 땅을 임대하려고 했을 때 정치적 소동이 일어나 마다가스카 정부는 결국 이 계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식량이 부족한 국가에서 해외투자가 들어와 자국의 식량을 반출하려고 할 때 배고픈 사람들은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몇 십 년 동안은 기아문제 발생 시에 국제적인 협력이 있었으나, 이제는 식량민족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배부른 나라들만 잘 먹고 잘 사는 형국이다. 밀 가격이 75% 인상했을 때, 미국에서 식빵 한 봉지 가격이 2 불에서 2 10 전 정도로 인상하는 반면에, 뉴델리나 자카르타에서는 두 배 이상 오르거나, 하루에 두 끼 먹던 사람이 한 끼밖에 먹을 수 없게 된다.

......

(출처: Superfood of the Incas … Stolen by Yuppies, Foreign Policy Food Issue)

퀴노아
최근 몇 해 전부터 미국인들 요리 블로그 및 건강식 요리책에서 하도 퀴노아 퀴노아 좋다고 난리들이길래, 도대체 뭔가 했다. 이런 슬픈 이야기가 있다ㅡ

안데스 산맥에서 재배되는 곡물로서 미네랄, 단백질,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모유로 대체될 수도 있을 만큼 영향력이 풍부한 식품이다. 30 년 전쯤 퀴노아가 북미 시장에 진출하게 되었고 2000 년대 들어서 갑자기 인기가 높아지며 가격이 7 배나 인상하였다. 볼리비아에서 퀴노아를 재배하는 농부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으나 국가차원에서 보자면 위협적인 사실이다. 볼리비아에서는 퀴노아 재배작의 90% 이상이 수출하고 있어 막상 볼리비아인들은 퀴노아를 더 이상 사먹을 수가 없다. 지난 5년 사이 자국 내 퀴노아 섭취량이 34% 감소하였는데, 보건관계자들의 분석으로는 국민들이 잉카시대 부터 먹어오던 퀴노아 섭취를 줄이고 쌀, 백밀가루 빵 같은 수입 음식에 의존하게된 것이 비만 증가를 초래했다고 한다. 이제 정부차원에서 임산부들을 위해서 공급을 관리하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서구의 입맛의 수효에 대해서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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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Foreign Policy 2011년 5/6 월호

신병철, 칼빈의 기독교 강요에서 찾아본 성례의 본래 의미

이정배, 조직신학으로서의 한국적 생명신학

마이클 폴란, 잡식동물의 딜레마

다니엘 밀리오리, 기독교 조직신학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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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디에서 와서 내 뱃속으로

Posted 2011. 1. 23. 00:46
문화가 인간의 욕구와 사회의 충돌을 중재하기 위해 고안한 모든 관습과 규칙은 성적 존재로서보다는 섭식자로서의 인간에게 더 큰 만족을 주었다. 프로이트와 또 다른 학자들은 많은 사람들의 성적 신경증에 대해 과도하게 억압적인 문화를 비판했지만, 우리의 신경증적 식습관을 두고 문화를 그 주요 범인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의 식습관은 음식과 우리의 관계를 제어하는 문화적 힘이 약해질수록 더 큰 고통의 수렁에 빠지는 것 같다.

오늘날, 특히 미국에서 우리가 섭식자로서 처해 있는 상황은 바로 이런것이다. 미국에는 안정된 전통 음식이 한 번도 있어본 적이 없다. 이주민들은 저마다 고유의 전통 음식을 미국의 식탁에 옮겨놓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지속적으로 국민적 음식이 될 만큼 영향력 있는 음식은 없었다.

...........

세대를 거듭하여 대략 똑같은 음식을 먹고 있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 문화는 음식 선택에 있어 맛이나 전통 같은 오래된 기준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놀라는 사실은 일부  문화는 영양학이나 마케팅보다 습관과 즐거움이라는 측면에서 요리법을 결정하지만 우리보다 더 건강하다는 것이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The Omnivore's Dilemma by Michael Pollan) 중
여울에서 세미나 책으로 내가 추천해 놓구선 난 한 번 읽었다고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책. 일단 밀린 부분 제치고 내일꺼만 읽었다. 짧아서 다행. 흡.

마이클 폴란을 21세기에 가장 큰 업적을 이룬 사람 중에 하나로 꼽는다. at least in my world.

폴란아저씨가 대놓구 지적하기를 미국의 식생활에서 포도식이니 백번씩 씹어먹기니 (19세기 말), 그리고 무탄수화물 다이어트와 고기만 먹는 앳킨스 다이어트 (20세기 말) 등 유행이 들쑥날쑥 하는 것이 미국에 안정된 전통 음식이 없어서라고.

사실 이민자들이 모여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참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음식을 즐길 수도 있는 곳이 미국인데, 그눔이 패스트푸드 (a.k.a. multi-billion dollar industrialized food) 때문에 농사는 산업화 되고 음식은 가공되고 건강은 악화되는 총체적인 난국이 생긴거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한국 음식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고유의 cuisine이 살아남은게 난, 신기할 따름이고. 0_0

특히, 각박한 도시 생활을 하는 Seoulites - 밥을 너무 소홀히 생각한다. 하루 일과중에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하는 행위. 너무나 빨리 먹어 치워 버리고, 음식의 정체에 대해서 고민을 거의 하지 않는다. 폴란이 이런 얘기도 했다. 현대인들은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살 때는 이것저것 꼬치꼬치 따져보면서 내 몸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출처에 대해서는 너무 생각을 안 한다고.

그니까, 비빔밥 한 그릇 먹을 때, 쌀은 몇 시간이나 뱅기, 아니 며칠이나 배를 타고 여기 왔을까, 콩나물은 몬산토가 어처구니 없는 권리를 -_- 갖고 있는 GMO 콩으로 재배되었을 확률이 90%이고, 고사리는 아마도 중국에서, 호박이랑 당근은 어디서 왔을까나, 계란 후라이는 엄청 스트레스 많이 받은 닭 (달걀을 생산하는 닭은, 미국의 경우, 대략 A4 용지 두 장의 크기만한 공간에서 열 두마리가 공존한단다)이 낳은 달걀에서 부쳐진.  머 이런 고민.

피곤하다고. 됐고요, 하고 넘어가기에는,
too much is at st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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