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거상 김만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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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3 주인공으로 살기 2
  2. 2010.03.21 장사는 진심이다.
  3. 2010.03.08 거상 김만덕과 사랑이 꽃피는 나무 6

주인공으로 살기

Posted 2010. 3. 23. 00:35
거상 김만덕은, 일단 시작했으니 주욱 보기는 본다. 6회에서는 홍이가 커서 놀랍지 않게 제주에서 최고로 인기 높은 기녀가 되었고, 예상했던대로 순응적이지 않은 여성으로 자랐고, 옆에는 그녀의 꼿꼿함을 어떻게 해서든지 꺽어보려는 무리가 있다. 또, 가까이에는 동아가 홍이를 늘 지키고 있고, 홍수 도령도 성인이 되었다. 홍이도 자랐고 홍수도 자라서 이미연도 나오고 한재석도 나온다.  정홍수의 아역을 맡은 도지한을 처음 보고서 너무 쌍커풀이 두껍고 사극에 몰입하기가 어려운 마스크라는 생각을 했는데, 한재석이랑 닮은 모습이 나름 이유있는 캐스팅인가보다했다. 스토리 구성이 엉성해서, 아니면 편집을 잘 못했다는 생각에 절대 몰입은 못하고 있는데 한재석의 연기가 별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좀 더 잘 하면 좋겠다.

이래 저래 궁시렁대다가, 홍이의 대사 한 대목을 곱씹어 보게 된다. 별이 엄니가 전복을 억울하게 뺏기는 것을 보고 정의로운 홍이는 상소를 쓰고, 걸린다. 서문객주와 지저분하게 얽혀있는 제주 현감 최남구가 잔뜩 열받아서 6회의 메인 소재인 홍이의 화초머리 행사를 이틀 뒤로 잡아버린다. 그리고 홍이가 자신의 화초머리를 올려주기로 되어 있는 강유지 (강계만의 서자)와 마주 앉는다.

강유지: 그냥 나랑 하룻밤 논다고 생각하면 안되겠느냐.
홍이: 제 인생인데 제 의지대로 할 수 없다는게 분합니다. 

이런식으로 허다한 여성들이 자기 없는 인생을 살았을 상상을 조금만 해 보아도 깝깝하다. 조선시대에는 여성들 뿐만 아니라 신분이 낮은 계층에 속하거나, 사악한 무리의 뒷 덜미를 잡힌 남성들도 억울한 사정이 많았겠지만서도. 그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의지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테니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내가 나 될 수 없는 인생이 무언가 이건 아닌듯 싶으면서도 그 부조리를 직시하고 사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면서 주체를 상실하고 타자에 기대어 내적 파시즘/지배주의에 길들여져 살아가야만 하는 인생이 아니었을지?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어쨌든 헌법상으로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정의와 자유를 외치지만, 누군가가 직접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고 바람직한 리더가 되어 주길 바라고 있다. 내가 내 인생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을 하는지, 또 사건을 당하지만 않고 만들고 사는지 살펴 보면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정말 이해하고 중요시하는지 되짚어 볼일이다. 자신의 정인을 선택할 수도 없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극히 제한된 인생을 살지만 그래도 홍이는 자신의 인생의 사건을 직접 헤쳐나가는 듯 하다. 그러니까 인생의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21세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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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진심이다.

Posted 2010. 3. 21. 00:07
사극에서 5회가 되도록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그리는 아역이 활약하는 것은 드문일이다. 그만큼 심은경이 연기를 잘 해서인가? 그렇더라도 스토리가 너무 늘어지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서문객주의 차인 김동주 (이달형)를 제외하고는 제주도 파의 연기가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홍이가 묘향의 계략에 꼬여 교방의 행수의 수양딸이 되는 그 장면, 홍이와 동아가 서로에게 미안해 하고 고마워 하면서 본인들의 의지대로 인생을 전혀 살 수 없는 모습에 눈물이 주룩주룩 나기도 했다. 솔직히 눈물을 흘리면서 까지 슬퍼하기엔 살면서 너무나 허다하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 인데, 좀 그랬다.

여튼, 이 드라마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장사에 대해서 할매가 "장사는 진심이다"라고 했던 대목이 되풀이 된다. 할매는 장사는 진심이고, 더 먹으려고 입으려고 돈을 버는 것은 해서는 안될짓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팔되, 그 물건을 내가 더 잘 알아야 하고.... 장사와 진심이라는 단어가 짝을 지어 간다니 인상적이지만 장사가 진심이 되고 아니 될 수 있는 경계를 어떻게 분간할 것인가?

얼마전에 읽은 소상공인에 관한 글에서 매출이 오른다고 해서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매출이 오르면 장사가 잘 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무엇을 갖다가 얼마에 팔고 얼마를 남기는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 총 매출은 높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가는 돈이 많으면 안정적인 비지니스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고민은 쉬이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인데, 이런 저런 고민이 진행되는 가운데  장사에서 진심을 지키며,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 살아 남지 못한다면 간단한 답이 되는 것이고, 그래도 잘 된다면 질문만큼 어려운 답, 혹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홍이와 동아는 제주에 갇히고 너무나 황당하게 그들의 주체적 의지를 말살 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주인공이니까,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겠지. 그 진심의 과정을 지켜보는 나는 아웃사이더로서 답답하고 짜증도 나겠지만, 드라마 인것을 다시 상기하며 재미있게 보자. 진심은 한 영리업체의 상황을 찍어서 보여주는 balance sheet가 아니라, 일정 기간의 쌓임을 나타내주는 income statement 같은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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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이 오랫만에 드라마에 나온다 하기에 들여다 보았더니 내용이 쏙 마음에 든다. 파스타가 끝나면 다시 드라마를 멀리 해야겠다고 생각했건만, <거상 김만덕>을 찜했다. 이번 주말에 방송된 1, 2회에는 만덕의 어린시절이 그려진다. 아역배우 심은경이 톡톡히 한 몫을 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나올 때는 아직 드라마가 시작하지 않은듯한 느낌이 든다. 그 가운데 고두심 아줌마께서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어 든든하다고 할까?


할매 (고두심)가 양성소를 운영하는 덕에 귀여운 아이들이 우루루 나온다. 그러다가 반가운 어른이 등장한다 -- 바로 최재성! 초등학생 때 매주 빼놓지 않고 시청했던 <사랑이 꽃피는 나무>에 나왔던 배우다. 어린 나이에 이 드라마를 보면서 너무 즐거워 하고, 일주일 동안 기다리기도 했다. 그 때 부터 한 번 꽂힌 드라마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듯. 최재성은 <사랑이 꽃피는 나무>가 끝나고 몇 년 후에 방배동 KFC에서 직접 봤던 적이 있다. 혼자서 치킨을 열심히 드시고 계셨다. (내가 어렸을 때 아저씨였어서 왠지 존칭을 써야만 할 것 같다.) 어린 남자아이가 다가가서 싸인을 요청하니 치킨 바구니를 잠시 옆으로 치우고 싸인을 해주고 나서 다시 열심히 치킨을 드셨다. 혼자 앉아서 치킨을 먹고 있는 모습과, 싸인을 해주는 반응과 다시 열심히 먹는 모습이 모두 "까치"스러운 스타일이었다. 


거상 김만덕의 첫회가 끝나고 나서 최재성 생각을 하다 보니, 아! 이미연의 데뷔작이 <사랑이 꽃피는 나무>였다. 이미연과 손창민이 좋아하려는데 최수종이 이미연에게 홀딱 반해서 굉장히 열심히 좋아했다. 그 때 이미연은 가난한 소녀가장이었는데, 적극적으로 대쉬하는 최수종하고 잘 만나다가 최수종이 의대 국가고시를 치르고 난 다음에 헤어지자고 했다. 자신은 선택받는 여자가 아니라 선택하는 위치에 있고 싶다는.... 그런 대사였던 듯. 그리고 안정훈도 굉장히 훈남으로 나왔던 것 같다. 그가 좋아했던 여자로 (지금은 뽀글뽀글 아줌마로 나오지만) 풋풋한 김혜선이 나왔다. 고정역할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김혜선이 맞는것 같다. 집안의 어른은 김창숙과 송재호 였다. 최재성은 김창숙 아줌마의 동생, 의대생들의 삼촌벌. 최재성이 좋아했던 여자로 최수지가 나왔고.

검색을 해보니 이 사진이 나왔다. 두 딸로 이상아와 김민희가 나왔었지... 이상아가 손창민 좋아했었고.


20년이 넘은 드라마 내용을 줄줄이 기억해내고 있으니 내 메모리에는 더 이상 새로운 정보가 들어가지 않는다. 어렸을 때 저장된 전화번호, 생일을 아직도 생생한데 크면서 (나이 들면서) 습득한 정보는 늘 가물가물 하다.

몇 년 전에 주몽을 시청하면서 매 회는 아니었어도 시청후감을 일기장에 적곤 했는데, 김만덕도 왠지 후기 쓰고 싶게 만들 것 같다. 주위에서 <추노>를 봐야한다는 압박이 들어오고 있지만, 추노는 추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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