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날 기념하여

Posted 2010. 6. 23. 11:58
우리나라 월드컵 원정 역사상 첫 16강 진출하다.

나이지리아 전은 생략할 참으로 알람도 맞춰놓치 않고 잤다. 그런데 새벽에 잠이 깨 시계를 보니 3시 40분. 이게 어인 애국심이란 말인가. 당황스럽다. 책상에 손을 뻗쳐 DMB로 티비를 틀다. 곧바로 우체선수, 선제골 날려주신다. 비몽사몽 침대속에서 트윗을 날리고 있으니 이정수가 골을 하나 넣는다. 마루로 이동해서 본격 관람.

나는 월드컵 때만 축구를 보는 국민. 이 선수들의 표정과 가슴에 담긴 그 심정을 내 어찌 이해한다 할 수 있으랴.

오늘 경기에서 김남일 선수가 큰 실수를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이런 방식으로 욕하는 분위기 참 싫다. 김보민 홈피까지 가서 악플달고.

얼마 전 트윗에서 이명박을 지지하는 트위터러가 있었다. 엠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맹공격을 가했다. 그래서 그 트위터러는 트윗을 떠났다. 아무리 엠비 지지자일지언정, 그렇게 획일적으로 사회를 몰고가려는 사람들은 이명박과 별반 다를바 없다고 여겨진다. 지난 선거 때 진보신당/노회찬을 맹비판한 사람들도 그렇고. 이명박 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저지하는 인간들이라 본다.

어쨌든, 나이지리아를 보면서 북조선의 참패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기쁜만큼 많이 미안하다. 대한민국도 한 설움하는 나라라지만, 일단 아프리카 대륙 국가에 나 같은 많은 사람이 별 관심도 정보도 갖고 있지 않은 나라... 이들은 이제 집으로 가겠지.


그래도 즐거운 샷으로 마무리:

늘 한결같은 저 표정, 므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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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도보

Posted 2010. 6. 22. 10:28
어제 축구끝나고 뒷풀이 후 헤어진 장소는 가로수길이었다. 압구정 쪽 입구 가로수길. 지난 주에 새벽에 동대문에서 광화문까지 걸어갔다는 지연씨의 기운을 받아, 나도 일단 걸었다. 길에 택시가 여러 대 서있고 지나다니고 했지만, 일단 도산대로까지 만이라도 걸어가봐야 겠다는 생각.

일단 큰길로 나오니 횡단보도가 없어 신사역내를 통과해 강남대로로 진입했다. 아침이 그닥 머지 않았다만 차가 왜 이렇게 많은지. 땅 파는 광경도 빠지지 않는다.

내가 돌아다니지 말아야 할 시간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증거물 한 컷.


교보타워 사거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천막부스가 여럿 있었다.

그 주변으로 먹을거리를 파는 트럭들. 한 군데서는 어떤 아저씨가 우동을 너무 맛있게 먹고 있어서 나도 거기에 앉을 뻔 했다.

삼성의 야간 마켓팅?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대리운전 기사들의 대기장소인것 같았다. 타이는 안 맺어도 말끔한 복장의 아저씨들이 정말 많았다. 

이 프리즈비 샵은 뚜레쥬르가 있던 곳이다. 옆 쪽에 파리바게뜨가 들어와 문을 닫은 모양이다. CJ나SPC나 그놈이 그놈이지만, I abhor any and all forms of monopoly. 

중요한건, 이 골목 사이로 들어가면 Dos Tacos가 있다는거다. 정말 맛있는, 부리또. 야미~

0123456


좀 더 걷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이제 졸음이 왔다. 강남역 바디샵 앞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씽~

아침 3시반 까지 걸어다닐 수 있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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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Posted 2010. 6. 22. 09:49
왜 갈라서서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아니, 안 따져보아도, 한반도의 허리가 잘려 손해 보는게 너무나 많다.


어제 처음 들어가본 봉은사 - 경기 시작이 8시 30분이었는데, 8시 25분까지는 관람하는 사람 2명당 카메라맨 1명 꼴로 취재진이 붐볐다. 그리고 나서 경기 시작한 후 마당이 꽉 찼다. 전반전, 한국이 아르헨티나전 뛴것 보다 났다...는 궁시렁 궁시렁. 2대 0 이었을 때 까지만 해도, 아... 남북이 공동으로 16강 진출한다면 진짜 멋지겠다. 일본이 옆에 끼여도 (?) 괜찮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후반전 시작하고서 흐미,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경기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중간에 갈 수는 없고, 트윗이라도 날리고 싶었는데, 아이팟에 와이파이도 안 잡히고 - 꿋꿋한 비 아이폰 소유자 일인. 


경기결과에 허탈하고 실망감이 많았지만, 사실 월드컵 예선 진출은 아무나 하나. 시합이야 도아니면 모, 이기는거 아니면 지는건데, 질 수도 있는거고. 아픈만큼 깊어진다고, 뼈아픈 아픔을 통해 북측의 대표팀 선수들이 더 강인해 지지 않을까? 포르투칼 봐라. 맨날 이기더니만, 정말 인간적인 므흣함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냉철한 로보트들. 그걸 그렇게 7개 까지 넣고 싶었을까. 에라,,,, 

호날두는 정말 어메이징하긴 했다. 인정. 

그래 괜찮다. 정말이지 언론만 설레발치지 않으면 좋겠다. 하루동안은 브라우져를 열어도 헤드라인에 눈길을 주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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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후

Posted 2010. 6. 17. 17:48



오랫만에 오라버니 연극을 보고 왔다. 꽉찬 30대 중반 29세를 연기하다. 분장을 너무 안해서, 좀 그렇더라. 고생한 29살 설정이니 내츄럴한 컨셉으로 간것인가? 

별수 없이 가족이라 그런지 오빠 공연을 볼 때면 연극에 몰입하기 전에 일단 대사를 틀리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에 긴장된다. 이제는 나도 경험상 그 긴장이 오래 가지는 않는다. 옥탑방 설정의 이번 공연은 옥탑방 옥상 마당에서 주로 연기가 이루어지다 보니 객석과 배우가 너무 가까워서 좀 더 불편했다. 그리고 철수랑 오라버리 캐릭터랑 너무 많이 오버랩되서 연기 같지 않았던. 앞에 있는 철수에게 맞장구 춰 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오빠는 공연 때 마다 주위 가족, 친구들을 열심히 불러모은다. 나 같으면 눈앞에 아는 사람이 앉아 있으면 못할 것 같은데 배우라서 그런게 되나보다.

21세기 대한민국 29살의 고민. 상당히 뻔한 얘기지만 대본이 참 좋았다. 재미있고 의미있고. 실제로 29살인 친구들과 같이 보고, 언니로서 여유로운 소감을 주었다. 푸하. 사실 난 이날 29살 친구들에게 새벽까지 상담을 받았다. 뭐, 상호적인.

작가: 김태형.

바야흐로 2010년이다. 생각의 미끼를 던져주는 작품인데 이 제목대신에, "영희, 철수" 였으면 더 신선했을 것 이다.


포스터가 이쁘다. "영희, 철수"였으면 딱이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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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p Coffee / 드립 커피 - 칼리타

Posted 2010. 6. 15. 20:09
커피 공부를 시작하고나서,

커피의 이해, 생두, 로스팅, 블렌딩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5주간 에스프레소 공부를 했다. 바리스타 시험을 볼 생각도 없고 기계를 사서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내릴 일도 없기에 에스프레소는 슬렁슬렁 했다.

온도계를 빼먹었다. 물의 온도를 86도 맞추기 위해 일일히 재야 한다. 까다롭다.


그리고 나서 3주 전부터 드립과정이다 - 드립 커피 배우려고 시작한 공부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잘 하시면 배울 필요가 없지예."
경남 양산에 있는 세라도 대표 조수제 선생님의 말씀이다. 조수제 선생님은 일주일에 두 차례 서울로 강의하러 오신다.

드립 첫 시간에는 재미없는 이론 공부를 하고, 두 번째 시간에는 물줄기 조절과 뜸들이는 연습을 했다. 커피 가루와 물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파우더 위에 물을 붓는 것이 아니라 얹어야 한다. (whatever that is...) 

커피 드립퍼 종류는 네 가지 -- 커피 내리는 드립퍼가 4가지나 되는 이유는,
종류별로 커피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라고 한다.

1) 칼리타 Kalita: 구멍 세 개
2) 멜리타 Melita: 구멍 한 개
3) 코노 Kono: 꼬깔 모양, 구멍 한 개
4) 융: 털다린 천

지난 주 부터 칼리타로 뜸들이기와 두 가지 맛 내리기를 했다.

칼리타: 구멍 세 개 송송송


칼리타 마일드 추출 방법

커피 파우더 - 15그램, 물 온도는 86도.

1) 뜸 들이기: 가는 물줄기로 안에서 부터 바깥 쪽으로 세 바퀴 타원을 그린다. 커피 파우더의 부피가 찐빵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맛이 우러난다. (커피가 신선하지 않거나 로스팅이 잘 안 됐으면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뜸 들이는데는 15그램의 물이 알맞는데 3회전으로 15그램 맞추는게 쉽지 않다. 처음에는 30그램을  훌쩍 넘었으나 오늘은 20그램 정도가 됐다. 첫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부터 30초간 뜸을 들인다.

2) 중앙점에 물을 부으면서, 아니 얹으면서, 흰 거품에서 갈색 거품이 일어나는 것을 기다린다. 커피 파우더가 전체적으로 부푼다. 갈색 거품이 보이기 시작하면 안에서 바깥쪽으로 6회전 촘촘히 돌리고, 2회전 밖에서 안으로 크게 돌린다. 이 상태의 물 높이를 추출이 끝날 때 까지 유지한다. 더해지는 물의 양과 아래로 내려지는 커피물의 양을 같게 하여 커피의 농도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3) 안에서 바깥쪽으로 6회전 촘촘히 돌리고, 2회전 밖에서 안으로 크게 돌린다. 

4) 안에서 바깥쪽으로 6회전 촘촘히 돌리고, 2회전 밖에서 안으로 크게 돌린다. 

5) 3회전 안에서 밖으로 크게 돌린다.

* 뜸을 30초 들이고 난 후부터는 추출이 끝날 때 까지 멈추지 않는다.
** 커피와 물이 닿는 시간은 1분 30초가 적당 -- 지금은 2분 정도 되고 있다.
*** 위 과정을 다 거치고 얻어야 하는 적절한 양은 150cc의 커피를 추출.
**** 내리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커피액의 양이 적거나 많아지면 맛이 덜 하게 되는 것.

... 희망적인 순간 ...

칼리타 레귤러 (조금 더 진함) 추출 방법

커피 파우더 - 15그램

1) 뜸 들이는 물은 15그램, 시간은 30초에서 +/- 5초. 뜸 들이는 시간이 길어지면 커피가 진해지는 것이고 그 반대는 약해진다. 맛이 뿜어져 나오는 시간.

2) 안에서 밖으로 3 - 4회전 돌리는데, 물 수위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150cc가 될 때 까지 추출한다. 소요시간 1분 30초를 지켜야 한다.

연습할 때 로스팅레벨, 가루 굵기, 온도, 시간 등을 기록하여 맛의 차이를 느껴보라....는 선생님의 말씀. 

볼륨 초과... not b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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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n Action

Posted 2010. 6. 15. 01:57

3 Roma tomato plants & 1 bell pepper + flowers
Mr. Bill Burnside, Siloam Springs, Arkansas


재료


케이크 반죽:
두유 130g
포도씨유 or 해바리기씨유 15g
비정제흙설탕 20g
레몬즙 10g - 이 잆어서 바닐라엑스트랙트 조금

통밀가루 120g 
베이킹파우더 1/2 tsp 
베이킹소소다 1/8 tsp 

냉동블루베리 120g
크럼블
포도씨유 or 해바리기씨유 15g 
통밀가루 15g 
비정제흙설탕 20g 
오트밀 25 - 40g
 








1. 크럼블 재료를 섞어서 따로 둔다.
2. 두유 + 기름 + 설탕 + 레몬즙
3. 밀가루 + 베이키파우더 + 베이킹소다 
4. 2 + 3 
5. 팬에 반죽을 붓고, 블루베리를 얹고, 크럼블을 얹는다.
6. 180도에 35분 굽는다.

오븐 들어가기 전


오븐에서 나온 후



맛은, 버터가 매우 그리워지는 맛.


우리밀통밀 파는 곳: 구례순우리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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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over lunch: 떡볶이와 피자

Posted 2010. 6. 9. 13:43
서로 일부러 만날일은 없으나 우연히 시와 공간을 나누게 되면 함께 하게 된다.

어제 홍대앞 삭에서 사온 떡볶이: 


어제 먹고 남은 것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물을 조금 붓고 약한 불에 한 번 끓였다. 어제와 비슷한 맛! 오예~

"삭"이라는 동일한 이름에 주황색 바탕의 같은 간판을 걸고 떡볶이와 튀김을 파는 곳을 몇 군데 보았다. 상수역 1번 출구에 삭이 있고 이대 쪽에도 삭이 있고 또 홍대쪽으로 가서 서교예술실험센터 쪽에 삭 튀김집이 있다. 내가 가는 상수역 삭 아저씨한테 무슨 관계가 있냐고 여쭈어봤더니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하신다. 어쨌든 맛은 단연코 상수역 삭이 최고다. 윤은주라는 애가 이대 삭이 제일이라고 계속 우기는데 이대 삭은 너무 맵고 너무 달다. 

상수역삭은 밀가루 떡볶이이지만 굉장히 쫄깃하고, 달콤맵콤한 맛의 조화가 치우치지 않는다. 그리고 보통 접하는 떡볶이 집의 튀김과는 다른 독특하고 실한 튀김 종류가 많다. 떡볶이 집에서 튀김류를 먹은 적이 거의 없는데 작년에 삭을 알게 된 후 튀김을 정말 많이 먹었다. 이제는 건강상 튀김을 끊었고,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떡볶이를 조금 더 먹는다.

삭은 저녁 때 가면 사람도 많고 복잡해서 먹고 나오기 바쁘다. 그런데 두 세주 전에 12시쯤 갔더니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한가한 분위기에서 평화롭게 내 떡볶기를 먹고 있는데 라디오가 틀어져 있는게 들렸다. 얼마전에 국방부에 100억 기부한 사람에 대한 극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잉~ 국군방송??? ... 순간 평화가 깨지려는듯한 맛.

그러나, 떡볶기와 튀김도 맛있지만, 여기 아저씨가 너무너무 친절하시다. 왜 국군방송을 들으시는지 이해하고 싶어진다. 아직 아들을 군대 보냈을 만한 나이는 아니시고, 그냥 순수하게 국군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있으신건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독특하신건가? 아니면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주파수가 거기에 맞쳐진건가?

안면도 있고 해서 여쭤보고 싶었으나, 아저씨가 다정 다감하게 친절하신 스타일은 아니고, 부드럽고 조용하시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시는 듯한 분이다. 그래서 그냥, 떡볶기에 집중.

피자는 엄마가 라피자에서 며칠 전에 사오신 것이다. 냉동실에 있던것을 오븐에 살짝:


라피자는 엄마의 지인이 운영하시는 곳이다. 가끔 여기서 피자를 사오시는데 재료도 좋고 (혹은 재료가 좋아서) 맛이 좋다. 그래도 예의상 홍보 - 검증된 - 차원에서 포장상자 샷을 하나 올린다. 그런데 살짝 걸리는게 있네. "우리 밀과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진정한 오가닉 피자...." 여기서 "진정한"이라는 단어는 뺏으면 좋으련만. 과한 표현이다. 

박스에 적힌 정보: 강남구 논현동 65-24 1층; (02) 512-0320


떡볶이위에 드려진 그늘은 어쩔수가 없네...


피자토핑이 소박하여 더 궁합이 잘 맞았던듯 하다. 떡볶이를 열심히 먹다가 피자를 한 입 먹으면 매운 맛이 고소한 치즈와 크러스트맛으로 중화가 된다. 그 뒤에 따라오는 시원한 토마토 맛이 입안을 정리해 주고. 다 먹고 나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혀 밑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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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

Posted 2010. 4. 30. 12:32
섬뜩한 동영상 한 편:
 
단순히 언론보도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분노하고 반대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잊어버린 강에대해 느끼고 알기를 바란다며 지금이라도 강을 찾아가보기를 권하셨다는 (여기서) 지율스님의 말씀이 팍 와 닿는다.

English Translation

(PS: 사람의 목소리를 갖고 뭐라고 하는 것은 못된짓이지만, 어느 특정한 목소리가 한 특정한 개인의 인격과 결합되었을 때 초래하는 견디기 힘든 파장효과에 대해서는 그 당사자에 책임을 물어도 좋지 않을까?)

내 두리반 이야기

Posted 2010. 4. 29. 01:50
홍대쪽에서 회사를 다닌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데 짧은 시간동안 두리반이 처한 before and after Christmas 2009를 지켜볼 수 있었다.

내가 처음 두리반에 간 것은 가을 끝자락이었던 것 같다. 이미 건물에는 보기 흉한 현수막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그 건물에 남은 것은 두리반 뿐이었다. 외부는 흉물스러웠지만 큰길 공사판의 소음과 어글리한 쇠붙이에 떠밀리듯 좁은 인도에서 식당안으로 들어가면 깔끔하고 훈훈한 분위기였다. 두리반은 크고 둥근 상이라는 의미인데, 두리반 식당 안의 테이블은 굉장히 투박하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두드러지는 사각형이었다. 의자도 사각형 벤치, 그 위에 커다란 따뜻한 털이 방석용으로 깔려 있었다.

처음 간날 동행한 사무실 식구들은 보쌈정식과 매운 칼국수를, 나는 풀이 그득한 비빔밥을 주문했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만두 (뽕잎 만두였던것 같다)를 먹는거다. 좀 추했지만, 나도 모르게 한참동안이나 시선을 그 만두에서 띌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면 원하는게 이루어진다....는 말이 내게도 적용되는 순간이었다. 우리 사무실 분들과 주인아주머니 - 지금은 많이 유명해지신 안종려님 - 와 친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날 따라 (그 후에는 없었음) 만두를 서비스로 주시는거다. 오예~

그러던 어느날, 오전에 외출하신 우리 사장님과 점심 때 동교동 삼거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날이 너무 추워서 두리반에 들어가서 기다려야지 하고 달려갔는데... the rest is history. 그리고 며칠 뒤에 텔레비젼에서 우연히 두리반과 (나에게 낯설지 않은) 정금마을의 철거 사건을 다루는 시사프로그램을 접했다.

한 서너달 사이에 두리반에서 예닐곱번 쯤 밥을 먹었다. 다시마 칼국수, 뽕잎 칼국수,  또 다른 여러 종류의 칼국수를 먹었는데 쇼트텀 메모리 현상이 극심한 관계로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원래 맛있는 무채를 맛 보기가 쉽지 않은데, 두리반 무채는 내 잎에 딱 맞았었다. 한 번은 혼자가서 밥 먹으면서 무채를 몇 번씩 더 달라고 하여 먹었다.

2009년 성탄절 이후로 두리반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먹을 수는 없지만 못지 않게 훈훈한 일이 추운 날씨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나가다 두리반에서 진행되는 행사 포스터를 많이 봤는데, 5/1일에는 나도 가보려 한다. 여기서 예약하면 된다는데, 어디를 클릭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사진출처 모두: 박김형준>

두리반에 좋은 기운이 모여서 예측하지 못했던 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암울한 상황에서 사막에서 꽃이라도 피듯 희망을 발견하는 움직임들이 있지만, 난 그저 뽕잎 칼국수를 다시 먹고 싶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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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투어 / Coffee Tour in Seoul

Posted 2010. 4. 21. 14:30
커피교실에서 커피투어를 떠났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공부시간외에 다른 날을 하루 정해서...

낙성대 쪽 길상사에서 스님들이 운영하시는 카페, 대학로 학림다방 등 몇 가지 코스가 있었는데 우리 저녁반이 선택한 곳은 가회동/계동이었다. 삼청동길과 헌재가 있는 길은 여러번 지나다녔지만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왼쪽으로 꺽어져 들어가는 현대사옥 옆 길을 쭉 올라가기는 처음이었다.


길바닥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잘 닦여 있었으나 기분 좋은 훈훈한 동네였다. 엄마의 외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가회동에서 태어나셨다고 한다. 그 독립운동가 아버지는 비운의 삶으로 돌아가셨지만 그 아들은 나름 편하게 사셨다는데, 내가 어렸을 때 지켜본 그 분을 더 알지 못한게 아쉽다. 나라와 시대를 위해 진중했던 분들의 정신이 나에게 까지 이어져 오지 못한 것도 그렇고. 이 길을 걸으며 뚜렷한 한옥촌의 흔적을 체험하면서, 그 할아버지가 태어나 사신 그 집은 어디일까 궁금했다.


이 소아과는 진료중인 병원인가? 사랑과 야망같은 드라마 씬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서울에서 참기 힘든 것 중에 하나가 간판들인데 이 간판은 정보전달과 미적역할을 둘 다 잘 해주고 있다. 오늘날의 컨텍스트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태리 면 사무소 - 동네분위기에 잘 맞춘 컨셉이다. 오래된듯한 느낌을 주나 우리나라에서 오래됐었을 수는 없는 가게일것이기에, 약간 속임수를 쓰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어쨌든 자신의 개성을 지키면서 속해 있는 주변을 저해하지 않는 모습이 므흣하구나.


저녁 7시에 약속장소는 한 카페였다. 그런데 모이고 보니 배가 고파서, 빈속에 커피를 들이 마실 수 없으니 밥을 먼저 먹고 오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데 늦게 오는 사람들 올 때까지 30분 넘게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런... 배는 고프고, 저녁 시간에 카페를 몇 군데 돌지도 못 할텐데, 집에 가려면 또 먼길을 나서야 하는데, 식당으로 우선 옮겨서 늦는 사람들 그리로 오라고 하면 안되나... 나다운 생각으로 마음이 답답해지는데, 지난 주에 조윤정쌤이 나누어 주신 자료집이 떠올라 깨갱 참았다. 여성환경연대에서 만든 현대인을 위한 대안생활 가이드 북 - 느리게 사는 삶, 느리게 사는 즐거움. 커피스트가 여성환경연대의 느리게 살기운동에 6호로 참여했다.



안동손칼국수 집. 저쪽 삼청동 가는길에 있는 북촌칼국수보다 훨씬 더 정겹고 특색있는 곳이었다.


누른 호박전 - 나도 모르게 젓가락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본 사물에서 빗나갔으나 포커스를 맞춰본 적이 거의 없는지라 뿌듯함에 그래도 이 샷을 올린다. (웃을 사람들은 웃으라.) 단호박을 감자전처럼 만든 것이었는데 처음 봤다. 맛이야... 단호박을 재료로 해서 맛없게 하는 일이 더 어려울테니.


메인코스 칼국수. 국물은 사골국물로 뽀얗고 면은 가볍고 정갈했다. 일반적으로 접하는 칼국수와는 사뭇 달랐다. 예전에 유행했던 농심사골라면이었나, 설렁탕면이었나? 그 라면을 연상시켰다. 물론 이 칼국수가 라면 맛 수준이었다는게 아니라, 어렸을 때 외갓집가서 자주 먹던 그 설렁탕면을 회상시켰다. 그 밤에 연탄불에 구워먹었던 고구마도. 의자밟고 올라가서 집에서는 엄마가 못하게 했던 설겆이 했던 할머니 부엌도.


아직 친해지지 않은 분들이었지만, 맛있는 상을 앞에 두고 조윤정쌤의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는 친화력에 도란도란 수다를 떨면서 밥을 다 먹고 나니 여덟시 반이었다. 이미 어둑해 졌고 (위 사진은 저녁 6:50분 경), 더 서두를 필요도 없이 만남의 장소였던 커피한잔으로 옮겼다.








커피한잔은 대학로에서 술집을 하시던 사장님께서 여차여차해서 너무 많이 쌓인 엘피판을 어쩔까 고민하시다가 여차여차해서 엘피판을 쌓아 놓았던 장소가 카페로 진화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좀 웃기기까지한 수준으로 도시의 폭력성에 트라우마를 느끼고 있는 요즘 정겨운 동네 탐방, 모든 것에 손 떼가 묻어있고 자본주의의 공격적인 모습이 없어 기분이 들떴다. 그런데, 이 가게는 개업한지 3년 되었다고 한다. 3년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를 지닌 물건들이 총망라되어 레트로 분위기를 물씬 풍겼지만, 결국엔 내가 느낀 오랜것에 대한 향수와 만족감도 연출된 것에 대한 조작된 반응이었다. 꼭 신랄하게 비판할 필요까지는 못 느끼지만, 그래도 김은 약간 샛고, 그리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야릇한 허무함이 남았다.


커피한잔에서 2차로 집중 수다를 진행한 후 10시를 조금 넘겨 그 골목길을 더 깊숙히 들어가니 카페 무이라는 곳이 나왔다. 여기가 선생님께서 생각하신 두 번째 방문지였는데, 이론, 문을 닫았다. 유동인구가 적어서인지 늦게 까지 운영은 안하나보다. 카페 사장님 부인이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이어서 맛있는 밥도 판다고 한다. 다음 기회에...


그래서 찾아 간 곳이 연두. 여기는 선재미술관 앞 지나가며 여러번 본 것 같다. 별로 인상에 남을 만한 것은 없었다.




사람 만나기가 귀찮은 요즘, 커피를 매개로 낯선 공간을 찾아가 좋은 저녁을 보냈다. 커피공부가 끝나는 6월 이전에, 서울시내 투어를 한 번 더 하고, 강릉 쪽 커피집을 한 번 돌기로 했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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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믓 아저씨

Posted 2010. 4. 7. 00:01

운길산역에서 용산행 전철을 탔을 때 이미 전역에서 승차한 등산객들로 앉을 자리는 없었다. 함께 승차한 친구들과 짝 지어 대화를 나누다가, 회기 역에서 준표, 명진은 내리고, 자리가 하나 생겨 경아가 앉았다. 경아가 자리를 잡자 은주가,

"아이 언니 뭐야 혼자앉고. 나 언니 무릎에 앉을래."

옆자리의 약간 술기가 오르신 아저씨가 포개 앉아 귀여운 실갱이를 벌이는 두 아가씨를 보며 흐믓해 하신다.

"친구는 이래야 하는거야"

아저씨 맞은 쪽에 앉으신 일행으로 보이는 분들, "왕십리에서 내려서 2차를 가자고" 다짐을 받으신다.


은주는 경아의 무릎에 앉아서 나경에게 줄 선물에 메세지를 적는다.

은주가 준비한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에로스 책을 펼쳐 적는다.

"나경이 생일에 은주가  "

옆에 아저씨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볼펜을 잡은 은주의 손에 두시면서 흐믓해 하신다.


"친구들은 이러는거야." 

아저씨가 너무 좋아하신다.  왕십리역이다. 아저씨가 내리신다. 

"안녕히가세요!"

"잘 들 가요"

세 아가씨(?)들의 모습에 흐믓해 하시는 아저씨의 모습에 아가씨들도 흐믓하다. 별거 아닌 모습에 미소 지어주시면서 아가씨들에게 미소를 선사해주셨다.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가신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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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 Une Vie Toute Neuve

Posted 2010. 4. 5. 16:31
One review described A Brand New Life/Une Vie Toute Neuve as "a heart-tugger rather than a full-on tearjerker," and I can't agree more. The heart tugging was so well achieved by the deep eyes of Jinhee played by Kim Saeron, and her eyes did make vivid imprints on my memory. 

Putting aside Jinhee's riveting eyes for now, I noticed something else. The orphaned girls in the film didn't fight over food, except when Sookhee showed a mildly upset reaction that there was no cake left for her. (I thought she was going to play the mean girl but maybe the protagonist was already given more than enough to carry on her shoulder.) And the girls were adorned with outfits from a wardrobe that would satisfy any ordinary girl's desire, albeit being second-hands. While the physical provision of the orphanage didn't seem to be too hard on the girls, there was no portrayal of any mentally serious mistreatment of the girls in the film, either. Admitted that what I know about orphanage is from indirect accounts; but the girls' lives in the orphanage seemed to lack reality. For that reason, though, the film made me feel less anxious than it would've otherwise throughout all the heart tugging. The point here is that the film did focus on the transition of the young girl traveling to her new world. 

Another less significant symbol in the film is female age. In the secluded setting of an orphanage, Sookhee believes her age would work against her that she keeps secret her menstruation, which she does describe as normal, unlike the world that she awaits to enter or has come from. It was a subtle allusion to the society that favors females that are younger than not. The age pressure on Sookhee is described one more time when she takes the dealer's role (after older Yeshin has left the orphanage) during the girls' nightly fortune-telling game with hwatu. Supposedly, she has to shuffle the cards according to the number of her age. When she has shuffled it eleven times for she is known as eleven years old in the orphanage and to prospective adoptive parents, she stealthily adds one more shuffle, baffling other younger girls. But with the power of her age, she insists that her shuffle was correct.


My friends and I often talk about the possibility of adoption when we are married and ready and all. Although I would be open with my adoptee kid(s) about their adoption while they are growing up, I would want the idea of adoption in their imagination, not a felt experience. In other words, I would prefer to adopt a kid in his/her infancy without perceptible memory of his/her separation from birth parents and bewildering transition into a new family. That's also the case with my adoptee friends whose adoption experiences and the persons that they are today have bolstered my desire to adopt kids in the future. They were united with their new families when they were no more than two years old. 

Before I watched the film, I read about the director, Ounie Lecomte. She was adopted when she was nine. I still remember a lot of things that happened to me (but not so much of what I did) when I was nine. So, for me, it was more heart wrenching to watch a nine-year old girl go through her world coming apart, one event after another shattering her trust that was inherent at her birth. I am curious why Lecomte chose to describe the transition in Jinhee's life. As far as I know, she lost her mom, suffered maltreatment by her stepmom, and grew up as an Asian adoptee in France, and that was in the 7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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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그리고...

Posted 2010. 4. 5. 13:58
밥에 대해서 글도 쓰고 한국의 밥 문화를 어떻게 다양하게 확산 시킬 수 있을까 고민 하면서 (영어권) 해외 푸드블로그, 음식 관련 출판계를 보면 그 컨텐츠의 깊이와 방대함이 정말 놀랍다.  프렌치와 이탈리안, 그리고 이 두 나라 음식을 중심으로 무궁무진하게 짬봉되고 진화되어 다양한 식문화가 발달되었다. 우리나라 음식도 굉장히 좋은데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더러 우리나라 사람들조차도 우리 밥에 대해서 자부심이 없다.  정부가 한국음식의 세계화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 밥에 대한 사랑없이 돈만 써서 사진찍고 여기 저기 무성의 하게 그 사진을 뿌리고 그 사진을 줏어서 볼테면 보라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전략아닌 전략뿐이다. 얼마전에 참석했던  TEDxSeoul "음식의 마음"에서 한국 거주 외국인으로서 한국음식에 대해서 블로그활동을 하고 있는 Jennifer Flinn이 재미있는 발언을 했다.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서열화하는데, 이탈리아 음식을 제일 위에, 그 다음에 일식, 그리고 마지막 아래에 한국 음식을 놓는 다고 한다. 웃을 수 만은 없는 농담이었다. 

뉴욕타임즈의 기자 한 명이 오늘날 가장 다양한 음식문화의 향연을 맛 볼 수 있는 뉴욕시의 레스토랑 변천사에 대한 책을 썼다 -- "Appetite City." 1815년에 프랑스 파리에는 3,000개의 레스토랑이 있었다. 같은 시기에 뉴욕에는 단 한개의 식당도 없었다. 그 때 뉴욕은 한국에서 오늘날 20 - 30년전의 서울 강남이 논밭때기에 그치지 않았다고 회상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1827년에 스위스 출신의 두 형제가 파리의 분위기를 재현하여 Delmonico's라는 카페를 열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뉴욕의 일화는 서울의 먹는 문화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 주었다. 뉴욕에도 원래부터 다양하고 재미있는 식문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무의식 중에 내 안도(?)감에 뭔가 찜찜한것이 있었다. 내 기억이 3월 25일로 돌려져 김훈선생의 강의가 떠올랐다. 그 때 강의가 끝나고 질문시간에 "젊었을 때 김훈선생님께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이있었다. 그 답은 누구가 아니고 "밥"이었다. 김훈 선생의 답변을 다시 듣고 요약해보았다.

"젊었을 때 저에게 영향을 준 것은 사람이 아니고 밥입니다. 내 청춘의 꿈은 밥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기막힌일이죠. 제가 66년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그 때 저는 밥을 못 먹고 있었습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실록을 다 읽어봐도 우리가 밥을 못 먹고 있었습니다. 일부만 먹고 있었죠. 매달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전쟁에 죽고, 이런 기사가 매일 나옵니다. 사람들이 밥을 못 먹고 먹는 사람만 먹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 때도 이랬습니다. 그 때 우리나라 국정 지표가 기아퇴치였습니다. 나라가 굶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밥을 먹는게 꿈이었습니다. 내 많은 친구들의 꿈도 같았습니다. 그것은 매우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한나라, 시대 전체가 밥을 굶고 앉아 있으면 그 시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그 나라를 밥 먹는 나라로 바꿔야겠다는 당연한 꿈을 갖는 것입니다. 그것은 비속한 것이 아닙니다. 아주 건강하고 정당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밥을 먹는 세상, 나라를 만들었죠. 우리나라 역사를 볼 때, 고조선, 백제, 신라, 삼국시대 등 이런 구분도 필요하겠지만, 이 역사를 두 개로 나눈다면 밥을 못 먹는 시대와 밥을 먹는 시대로 가를 수 있습니다. 고조선 때 부터 내가 고등학교 때 까지는 밥을못 먹는 시대고, 내가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 부터가 밥을 먹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밥을 못 먹는 나라를 먹는 나라로 바꾸어 놓은 것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보다 더 위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밥을 먹는 나라로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 세대들은 많은 비리와 죄악과 차별과모순을 저지른 것이죠. 그것이 사회의 구조적인 악이 되서 지금 깔려 있는 것입니다. 구조적인 악의 바탕위에 이 사회의 먹이 피라미드가 서 있는 것이죠. 이 구조적인 악을 해결하지 못하면 이 세대는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아마 나는, 우리세대는 그걸 해결하지 못하고 그 고통스러운과제를 후배세대들에게 떠 넘기고 물러가는 수 밖에 없겠죠. 이 것이 내 청춘에 가장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밥입니다.

나는 어렸을 때 밥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밥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김훈 선생은 밥을 못 먹어서 밥을 먹자는 꿈을 꾸고 젊음을 보냈다. 역사는 진화한다는 말만 믿고 내 바람을 간직하기가 너무 무모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김훈선생은 역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어서 역사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 이를 테면 약육강식 (남한산성)이나 인간의 절망과 고뇌(칼의 노래)를 얘기하고자 할 때 역사를 전략적인 도구로 택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무상급식으로 명명된 사안만 봐도 그렇고 밥 문제는 역사의 이해 없이 문제를 풀어가기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 먹고 사는게 힘든가 보다.

그런데 고조선 시대 부터 1970년 대 까지 수 천년 동안 잘 못 먹고 살았던 우리나라에 어떻게 이런 훌륭한 음식이 있는지 모르겠다.  임금님만 진수성찬을 먹고 살아도 그 것이 계속해서 후대손손 전달 가능한 것인가?  궁금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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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물고기

Posted 2010. 4. 1. 23:00
My first movie since I've gone jobless:

 

I had no idea that this so refreshingly titled film, Green Fish, dealt with the darker matter of life. Particularly, life in Korea. 심혜진's makeup fittingly represented the 1997 style - I can confidently say "1997" without approximating the whole 1990s since it was the year I graduated from high school and I was keen about makeups then. But the actress's style was pretty much the only thing that gave clue to the film's age. Everything else appeared to be timely and relevant for 2010 in Korea -- all the bulldozing, buildings springing up haphazardly, while casting thick shadows over the lives of majority, innocent people. They could bring out the movie for a second round and see how much we have grown more disgusted or accustomed to the unceasing development and redevelopment work here. 

When all the rhetoric about capitalism and economy has won and that has pushed out the poor and powerless to the brink, what will the select group of remnants do in so many concrete covered spaces?  Just cur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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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김훈
주제: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
2010년 3월 25일 오후 8시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선교기념관

한 두해 전에 친구들과 북클럽을 시작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남한산성> 이었다. 내가 읽은 한국소설이 얼마 안되긴 해도 그 후  좋아하는 소설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김훈"이라고 답하곤 했다. 내용이 너무 우울해서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 때 감동의 여운이 아직도 가슴 찌릿하다. 


오늘 김훈선생의 강의를 라이브로 들었다. 선생의 강의를 듣고 깨달은 것 - 나는 울다가 웃는 것을 정말 좋아하네. 주변의 어떠한 잡음 - 진행병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듯한 진행자의 거슬리는 진행방식 - 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시며 말씀하시는 모습, 중간 중간에 머리를 쓸어 내리시고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시는 소박하고 어리숙한 모습에 나는 또 시끄럽게 웃었지만,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내 마음이 여러번 울컥했다. 


저녁 6시에 양화진에 도착하여 8시에 강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강가에 서서 스치는 생각이었다며 서강대교, 양화대교, 성산대교, 가양대교를 그림으로 그리시고 양화진, 선유도, 밤섬, (그리고 어떤 봉우리 이름은 까먹었다)의 위치를 설명해 주셨다. 원래 양화진 나룻터는 양화진이 아니라 지금의 양평동인 양화진으로 가는 배를 타는 곳이어서 양화진 나룻터였다고 한다. 


내가 인간 김훈의 성품이 일상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는 알 수 없고, 너무 한 인간을 미화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오늘날 부패, 비리, 죄악으로 점철된 한국의 모습은 선생이 30년 전에 기자생활 하실 때 자빠져있던 자리에서 일보의 진전도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자빠져 있다지만,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시골의 마을회관에서 만난 노인들, 영일만에서 경운기 모터를 떼어다 달은 1.5톤 자리 어선의 어부들, 자전거로 태백산맥을 넘어가 우쭐한 마음으로 만난, 태평양을 4년간 헤쳐온 연어 떼를 보며 아,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많아서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드셨단다. 

오늘의 강의를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책 두권의 제목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 화이트헤드의 <과정과 실재>, 그리고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한 중년의 인간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내 젋음이 심히 경박하게 느껴졌다. 가벼운 젋음의 이면에는 실패에 대한 담대함과 충만한 패기가 있겠지만, 30년 조금 더 살고서 인생에서 가시적인 결과에 연연하는 내 모습이 안쓰럽다. 그렇지만, 그래도 내가 아직 젊고, 연륜을 갑자기 쌓을 수는 없으니 이 가벼움을 참을 수 밖에 없겠지. 어쨌든, 곱게 늙고 싶은 나의 원대한 꿈에 현실성을 더 해 준 또 한 분을 만났다.

 
강의 동영상은 여기서
mms://121.78.112.224/yanghwajin/2010/20100325thu.w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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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2010. 3. 24. 18:05
제목을 돋보이는 개성으로 썼다가 바꿨다.

개성이 뚜렷해도 그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파프리카다. 그냥 먹어도, 구워 먹어도, 볶아 먹어도, 구워서 샌드위치에 넣어서 먹어도 맛있다. 심지어 칼로리도 낮고, 건강에도 좋다.

그리고 오늘은, 아까 낮에 열 받았을 때 아그작 아그작 씹어 먹었다.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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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공부, 첫 날

Posted 2010. 3. 23. 09:15
이대평생교육원에서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어제 첫 시간이었고, 앞으로 장장 17주 동안이나 한다. 선생님은 광화문 커피스트 사장님 조윤정. 공부하는 티 내려고 선생님 강의하시는 사진 좀 찍으려 했더니 거절하셨다. 그냥 양해를 구하지 말고 확 찍어버릴걸...

강의를 들을 때면 강사에 대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편이다. 별로 준비가 안되어 보이거나,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자기 할 말만 하는 강사들, 정말 참을 수 없다. 학교도 아니고, 대부분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공부를 하러 모였는데 성의 없이 강의하는 강사들을 보면 정말 화딱지 난다.

조윤정 선생님은 내가 보통 좋아하는 강사 스타일이 아니다. 강의실에 모인 (다음 주 부터는 실습장에서 한다) 학생들에게 그다지 살갗게 눈을 마주치시지도 않고, 강의를 시작하셨는데 말씀 하시는 스타일이 흐느적거린다. 나는 목소리 우렁차고 재미있는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그래도 한 기관에서만 7년, 그러니까 열 네학기째 같은 강의를 하고 계시는 분이라 일단 신뢰를 저버릴 수 없다. 그리고 강의는 진행된다. 이 선생님의 흐느적거리는 말투에 빨려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10년 가량 커피를 해 오면서 든든하게 쌓아오신 컨텐츠가 많다는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내가 요즘 완전 즐겨 사용하는 부사, "완전"을 완전히 많이 사용하신다. 

내가 찍은 사진을 쏠티님이 뽀샵질 해주셨다. 내가 찍은 사진에 더 애정이 가지만, 이게 더 멋있다.


선생님이 직접 구하신 것들,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구한 것 또는 선물 받으신 여러 가지의 커피 도구를 많이 들고 오셨다. 신기하고 탐나는 것들이 참 많았다. 무궁무진한 커피의 세계이다.

얘는 콧수염난 아저씨를 위한 커피잔이다. 콧수염난 왼손잡이 아저씨.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조교선생님이 커피를 내려 주셨다. 완전 맛이 훌륭했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대학교 1학년 무렵부터 진한 커피를 좋아하게 됐다.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를 마시다가 가끔 드립커피를 마시면 온도도 잘 안 맞고 그 맛에 매력을 별로 못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합정동 당인리 발전소 맞은편에 있는 작고 아담한 크기의 커피발전소에서 드립커피를 한 잔 마셨다. 띠리리~ 드립커피의 맛에 홀딱 빠져버리는 순간이었다. 드립 커피라는 것이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얼핏 보아하니 도구도 다양하고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도 여럿 된다. 내가 얼만큼 깊이 있게 커피를 공부할지 모르겠지만 내 입에 만족 스러운 드립 한 잔 내리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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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으로 살기

Posted 2010. 3. 23. 00:35
거상 김만덕은, 일단 시작했으니 주욱 보기는 본다. 6회에서는 홍이가 커서 놀랍지 않게 제주에서 최고로 인기 높은 기녀가 되었고, 예상했던대로 순응적이지 않은 여성으로 자랐고, 옆에는 그녀의 꼿꼿함을 어떻게 해서든지 꺽어보려는 무리가 있다. 또, 가까이에는 동아가 홍이를 늘 지키고 있고, 홍수 도령도 성인이 되었다. 홍이도 자랐고 홍수도 자라서 이미연도 나오고 한재석도 나온다.  정홍수의 아역을 맡은 도지한을 처음 보고서 너무 쌍커풀이 두껍고 사극에 몰입하기가 어려운 마스크라는 생각을 했는데, 한재석이랑 닮은 모습이 나름 이유있는 캐스팅인가보다했다. 스토리 구성이 엉성해서, 아니면 편집을 잘 못했다는 생각에 절대 몰입은 못하고 있는데 한재석의 연기가 별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좀 더 잘 하면 좋겠다.

이래 저래 궁시렁대다가, 홍이의 대사 한 대목을 곱씹어 보게 된다. 별이 엄니가 전복을 억울하게 뺏기는 것을 보고 정의로운 홍이는 상소를 쓰고, 걸린다. 서문객주와 지저분하게 얽혀있는 제주 현감 최남구가 잔뜩 열받아서 6회의 메인 소재인 홍이의 화초머리 행사를 이틀 뒤로 잡아버린다. 그리고 홍이가 자신의 화초머리를 올려주기로 되어 있는 강유지 (강계만의 서자)와 마주 앉는다.

강유지: 그냥 나랑 하룻밤 논다고 생각하면 안되겠느냐.
홍이: 제 인생인데 제 의지대로 할 수 없다는게 분합니다. 

이런식으로 허다한 여성들이 자기 없는 인생을 살았을 상상을 조금만 해 보아도 깝깝하다. 조선시대에는 여성들 뿐만 아니라 신분이 낮은 계층에 속하거나, 사악한 무리의 뒷 덜미를 잡힌 남성들도 억울한 사정이 많았겠지만서도. 그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의지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테니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내가 나 될 수 없는 인생이 무언가 이건 아닌듯 싶으면서도 그 부조리를 직시하고 사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면서 주체를 상실하고 타자에 기대어 내적 파시즘/지배주의에 길들여져 살아가야만 하는 인생이 아니었을지?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어쨌든 헌법상으로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정의와 자유를 외치지만, 누군가가 직접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고 바람직한 리더가 되어 주길 바라고 있다. 내가 내 인생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을 하는지, 또 사건을 당하지만 않고 만들고 사는지 살펴 보면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정말 이해하고 중요시하는지 되짚어 볼일이다. 자신의 정인을 선택할 수도 없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극히 제한된 인생을 살지만 그래도 홍이는 자신의 인생의 사건을 직접 헤쳐나가는 듯 하다. 그러니까 인생의 주인공일 뿐만 아니라 21세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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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진심이다.

Posted 2010. 3. 21. 00:07
사극에서 5회가 되도록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그리는 아역이 활약하는 것은 드문일이다. 그만큼 심은경이 연기를 잘 해서인가? 그렇더라도 스토리가 너무 늘어지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서문객주의 차인 김동주 (이달형)를 제외하고는 제주도 파의 연기가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홍이가 묘향의 계략에 꼬여 교방의 행수의 수양딸이 되는 그 장면, 홍이와 동아가 서로에게 미안해 하고 고마워 하면서 본인들의 의지대로 인생을 전혀 살 수 없는 모습에 눈물이 주룩주룩 나기도 했다. 솔직히 눈물을 흘리면서 까지 슬퍼하기엔 살면서 너무나 허다하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 인데, 좀 그랬다.

여튼, 이 드라마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장사에 대해서 할매가 "장사는 진심이다"라고 했던 대목이 되풀이 된다. 할매는 장사는 진심이고, 더 먹으려고 입으려고 돈을 버는 것은 해서는 안될짓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팔되, 그 물건을 내가 더 잘 알아야 하고.... 장사와 진심이라는 단어가 짝을 지어 간다니 인상적이지만 장사가 진심이 되고 아니 될 수 있는 경계를 어떻게 분간할 것인가?

얼마전에 읽은 소상공인에 관한 글에서 매출이 오른다고 해서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매출이 오르면 장사가 잘 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무엇을 갖다가 얼마에 팔고 얼마를 남기는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 총 매출은 높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가는 돈이 많으면 안정적인 비지니스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고민은 쉬이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인데, 이런 저런 고민이 진행되는 가운데  장사에서 진심을 지키며,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 살아 남지 못한다면 간단한 답이 되는 것이고, 그래도 잘 된다면 질문만큼 어려운 답, 혹은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홍이와 동아는 제주에 갇히고 너무나 황당하게 그들의 주체적 의지를 말살 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주인공이니까,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겠지. 그 진심의 과정을 지켜보는 나는 아웃사이더로서 답답하고 짜증도 나겠지만, 드라마 인것을 다시 상기하며 재미있게 보자. 진심은 한 영리업체의 상황을 찍어서 보여주는 balance sheet가 아니라, 일정 기간의 쌓임을 나타내주는 income statement 같은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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