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ftover lunch: 떡볶이와 피자

Posted 2010. 6. 9. 13:43
서로 일부러 만날일은 없으나 우연히 시와 공간을 나누게 되면 함께 하게 된다.

어제 홍대앞 삭에서 사온 떡볶이: 


어제 먹고 남은 것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물을 조금 붓고 약한 불에 한 번 끓였다. 어제와 비슷한 맛! 오예~

"삭"이라는 동일한 이름에 주황색 바탕의 같은 간판을 걸고 떡볶이와 튀김을 파는 곳을 몇 군데 보았다. 상수역 1번 출구에 삭이 있고 이대 쪽에도 삭이 있고 또 홍대쪽으로 가서 서교예술실험센터 쪽에 삭 튀김집이 있다. 내가 가는 상수역 삭 아저씨한테 무슨 관계가 있냐고 여쭈어봤더니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하신다. 어쨌든 맛은 단연코 상수역 삭이 최고다. 윤은주라는 애가 이대 삭이 제일이라고 계속 우기는데 이대 삭은 너무 맵고 너무 달다. 

상수역삭은 밀가루 떡볶이이지만 굉장히 쫄깃하고, 달콤맵콤한 맛의 조화가 치우치지 않는다. 그리고 보통 접하는 떡볶이 집의 튀김과는 다른 독특하고 실한 튀김 종류가 많다. 떡볶이 집에서 튀김류를 먹은 적이 거의 없는데 작년에 삭을 알게 된 후 튀김을 정말 많이 먹었다. 이제는 건강상 튀김을 끊었고, 양이 부족하다 싶으면 떡볶이를 조금 더 먹는다.

삭은 저녁 때 가면 사람도 많고 복잡해서 먹고 나오기 바쁘다. 그런데 두 세주 전에 12시쯤 갔더니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한가한 분위기에서 평화롭게 내 떡볶기를 먹고 있는데 라디오가 틀어져 있는게 들렸다. 얼마전에 국방부에 100억 기부한 사람에 대한 극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잉~ 국군방송??? ... 순간 평화가 깨지려는듯한 맛.

그러나, 떡볶기와 튀김도 맛있지만, 여기 아저씨가 너무너무 친절하시다. 왜 국군방송을 들으시는지 이해하고 싶어진다. 아직 아들을 군대 보냈을 만한 나이는 아니시고, 그냥 순수하게 국군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있으신건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독특하신건가? 아니면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주파수가 거기에 맞쳐진건가?

안면도 있고 해서 여쭤보고 싶었으나, 아저씨가 다정 다감하게 친절하신 스타일은 아니고, 부드럽고 조용하시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시는 듯한 분이다. 그래서 그냥, 떡볶기에 집중.

피자는 엄마가 라피자에서 며칠 전에 사오신 것이다. 냉동실에 있던것을 오븐에 살짝:


라피자는 엄마의 지인이 운영하시는 곳이다. 가끔 여기서 피자를 사오시는데 재료도 좋고 (혹은 재료가 좋아서) 맛이 좋다. 그래도 예의상 홍보 - 검증된 - 차원에서 포장상자 샷을 하나 올린다. 그런데 살짝 걸리는게 있네. "우리 밀과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진정한 오가닉 피자...." 여기서 "진정한"이라는 단어는 뺏으면 좋으련만. 과한 표현이다. 

박스에 적힌 정보: 강남구 논현동 65-24 1층; (02) 512-0320


떡볶이위에 드려진 그늘은 어쩔수가 없네...


피자토핑이 소박하여 더 궁합이 잘 맞았던듯 하다. 떡볶이를 열심히 먹다가 피자를 한 입 먹으면 매운 맛이 고소한 치즈와 크러스트맛으로 중화가 된다. 그 뒤에 따라오는 시원한 토마토 맛이 입안을 정리해 주고. 다 먹고 나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혀 밑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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