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입장에서는 관리 대상인 국민을 가능한 최대한으로 가독성 높게 만들고 싶어하는건 알겠는데,
권력과 기득권에 대한 욕망으로 사람이 사람으로 안 보이는 것은 봉건주의에서나 자본주의에서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지금의 입장에서 보면 몇 백년전의 것이 걸러진 것 없이 몹시 야만스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오늘날의 허울 좋은 것에 가려진 야만성, 이것도 가가 가다. if not worse. 밥을 덜 굶는다고 해서 많은 것이 해결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방사능 비 맞을까 우려했을 때랑 비슷한 얘기다.
백수생활을 하다 짬짬히 직장을 다녔어서 그런지 그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명절이었고 나와는 상관없는 연휴를 틈타 북쪽으로 향해서 헤이리에 갔다. 혼자서 가볍게 움직였던 걸로 기억되니 아직 에스더와 민혁이가 한국에 오지 않은 때인듯 하다. 헤이리를 한 바퀴 휭 돌고, 북하우스에서 책 구경을 하다가 그 옥상에서 책을 읽다가 너댓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물가를 오른쪽에 두고 자유로를 내달리는 기분이 참 좋았다. 석양이 내려 앉으려 할 즈음 햇살이 물가에 스파클링을 일으키는게 (이것이 "윤슬"이라 불린다는 것을 최근에 배웠다) 보이고 열어 놓은 창문을 통과하면서 내 살을 부비대고 머리카락을 산발로 만들어 놓던 시원한 바람에 흐믓해 하던 찰나, 틀어 놓은지도 몰랐던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나왔다.
에헴,
그리하여, 나는 파주/헤이리 얘기가 나올 때 마다 두고두고 이날의 드라이빙 스토리 - 석양, 윤슬, 바람, 호텔 캘리포니아 - 를 욹어먹게 되었다.
어제는 일로 오랫만에 파주에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되는 건물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러... 한 분은 내가 건물 앞쪽으로 삐질땀을 흘리며 걸어가고 있는데, 회사 건너편에 서 계셨다.
"아 안녕하세요! 누구신가했어요 멀리서. 왜 그쪽에 서 계세요?"
"햇빛 좀 쏘이러 나왔어요."
에헴.
일을 마치고 나서 다섯시 즈음, 바로 집으로 가기가 아까워, 전에 생각해 두었던 카페나 가보자. 두 군데를 시도했는데 한 군데는 월요일이라서 (월요일 휴무) 다른 한 군데는 다섯 시라서 (다섯시 문닫음).... =_=
여기가 파주라도 헤이리가 코 앞은 아니나, 카메라타로 발길을 돌렸다. 무쟈게 오랫만...
월요일이라서 사람도 별로 없고 참 좋았다.
점점 혼자서 뭘 한다는 것이 쪽팔림을 건너띈지는 오래고 괜찮아졌다가 이제는 편안하다. 곱게 늙어가는 현상의 일부라면 상관이 없겠으나 이게 이상한걸까? 잠시 작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 무엇도 고정적인것으로 규정짓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하고,
몸소 깨면서 깰 때 부딪혀야 하는 세상의 모든 관념에, 다시 한 번 부딪히고...
썰렁한 헤이리의 밤 길을 빠져나오며 몇 년전에 에스더와 함께 갔던 레스토랑 앞을 지나쳤다. 어두움이 묵직하게 깔린 동네에 드문 드문 켜있는 불 빛 중에 하나, 그 아이가 청바지에 연보라색 웃 옷을 입고 그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던 뒷 모습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뚜렷했다.
작년에 여름 내내 더워 더워 투덜 투덜대기만 했더니 여름의 끝자락에서 여름을 보내며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후덥지근하고 삐질삐질 땀이 흐르는데 극도로 습하기까지 한 한국의 여름 날씨라는 것은 어디를 보아도 만만한 조건은 아니다.
일정이 없는 토요일 아침. 아침에 장보고 콩나물 국을 끓이고 밥을 먹기 직전에 어제 저녁에 받아왔어야 할 옥수수를 받으러 마을 언니네 집에 후다닥 다녀왔다. 커다란 양파망에 들어있는 옥수수 30개. 짧은 거리였지만 땀이 많이 났다. 낑낑 걸음을 옮기며 이 상황에서 어떻게 여름을 곱게 대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는 찰나, 살랑 바람이 불어왔다. 지난 주 지리산 등반 때 구비구비 부딪혔던, 드넓은 지리산 산등성을 휩쓸고 순환하는 중에 내 이마와 목덜미를 스쳤던 그 바람에 댈것은 아니었어도, 그 바람을 떠올리게 했다. 시원했다.
유쾌하지 않은 땀과 습기를 견디며 여름을 싫어하지 말자,라는 긍정적인 사고 전환은 너무 작위적이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겨울 날씨의 추위에는 더위를 다스리는 자연풍에 버금가는 그 무엇은 없다,는. 연료 사용해서 난방해야 하고. 모닥불을 피울 수는 있으나, 모닥불의 온기는 불연듯 선물처럼 찾아오는 바람과는 다르니까.
그래서 올여름의 새로운 발견이다. 땀을 식혀주는 살랑 바람의 존재. 더운 만큼 많이 불지 않아서 귀하고 귀하다.
Probably (?) beginning next week, I will, en finalement, start reading 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by Gabriel Garcia Marquez. I did some wiki reading on the subway this morning, and learned that the novel was set against a historical backdrop of Thousand Days' War that took place in Colombia 1899-1902. (a very tumultuous and humiliating period for Korea too) Tapped further into the link and the war is described as "a civil armed conflict in the newly created Republic of Colombia between the Conservative Party, the Liberal Party and its radical factions." I immediately emphasized at the word of "civil conflict" as Korean history is - throughout the past and fully through the present and as of now - filled with fights and conflicts between the citizens or people of our own kind. Maybe all these problems are universal. Oh wells. As for us Korea, just because of where we are on the world map, we get to deal with extra issues. Incidentally or coincidentally, today is June 25th; the official start date of the Korean War 63 years ago. But the Korean peninsula had already been divided when or shortly after the Japanese lost their war and left us in 1945. All those superpowers to blame but in the end of course it's us ourselves, it's us who are so used to finding something/someone to blame at hand. Also granted that a civil conflict is not an easy concept to define, something that cannot of course be limited as an affair of one country. In relationships beyond one, do we have any pertinence in life anyway.
오랫만에 가을방학의 신보가 나온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래서 오랫만에 블로그 포스팅 하나.
그동안 블록을 생각할 때 마다 착찹했다. 언제가부터 도배질쳐지는 스팸댓글 때문에 말이다.
더 이상 내 마음은 그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내 것이라는 생각도 안 들고,
블로그에 스팸댓글 다는 인간같으니라고! - 최고의 욕이 되었다.
Suede를 틀까 하다가 가을방학을 골랐는데 지금 나의 몸과 정신/마음 상태에는 가을방학이 딱이다. 1집 혹은 정바비의 여전한 스타일에서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지만서도 새롭다. 계피양은 전에 느꼈던 콧소리가 많이 사라진듯 하다. 윤종신의 텅빈 거리에서 동전 두 잎 미성이 사라진것과 같은 이유일까?
지난 주말 달라 붙은 몸살 감기가 날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열과 기침 및 총체적인 무기력함. 어제는 기침의 날이었다. 계속 입을 가리기가 힘들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어찌나 시끄럽던지. 태어나서 그렇게 기침을 많이 해 본 건 처음이다. 목구멍에 스크래치가 남았을것이다.
오늘은 현충일. 공휴일인데,
현충일 혹은 여느 national holiday는 원래 (?) 어떻게 보내야 하는 것일까?
- 잘 쉬기. 오늘 집에 아무도 없는데, 내가 할 수 없는 건 쉬는 것이다.
덧글::
오늘 아침부터 와이티엔과 경향의 뉴스 알림으로 들어온 속보에 의하면:
북,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당국회담 갖자"
정부, "북당국간 회담제의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북한, "남측이 호응하면 판문점 연락채널 복구"
북한은 진정 외교를 하는 것일까?
얼마전 어떤 자리에서 강신주교수가 연사로 나와서 한 말 중,
우리나라의 상상력 혹은 창의력의 한계는 북한이다,라는 대목이 있었다. 어찌나 쪽집게스러우신지.
작년 말에 읽은 왕 이야기 나오는 부분 - 열왕기상, 하, 역대상, 하 - 에서 왕들이 연신 죄를 짓는 동안 애통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부르짓었던 선지자들의 모습이 애절하고 애잔하게 다가온다. 책을 덮고 두꺼운 성경의 두께를 가늠해 보자면 그 중 누군가 행복하다든가 가나안 땅을 건너기 직전의 설레임이라든가, 이런 - 단순하고 얇게 보아서 - 긍정적인 대목은 몇 천 쪽 중에서 극히 일부라는 게 새삼스럽다.
친구를 잘 둔 덕분에 월인정원님을 직접 만나고 왔다. 감개무량한 일이다. 가기 전에도 가서도, 돌아와서도. 어줍잖은 나의 염세적인 태도에 몸을 더 움직여 반죽을 하고 굽고 싶은 동기부여를 얻어왔다. (이날 얻은 것중에서 극히 일부를 말하자면.) 그래서 3일간 세 번 반죽을 했다. 두 번 구웠고. 어젯밤에 불안불안 빵의 형태를 지니고 오븐 아닌 오븐에서 나온 한 덩이를 밤새 식히고 새벽에 일 가기전에 잘라서 통에 담았다. 저녁 때 돌아와보니 거의 다 없어졌다. 기분이 참 좋았다. 하하.. 그러면서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너무 배고파서 얼른 가서 빵 먹어야지 하고 와서 빈 통을 발견했다면. 내 속알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무거운 가방을 들고 지하철에 서서 오만가지 잡념에 시달리며 그래도 책을 읽는 중, 랜덤 플레이에 걸린 노래 한 곡. 오늘의 득템:
울먹이며 후보 사퇴를 선언하는 철수님을 보면서, 얼마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싫었으면 저럴까라는 생각이...
안철수나 문재인이 4대강 파서 보를 세울 것도 아니고, 자기네 딸래미들 검찰 조사 받게 할일을 할것도 아니고. 모든 공약을 조목조목 따져보지는 못했어도, 안이되든 문이되든 내 삶에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을꺼다. 내 주변에 대부분의 사람들 포함해서. 그런데 안철수의 대북정책이 마음에 걸렸다. 문재인은 적극적으로 임기 1년차에 남북대화를 시도하고 5년 안에 최대한으로 많은 일을 하려 했다. 하는 것 같다. 반면에 안철수는 한반도 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것은 아니더라도 북한을 너무 대상화하는 태도를 보였다. default로 당연히 중요한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남북관계 개선에 밍기적댄다거나 미국과 중국의 의중/행보에 맞추어 움직이면 시간만 가고 남북한 관계 회복은 더뎌지고, 한국은 평화를 희생하며 힘센 남들만 좋은 일만 시키고. 진짜 불행한 일.
그런데 민주당.
낭랑한 목소리 박영선의원 예로 얘기를 하자면. 방송에서 접할 때 참 멋있게 보이던 국회의원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30-40명 모인 대담회의 패널석에 앉은 그녀는, 본인이 얘기할 때 빼고는 시종일관 아이폰에 집중해 있었다. 4명의 다른 패널에게도 무례하다고 느꼈고, 나도 국민으로서 청중으로서 완전히 불쾌했다. 혹자는, 옆에서 보좌관들이 문자로 할말을 전송해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여튼, 그런데. 얼마전 여의도 국회에 가보았더니, 국회의원들은 드나드는 문도 다르고 밥도 자기네들끼리 따로 먹는 공간이 있고 각종 편리 대우를 다 누리고 살더라. 새삼스런 사실은 아니지만. 직업이 국민을 생각해야 하는 일이고 그들도 국민을 생각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걸어다닐 일도 없고, 지하철 안타도 가야할 데를 다 가고, 기름값을 내, 밥 값을 자기돈으로 내, 모든 구조가 국민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민을 위할 수 없게 되어있다. 나랏일 중요한 일 한다고 그런 혜택을 당연시 하는 것 같은데 노동의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일도 덜 중요하지 않다. 그런 구조가 고착화 되어 있는 집단에서 개혁과 쇄신을 운운하는 것은 환골탈퇴하더라도 몇 십일 안에는 불가능한일이다. 그런 집단을 문재인이 살렸고, 또 문재인을 안철수가 살린게 아닌지.
우선 쭈글쭈글한 껍질은 두텁게 베어내고, 링귀니 면에 엇비슷하게 채 썰었다. 그리고서, 어쩔까나.. 넣을것이 없었는데.. 때마침 당도한 한살림 새우육젓으로 링귀니위드쥬키니앤쉬림프,를 만들어 보았다.
새우젓은 참으로 파워풀하다. 염도가. 이렇게 쪼그맣게 쪼그라들기 전, 통통했을거다 새우들도. 절여지면서 고통스러웠을 듯.하구나.
파스타를 먹으면서 만추를 마저 보았다. (집에서 영화를 보면 아무래도 영화만 보기는.. 어렵다.) 피곤이 극심했던 주중, 엊그제 보다가 잠들은 영화. 김태용감독을 좋아하는 데.. 이 영화는 재미가 없다. 그러나 안 좋은 영화라고 하기도 뭐한. 훈이가 현빈이 아니거나 좀 덜 껄렁껄렁한 캐릭터였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짧은 설명은 애나와 훈의 짧은 '강렬한 사랑'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감독님이 쓰신건가? 극,이라서 우연의 요소가 있는거지만, 애나나 훈이나 얼마든지 그렇게 만나서 잠시 짧게 사랑할 수 있는거다. 그들의 사랑은 일상으로 전환될일이 없는 것이고. 가장 두드러지게 다가온 부분은 애나가 나머지 수감생활을 버틸 수 있는 대상이 있었다는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사는데 필요하다는 거.
그 외 오늘은 참, 특별한 토요일이었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어떤 커피를 시켜도 약배전에 살짝 시큼한 테라로사의 콩이랑 주로 강배전으로 볶는 클럽에스프레소의 콩을 반반 섞어서 내려마신 커피. 환상이었다. 몇 주동안 음악을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신곡앨범을 찾아서 이것저것 들어보고, 18일이 생일인 마이애미에 사는 Danielle의 생일카드, 일주일 내내 써서 보내야지 보내야지 하다가 결국 바빠서 못보내고, 드디어 오늘 썼다. 우체국 갔더니... 토요일은 우체국이 언제부터 문을 열지 않은 것일까? 일주일동안 자동차를 그냥 세워두었기에 시동한번 거는셈쳤네, 하고 열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토요일 낮시간에 복잡한 도로를 운전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고. 음악 틀어놓고 설겆이 하고. 쓰레기 정리하고. 내일 마태복음 25장 말씀 준비를 하였다. 마태복음 끝으로 가면서 마지막 때, 언제 올지 모르는 그 마지막 때에 대한 얘기가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내가 미루고 있는 것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만추,말고 또 도둑들,을 (4천원) 보았다. 한국말이고 영어고간에, 전달력 좋게 또박또박 발음하는 것은 참 어려운일인 것 같다. 도둑들을 보고 났더니 오늘 희열님이 나온다기에 모처럼 보려했던 무도가 끝나버렸다. 1년만에 보는 티비같은데 채널을 넘기다가 유명인사라고 나온 사람을 자세히 보니까, 예전에 한 친구가 엄청엄청 욕하던 직장상사다. 그리고 지영이가 요즘 조계사에서 듣고 있는 유홍준교수의 한국미술 강의에 푹 빠져있는 것을 기억하고, 미뤄두었던 무릎팍도사 유홍준편을 시청하였다. 유홍준 1편과 2편 사이의 라디오 스타-4인방과, 존박, 이적, 정재형-어쩌면 이렇게 웃길 수 있지 깔깔깔. 그리고 연예인들이 '은퇴'란 말 좀 안썼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강진이랑 해남이랑 선암사랑 다 언제언제 가나. 우선 태백산맥을 끝내고 벌교에 가서 꼬막을 먹어야지..
원래 고깃집에 가면 풀과 버섯과 양파구이로도 푸짐하게 혼자 잘 먹는데, 오늘 뉴욕에서 온 손님이 먹고 싶은게 코리안바베큐라 하여 간 고깃집에서는 풀도 없고 딱히 아그작아그작 풀을 씹을 힘도 없어서 그냥 고기를 먹었다. 오랫만에 먹는 구이 고기였다. 맛있게 다 먹고서 나오면서 옷에 밴 냄새로 지하철 타는 게 조금 살짝 거시기했지만, 그냥 탔다. 맥북만큼 무겁게 느껴지는 맥에어(와 잡다구니하게 매일 들고당기는 것들)를 어깨에 짊어지고 한 손에는 태백산맥 10권!을 들고.
그런데 저기 두 사람 건너쯤에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냄새를 풀풀 풍기는 50-60 대 아저씨들이 걸걸한 목청을 높여 나 취했어- 존재감을 열차 가득히 알리고 계셨다. 에효, 나한테 냄새가 나도 즈 아저씨들이 다 커버해주겠군, 하고서... 두 발을 딛을 위치를 확보한 후 그냥
책을 펼쳐들고 읽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아저씨들이 미웠다. 그런데 아저씨들의 대화가 갑자기 귀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을 한다. "아 태백산맥, 나는 저거 옛날에 출판사에서 줄서서 받아서 읽었자나. 난 또 저런세상이 있는 줄 몰랐네. 살겠다고 발버둥친 사람들을 다 국가가 좌익으로 몰아친거 아니야. 나는 저거 읽고 세상에 눈을 떴지. 저게 훌륭한 게 뭐냐면 여러저러한 사람이 나오는 데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하는 인물이 있다는거야. 나는 머 거기 주인공중에서 김범우가 나오는 데.... 사람들이 다 자기랑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그런건데..."
갑자기 너무 웃겼는데, 웃겼다기보다는 반가워서 미소짓고 싶었다고 해야할까? 아저씨들을 한 번 보고 눈인사라도 할까 하다가, 입술을 꽉 깨물고 웃음을 참다가 그냥 돌아서버렸다. 혹시나 아저씨들하고 지하철안에서 한 판 대화가 펼쳐질까봐서말이다.
새로 일을 시작한지가 20일 남짓 되었다. 일을 찾던 중 지녔던 나의 가난한 마음은 말짱 잊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름에 나름의 여유를 만끽하는 틈틈이 솟아 올랐던 막연하고 애탔던 마음이 이제 가물가물 한 것은 내 마음이 간사해서만이 아니라 달라진 환경에서 주어지는 또 다른 종류와 모습을 지닌 곡절 때문이리라.
... 중간생략 ...
완벽한 것을 추구하려는 것이 참 몸쓸 습성인것이다. (아, 나 말고 내가 있는 곳에 대해서.) 너무 감사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은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 글의 맥락에서는 불필요한 대목임을 분명히 해두고서, 못견디겠지는 아닌 것임을 까먹지 말며, 하고 싶은 말은 온화한 미소와 함께 꿀꺽 삼켜버려야 함을 명심하여야 함을 다짐한다.
"와따메, 이불이 따로 웂네이. 요 따땃허고 두껀 햇발 이불 삼아 덮고 한숨 늘어지게 잤으먼 쓰겄네."
"짚이 잠언 못 자도 요리 자울자울허먼 그려도 고단헌 것이 풀리는 법이시. 근디, 아그덜맹키로 자네 무신 짓거리 허는 것이여, 시방."
"보면 몰르요? 봄 따묵고 있소."
태백산맥 8권 중
올 여름은 여러 모로 알찼던 시간이었는데, 그 중 쫌 큰 것이 태백산맥이다. 주변에 대학생들이 이 책으로 세미나 하는 것을 보고 추동되었으나 신분요건 불충족으로 그 모임에 끼지는 못하고 홀로, 읽었다. 그러다가 8권쯤에 이르러 마음이 너무 힘들어 지고 잠도 설치기도 하여, 한 달여 중단했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
여름에 페북에 올렸던 한 토막-
태백산맥,을 읽으며 전라도 사투리를 새롭게 대하는 재미가 솔찮다. 거의 모든 대화가 구수한 구어체로 적혀 있어 모르는 단어도 많이 나오고 읽어 나가는 속도가 더디고 더디지만. 표현이 어찌나 풍부한지.. 재치와 상상력 넘치는 은유법이 두 문장 이상을 걸르지 않고 나온다. 이래서 남도 남도 하며 전라도 지방에서 예술가가 많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사람 살이의 둥글고 풍성하게 다양한 모습을 해치는 획일의 사회.에 끼워맞쳐 사는 우리가 어찌 불쌍치 않은가 말이다.
한국 땅에서 - 1980년 대를 기점으로 - 초토화되었던 밀 재배가 1990년대 한국가톨릭농민회 운동을 시작으로 쪼금씩 꿈틀 부활하였다. 그런데, 올해 생산과 소비에 균형이 어긋나면서, 잉여분이 발생하나보다.
내가 밀가루 값을 계산해 보았을 때 시중에서 파는, 그니까 수입밀로 갈은 밀가루와 우리밀의 가격의 차이는 약 3배가량 난다. 1kg 당 큐원 중력밀가루가 1,230원, 한살림 통밀가루가 3,300원. 나는 장사를 해도 우리밀로 하고 싶기는 하다. 우리밀로 수지 타산이 맞지 않으면 밀가루 항목을 빼겠다. 수입밀로는 도저히 음식을 만들고 싶지가 않다. 어쩔 수 없이 밖에서 피자나 빵을 사먹게 되면 피해갈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 집에서 소비하는 밀가루는 소비자들이 적극 로컬 밀가루를 사용하면 참 좋겠다. 내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밀을 쓰고 있다. 누구한테 더 가서 말해야 우리밀 소비가 늘어날래나. 밀가루 자급률은 완전 끼잉낑 달팽이 걸음으로 2%에 이르렀다. 다시 1% 미만으로 떨어지면 정말 슬프겠다.
우리밀 소비 확대와 산업 발전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의 제2 주식, 우리밀이 최근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국제곡물가격 폭등에 따른 식량안보의 절박함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제2의 녹색혁명 주창과 함께 우리밀 생산이 크게 늘어났지만, 그에 따르는 소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 탓입니다.
특히 올해의 경우 6월 말 수확 완료 시점에는 우리밀 재고가 무려 6~7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밀 소비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크게 부진하여 우리밀의 연간 소비량이 2만 톤을 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국민 여러분! 이처럼 소비부진으로 판로에 큰 곤란을 겪고 있는 우리밀 산업의 어려움을 여러분의 바른 선택으로 덜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예를 들면, 국민 1인당 연간 70~80개를 소비한다는 라면의 주 원료만 우리밀로 바꾸어도 밀 자급률이 20% 이상 올라간답니다.
우리밀은, 대륙과 해양을 통한 장거리 운송이 불가피한 수입밀과 달리, 수확후 농약처리(포스트하베스트)로부터 원천적으로 자유로우며, 겨울작물로서 재배과정에서 농약살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런 우리밀을 선택하는 것은 안전ㆍ안심 먹을거리를 보장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밀의 대량수입은 장거리 운송에 따른 CO2 배출, 생산에 필요한 대량 수자원의 간접 소비 등으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의 원천을 이루는 공기와 물을 크게 오염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수입 밀 소비가 무심결에 우리 자신으로 하여금 지구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도록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이 이는 장래 우리 후손들의 건강에도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2008년ㆍ2010년에 비해 다소 진정되어가면서 당시 1.6배까지 좁혀졌던 우리밀과 수입밀 가격이 다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만큼 우리들의 긴장도 느슨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소수 수출국과 특정 다국적 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국제곡물시장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해외로부터의 안정적 곡물조달은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세계 인구 증가, 바이오연료용 곡물 수요 증대, 지구온난화와 이상 기후 일반화 등에 따른 식량 생산의 불안정 등은 세계적으로 곡물 수급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로 말미암은 생산 불안정으로 주요 생산국들의 수출 억제 조치도 빈번해졌습니다. 농산물무역 자유화만이 식량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창해온 세계 최대 곡물수출국 미국은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극심한 기아를 외면한 채 자국의 옥수수 생산량 중 무려 약 50%를 바이오 연료로 소진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더욱이 밀과 관련해서는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이 2년 연속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있음도 직시해야 합니다.
지금 잠시 괜찮다고 안심할 일이 아닙니다. 냉혹한 국제 관계는 식량안보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길이 국내에서의 자급력 제고임을 너무나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2008ㆍ2010년 세계 곡물파동의 교훈 속에 우리는 너무나 다행스럽게 국민의 제2 주식 우리밀의 새로운 도약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힘들게 마련한 우리밀 산업의 발전 기회! 이를 수포로 돌리는 우를 범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밀 산업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의 바른 판단과 선택이 더없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직접 발품을 팔아 또는 인터넷망을 통해 우리밀 소비에 함께 해 주십시오. 많은 우리밀 사업체들의 고군분투로 우리밀 제품 가격도 크게 낮아져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가격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범위에 있습니다.
우리밀 산업의 발전에 지지를 보태 주시고, 정부가 바른 정책을 펼치도록 힘써 주십시오.
군인급식, 학교급식 등 공공급식에서도 우리밀 이용이 이루어지도록 정부재정 마련을 촉구해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밀 소비의 획기적 확대 방안은 제2차 가공업체와 요식업체에서 수입밀 대비 우리밀 원료 사용의 부담을 크게 줄이는 것입니다. 생산자에게는 안정적 생산을 보장하고, 제2차 가공업체와 요식업체에게는 우리밀 원료 사용의 가격부담을 줄여주는 핵심 방안이 바로 우리밀 산업에 대한 직접지불제 도입입니다.
현재와 같은 우리밀 과잉문제가 초래된 원인은, 생산과 소비의 수급안정과 균형 발전을 전제할 때에만 밀 자급률 제고와 식량안보 실현 또한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본을 충실히 지키지 못한 데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교훈 삼을 때, 앞으로 수급안정을 위한 획기적인 소비 촉진 정책이 필요하며, 특히 그 현실적 방안 중 하나로 WTOㆍFTA체제 하에서 우리밀 산업에 대한 직접지불제가 도입되어야 함을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밀 산업의 발전은 어느 한편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 아닙니다. 5천만 국민의 안전ㆍ안심 먹을거리를 보장하고, 국토환경을 아름답게 보전하는 길입니다. 더불어 지구온난화 방지와 같은 지구환경위기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되는 길입니다.
우리밀 자급률 제고는 생산자와 사업체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일입니다. 바른 정책으로 이를 든든히 뒷받침해야 합니다. 물론 당장에 이루어지는 쉬운 길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깨달음 속에 힘을 모아갈 때 소중한 성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밀 자급률이 1%에도 미치지 못했던 2009년 이전으로 다시금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우리밀 산업의 현재 위기가 극복되고, 소비자 국민과 생산자 농민 그리고 우리밀 가공유통 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그래서 농촌경제와 지역경제, 국민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국민 한 분 한 분의 정성과 실천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강남역 주변에서 밥을 먹으려 하자면 한 끼 소중한 밥 먹음을 그야 말로 때가 되어 끼니를 때우는 일로 전락시킬 수 밖에 없게 된다.
뭐, 먹을까? 의례적인 고민을 하고 나서 식당을 찾아 나선다. 어제 카레는 먹었고, 나는 아침에 밥도 먹고 왔는데다가, 지하에 썩 괜찮은 샌드위치 바에서 샌드위치를 먹어볼까 했지만, 옆에서 꼭 밥을 먹고 싶다고 한다. 그래, 아침을 건너 띄었으면 밥이 땡기는거 이해해 줄게.
여튼 나는 밥은 꺼렸다. 아침에 드물게 밥에다가 김치찌개까지 먹고 왔기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면 종류를 먹을 생각으로, 옆사람을 돈까스 집으로 유도한다. 모밀국수나 먹어볼 참으로 말이다. 사보텐을 갈까? 하니, 미소야가 새로 생겼단다. 아 정말? 요 몇 주간 지나던 길인데 미소야가 새로 생긴 것을 보지 못했네.
바로 그 옆에 옷가게랑 카페가 새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옷가게 자리인지 카페인지, 둘 중에 한곳에 피아노,라는 카페가 있었다. 내 고등학교 시절부터 있던, 다방도 아니고 세련된 카페도 아닌 찻집이었는데 몇 년에 한 번씩 그 일대를 지나갈 때 마다 그 자리에 늘 있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그랬다.
참 신기했다. 새로운 가게가 들고 나는 일이 밥먹듯이 일어나는 요즘 세상에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그 가게가 없었다. 그 옆가게도 없었다. 그 옆 가게는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란히 있는 카페와 옷 가게가 새로 들어 온 모양이 틀림없음으로. 그래서 사라진 피아노,는 옷가게가 있던 자리였는지, 카페가 있던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건물 1층을 오랜 세월 터줏대감 처럼, 변화무쌍의 메카 강남역에서 20여년을 버티어 냈던 찻집이었는데. 작년에 보고서 참으로 촌스러운 모습으로, 잘 도 버틴다 했는데, 몹시 아쉬웠다.
20여년간 여러 가게가 들고 난 자리에, 지금 들어선 미소야.는 -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보이던 그 프랜차이즈가 맞다면 -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하였다. 매장 분위기도 북새통 스럽지 않고, 테이블이며, 의자며, 벽지, 또 그 위에 걸린 사진들도, 강남역의 젊은 분위기에 맞추려고 큰 돈을 들이고 컨설팅을 받았거나 수십시간 들여 기획을 한 후에 변화를 모색한 흔적이 역력했다.
미소야에 들어서면서 모밀말고 다른 우동을 먹을 수 있겠다 싶어 반가웠다. 따뜻한 국물의 나베우동을 시키고 편안히 앉아 가게를 둘러보았다. 내가 바라보던 쪽의 벽에 걸린 사진들은, 나름 음식 사진 찍는 사람이 찍은 듯 하기는 한데 사진의 포커스에 대한 관점이 나와는 다른 사람이 분명했다. 그저 그 사진에 투박한 액자 테두리라도 없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시선을 문쪽으로 옮기니 가장자리에 수타면에 대한 소개 글이 붙어 있다. 일본 사누끼 지방에서 시작되어 사누끼면,이라고 불리는 면이 유명하덴다. 그 이유는 사누키 지방에서 우동을 만들 때 수타방식과 발효과정을 거쳐서라고. 흔하고 뻔하지만, 나름 먹힐 수 있는 스토리네, 생각하는 데 내 우동이 나온다.
커다란 나무 숫가락으로 국물 한 숟갈. 맑은 국물이 나쁘지 않다. 다만 짠 맛이 과해서, 찬 물을 붓고 붓고 세번 부어서, 간을 대략 맞추고, 온도도 식혔다. 쫄깃 쫄깃한 면을 꼭꼭 씹으며, 앞에 앉은 친구에게 묻는다.
글루탐산나트륨이 뭔지 알아?
아니.
MSG는 알지?
응.
글루탐산나트륨은... 일본의 어떤 화학자가 다시마의 맛을 화학적으로 분석하다가 글루탐산나트륨 성분을 찾아내고 그게 MSG의 탄생시켰데.
곁들이로, 사이드로 시킨 다코야키위에 뿌려진 가츠오부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얘기해 주었다.
ㅇ님은 투덜대셨다. 멀리서 왔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비효율적이라고. 그렇다고 투덜이 스머프처럼 완전 그뤔피한 포스는 아니었고, 귀여운 투정? 정도.
그러나 나는 ㅇ 님께 말했다. "어머, 언니 이게 제일 중요한 일이잖아요. 비효율적으로 놀면서 서로 친해지는 거요. 이제 맛있는거 먹으면서 마무리 해야죠." 이 멘트를 날리고서, 어머, 나 왜 이렇게 농후한 연륜이 있는 듯한 말을 한거니, 웃겼다.
사실 나도, 9:17am 까지 장소에 대한 연락이 없어서, 선뜻 먼저 연락을 취하지 않고, 파자마 입고 밍기적대고 있다가 급 날아온 두통의 문자, 오늘 만남의 장소는 그제와 같은 궁,이라고-- 딱 11시 까지 가기에 적당한 타이밍의 공지였다. 피곤하고 귀찮고 all that jazz 그러나 밍기적댐을 급 멈추고 후다닥 준비하고 나가서, 11시 2분 전에 궁,에 도착했다. 어제 만든 당근케이크의 결과가 나쁘지 않아 다행이었고, 나는 기쁘게 들고가서 팀과 나누었다. 예상대로, 크게 중요하게 보일만한 일은 없었고, 하나 둘씩 약속장소에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만 이어질 것 같은 노닥거림이 당근케이크에 대한 평가와 함께 주욱 이어졌다. 식사 시간이 되어 장소를 옮기고, A관에 갔다가 거기 구내식당이 열지 않아서 B건물로 가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A관 카페로 가서 차를 마시고, 준비에 관한 행정적인 일들, 급하지도 않을 뿐더러 반드시 만나서 논의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얘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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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녀의 비위를 맞추려고 몹시들 노력한다. 정작 그녀는 미안하지 않으려고, 사람들을 나름 편하게 해주려는 마음을 품고 있기는 한데, 그녀의 어투와 버럭스러운 성정은 사람들이 쫄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어찌하였든간에, 나는 생각하였다. 과연,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그 1인의 안위를 위해서 이렇게 부산떨면서 그의 기분에 대한 각종 추축을 난무케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말이다. for her and for the rest of us. 권력을 누린다는 것은 권위를 잃기에 딱 좋은 처지가 아닐런지 말이다. 이래서 사는 게 복잡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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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일정이 끝나고 강남역으로 옮기기까지 짜투리 시간에, 그제 눈팅해 두었던 커피소녀,라는 카페를 찾아갔다. 간판의 산뜻함에서 전해주었던 호기심이 다행이도 맛있는 드립커피로 이어졌다. 선택은, 콜롬비아, 이가체프, 만델링 중에서, 만델링 마실까 하다가 콜롬비아 한 잔 주문하고서. <음식과 요리>를 펼쳤다. 이번주 우리는 생선을 읽고 있다. 짧은 시간에 내가 읽은 부분은 갑각류와 연체동물이다. 갑각류든 연체동물이든, 내 한 입으로 다 들어갔던 그 생명안에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있었던, 내 오장육부와 등가 혹은 그에 상당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새우를 먹을 때 나는, 어렸을 때는 살만 발라 먹은 것도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새우튀김 한 마리가 내 접시에 놓이면, 흔히들 남기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일단 젓가락으로 집고 대가리 부분에서 한 입 베고, 몸통, 그리고 남은 꼬리를 입에 쏙 넣고 아그작 씹는다. 꼭꼭. 바삭하려다 말고 질긴 껍데기와 부드러운 살이 뒤섞인다. 살만 먹을 때는 몰랐지만 껍데기와 같이 먹으니까 보드랍게 느껴지는 살의 그 맛은 대가리에 위치한 내장이 품은 고소한 맛 앞에서는 작아진다. 그러나 식감있는 살과 풍미를 가득히 지닌 내장이 함께 씹히면서 혀와 치아 사이를, 그렇게 함께 누빌 때가 최고 이기는 하다. 아무튼, 조개도 보자. 내가 먹어온 그 살점 - 살 통채로 혹은 국물에 한참 우려내 진 후 풀어진 - 은 참으로 독특한 굴곡과 각도를 지닌 형태이다. 그 안에 한 생명이 자신의 소화, 생식, 순환기능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을 교감하지 못하였다. 그랬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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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사업을 도모하면서, 온라인매체를 통해서는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 html 공부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초적인 소통은 가능해야겠다 싶다. 워드프레스,가 대세인듯이 보여지고 있는 판국에, 온오프믹스에서 워드프레스 관련 강좌를 보게되어 신청해서 갔다. 일단 외국에서 만들어진 툴이다. 월드와이드웹에서 역설적으로 폐쇄적인 네이버 세상에 갖혀있는 한국의 웹 환경에 긍정적인 기능을 가능케 해주는 도구인것 같기는 하다.
예전에 이쁘게 만들어진 웹사이트를 보면 이런게 기술만 있으면 뚝딱 만들어 지는 줄 알았는데, 그 만드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려할 것이 많고 almost always 만드는 입장에서나 사용하는 입장에서 혹은 둘 다의 입장에서 아쉬움이 있고 한계가 있다. 오늘날의 기술 수준에서 이러한 한계성이 쉬이 극복되지만은 않다,는 것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참으로 이상했다.
어쨌거나, 컨텐츠. 한국 사람들의 창의성은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제도 때문에 억압되고 희생된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외쳐대는 컨텐츠,의 중요성에서... 매체만 너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훌륭하게 글을 쭉 쓰기도 하고, 각자의 해당 분야를 파고 들면서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머랄까 나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참 많다. 음, 그러니까, 매체를 강조하는 사람은 컨텐츠가 빈약하고, 나름 내실있게 내용을 쌓아온 사람은 보다 효율적이고 aesthetically 그 컨텐츠를 전달하는 데 미흡함이 있는 것 같다. so rarely comes by an ideal marriage of the tw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