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마음,을

Posted 2012. 10. 26. 21:38


엊그제 파주 출판단지에서, 오랫만에 본... 갈대인 줄 알았는데 억새풀이다.



새로 일을 시작한지가 20일 남짓 되었다. 일을 찾던 중 지녔던 나의 가난한 마음은 말짱 잊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름에 나름의 여유를 만끽하는 틈틈이 솟아 올랐던 막연하고 애탔던 마음이 이제 가물가물 한 것은 내 마음이 간사해서만이 아니라 달라진 환경에서 주어지는 또 다른 종류와 모습을 지닌 곡절 때문이리라. 


... 중간생략 ... 


완벽한 것을 추구하려는 것이 참 몸쓸 습성인것이다. (아, 나 말고 내가 있는 곳에 대해서.) 너무 감사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은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 글의 맥락에서는 불필요한 대목임을 분명히 해두고서, 못견디겠지는 아닌 것임을 까먹지 말며, 하고 싶은 말은 온화한 미소와 함께 꿀꺽 삼켜버려야 함을 명심하여야 함을 다짐한다.

"와따메, 이불이 따로 웂네이. 요 따땃허고 두껀 햇발 이불 삼아 덮고 한숨 늘어지게 잤으먼 쓰겄네."

김복동이 비탈에 비스듬하게 몸을 뉘인 채 늘어지는 소리로 말했다.

"글안해도 건전주름헌 성님 눈에 잠이 따뿍 찼소. 혀도, 금세 출발명령 떨어질 것잉께 잠잘 생각이야 허덜 마씨요."

마삼수가 손에 닿는 진달래꽃을 따서 연상 입에 넣으며 말대꾸를 했다.

"짚이 잠언 못 자도 요리 자울자울허먼 그려도 고단헌 것이 풀리는 법이시. 근디, 아그덜맹키로 자네 무신 짓거리 허는 것이여, 시방."

"보면 몰르요? 봄 따묵고 있소."


태백산맥 8권 중


올 여름은 여러 모로 알찼던 시간이었는데, 그 중 쫌 큰 것이 태백산맥이다. 주변에 대학생들이 이 책으로 세미나 하는 것을 보고 추동되었으나 신분요건 불충족으로 그 모임에 끼지는 못하고 홀로, 읽었다. 그러다가 8권쯤에 이르러 마음이 너무 힘들어 지고 잠도 설치기도 하여, 한 달여 중단했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 


여름에 페북에 올렸던 한 토막-

태백산맥,을 읽으며 전라도 사투리를 새롭게 대하는 재미가 솔찮다. 거의 모든 대화가 구수한 구어체로 적혀 있어 모르는 단어도 많이 나오고 읽어 나가는 속도가 더디고 더디지만. 표현이 어찌나 풍부한지.. 재치와 상상력 넘치는 은유법이 두 문장 이상을 걸르지 않고 나온다. 이래서 남도 남도 하며 전라도 지방에서 예술가가 많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사람 살이의 둥글고 풍성하게 다양한 모습을 해치는 획일의 사회.에 끼워맞쳐 사는 우리가 어찌 불쌍치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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