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Posted 2012. 5. 18. 01:06

ㅇ님은 투덜대셨다. 멀리서 왔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비효율적이라고. 그렇다고 투덜이 스머프처럼 완전 그뤔피한 포스는 아니었고, 귀여운 투정? 정도. 


그러나 나는 ㅇ 님께 말했다. "어머, 언니 이게 제일 중요한 일이잖아요. 비효율적으로 놀면서 서로 친해지는 거요. 이제 맛있는거 먹으면서 마무리 해야죠." 이 멘트를 날리고서, 어머, 나 왜 이렇게 농후한 연륜이 있는 듯한 말을 한거니, 웃겼다.


사실 나도, 9:17am 까지 장소에 대한 연락이 없어서, 선뜻 먼저 연락을 취하지 않고, 파자마 입고 밍기적대고 있다가 급 날아온 두통의 문자, 오늘 만남의 장소는 그제와 같은 궁,이라고-- 딱 11시 까지 가기에 적당한 타이밍의 공지였다. 피곤하고 귀찮고 all that jazz 그러나 밍기적댐을 급 멈추고 후다닥 준비하고 나가서, 11시 2분 전에 궁,에 도착했다. 어제 만든 당근케이크의 결과가 나쁘지 않아 다행이었고, 나는 기쁘게 들고가서 팀과 나누었다. 예상대로, 크게 중요하게 보일만한 일은 없었고, 하나 둘씩 약속장소에 나타나는데, 처음에는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만 이어질 것 같은 노닥거림이 당근케이크에 대한 평가와 함께 주욱 이어졌다. 식사 시간이 되어 장소를 옮기고, A관에 갔다가 거기 구내식당이 열지 않아서 B건물로 가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A관 카페로 가서 차를 마시고, 준비에 관한 행정적인 일들, 급하지도 않을 뿐더러 반드시 만나서 논의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얘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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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녀의 비위를 맞추려고 몹시들 노력한다. 정작 그녀는 미안하지 않으려고, 사람들을 나름 편하게 해주려는 마음을 품고 있기는 한데, 그녀의 어투와 버럭스러운 성정은 사람들이 쫄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어찌하였든간에, 나는 생각하였다. 과연,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그 1인의 안위를 위해서 이렇게 부산떨면서 그의 기분에 대한 각종 추축을 난무케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말이다. for her and for the rest of us. 권력을 누린다는 것은 권위를 잃기에 딱 좋은 처지가 아닐런지 말이다. 이래서 사는 게 복잡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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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일정이 끝나고 강남역으로 옮기기까지 짜투리 시간에, 그제 눈팅해 두었던 커피소녀,라는 카페를 찾아갔다. 간판의 산뜻함에서 전해주었던 호기심이 다행이도 맛있는 드립커피로 이어졌다. 선택은, 콜롬비아, 이가체프, 만델링 중에서, 만델링 마실까 하다가 콜롬비아 한 잔 주문하고서. <음식과 요리>를 펼쳤다. 이번주 우리는 생선을 읽고 있다. 짧은 시간에 내가 읽은 부분은 갑각류와 연체동물이다. 갑각류든 연체동물이든, 내 한 입으로 다 들어갔던 그 생명안에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실제로 있었던, 내 오장육부와 등가 혹은 그에 상당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새우를 먹을 때 나는, 어렸을 때는 살만 발라 먹은 것도 같은데, 언제부터인가, 새우튀김 한 마리가 내 접시에 놓이면, 흔히들 남기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일단 젓가락으로 집고 대가리 부분에서 한 입 베고, 몸통, 그리고 남은 꼬리를 입에 쏙 넣고 아그작 씹는다. 꼭꼭. 바삭하려다 말고 질긴 껍데기와 부드러운 살이 뒤섞인다. 살만 먹을 때는 몰랐지만 껍데기와 같이 먹으니까 보드랍게 느껴지는 살의 그 맛은 대가리에 위치한 내장이 품은 고소한 맛 앞에서는 작아진다. 그러나 식감있는 살과 풍미를 가득히 지닌 내장이 함께 씹히면서 혀와 치아 사이를, 그렇게 함께 누빌 때가 최고 이기는 하다. 아무튼, 조개도 보자. 내가 먹어온 그 살점 - 살 통채로 혹은 국물에 한참 우려내 진 후 풀어진 - 은 참으로 독특한 굴곡과 각도를 지닌 형태이다. 그 안에 한 생명이 자신의 소화, 생식, 순환기능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을 교감하지 못하였다. 그랬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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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사업을 도모하면서, 온라인매체를 통해서는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 html 공부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초적인 소통은 가능해야겠다 싶다. 워드프레스,가 대세인듯이 보여지고 있는 판국에, 온오프믹스에서 워드프레스 관련 강좌를 보게되어 신청해서 갔다. 일단 외국에서 만들어진 툴이다. 월드와이드웹에서 역설적으로 폐쇄적인 네이버 세상에 갖혀있는 한국의 웹 환경에 긍정적인 기능을 가능케 해주는 도구인것 같기는 하다. 


예전에 이쁘게 만들어진 웹사이트를 보면 이런게 기술만 있으면 뚝딱 만들어 지는 줄 알았는데, 그 만드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려할 것이 많고 almost always 만드는 입장에서나 사용하는 입장에서 혹은 둘 다의 입장에서 아쉬움이 있고 한계가 있다. 오늘날의 기술 수준에서 이러한 한계성이 쉬이 극복되지만은 않다,는 것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참으로 이상했다. 


어쨌거나, 컨텐츠. 한국 사람들의 창의성은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제도 때문에 억압되고 희생된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외쳐대는 컨텐츠,의 중요성에서... 매체만 너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훌륭하게 글을 쭉 쓰기도 하고, 각자의 해당 분야를 파고 들면서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머랄까 나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참 많다. 음, 그러니까, 매체를 강조하는 사람은 컨텐츠가 빈약하고, 나름 내실있게 내용을 쌓아온 사람은 보다 효율적이고 aesthetically 그 컨텐츠를 전달하는 데 미흡함이 있는 것 같다. so rarely comes by an ideal marriage of the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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