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 pm

Posted 2012. 11. 17. 23:20














아까 낮에.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 같은 애호박 구하기. 


우선 쭈글쭈글한 껍질은 두텁게 베어내고, 링귀니 면에 엇비슷하게 채 썰었다. 그리고서, 어쩔까나.. 넣을것이 없었는데.. 때마침 당도한 한살림 새우육젓으로 링귀니위드쥬키니앤쉬림프,를 만들어 보았다. 


새우젓은 참으로 파워풀하다. 염도가. 이렇게 쪼그맣게 쪼그라들기 전, 통통했을거다 새우들도. 절여지면서 고통스러웠을 듯.하구나.


파스타를 먹으면서 만추를 마저 보았다. (집에서 영화를 보면 아무래도 영화만 보기는.. 어렵다.) 피곤이 극심했던 주중, 엊그제 보다가 잠들은 영화. 김태용감독을 좋아하는 데.. 이 영화는 재미가 없다. 그러나 안 좋은 영화라고 하기도 뭐한. 훈이가 현빈이 아니거나 좀 덜 껄렁껄렁한 캐릭터였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짧은 설명은 애나와 훈의 짧은 '강렬한 사랑'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감독님이 쓰신건가? 극,이라서 우연의 요소가 있는거지만, 애나나 훈이나 얼마든지 그렇게 만나서 잠시 짧게 사랑할 수 있는거다. 그들의 사랑은 일상으로 전환될일이 없는 것이고. 가장 두드러지게 다가온 부분은 애나가 나머지 수감생활을 버틸 수 있는 대상이 있었다는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사는데 필요하다는 거. 


그 외 오늘은 참, 특별한 토요일이었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어떤 커피를 시켜도 약배전에 살짝 시큼한 테라로사의 콩이랑 주로 강배전으로 볶는 클럽에스프레소의 콩을 반반 섞어서 내려마신 커피. 환상이었다. 몇 주동안 음악을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신곡앨범을 찾아서 이것저것 들어보고, 18일이 생일인 마이애미에 사는 Danielle의 생일카드, 일주일 내내 써서 보내야지 보내야지 하다가 결국 바빠서 못보내고, 드디어 오늘 썼다. 우체국 갔더니... 토요일은 우체국이 언제부터 문을 열지 않은 것일까? 일주일동안 자동차를 그냥 세워두었기에 시동한번 거는셈쳤네, 하고 열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토요일 낮시간에 복잡한 도로를 운전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고. 음악 틀어놓고 설겆이 하고. 쓰레기 정리하고. 내일 마태복음 25장 말씀 준비를 하였다. 마태복음 끝으로 가면서 마지막 때, 언제 올지 모르는 그 마지막 때에 대한 얘기가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내가 미루고 있는 것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만추,말고 또 도둑들,을 (4천원) 보았다. 한국말이고 영어고간에, 전달력 좋게 또박또박 발음하는 것은 참 어려운일인 것 같다. 도둑들을 보고 났더니 오늘 희열님이 나온다기에 모처럼 보려했던 무도가 끝나버렸다. 1년만에 보는 티비같은데 채널을 넘기다가 유명인사라고 나온 사람을 자세히 보니까, 예전에 한 친구가 엄청엄청 욕하던 직장상사다. 그리고 지영이가 요즘 조계사에서 듣고 있는 유홍준교수의 한국미술 강의에 푹 빠져있는 것을 기억하고, 미뤄두었던 무릎팍도사 유홍준편을 시청하였다. 유홍준 1편과 2편 사이의 라디오 스타-4인방과, 존박, 이적, 정재형-어쩌면 이렇게 웃길 수 있지 깔깔깔. 그리고 연예인들이 '은퇴'란 말 좀 안썼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강진이랑 해남이랑 선암사랑 다 언제언제 가나. 우선 태백산맥을 끝내고 벌교에 가서 꼬막을 먹어야지..


내게 오늘 같은 토요일이 또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좋은 이유에서든 안 좋은 이유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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