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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10.12.22 진심, 진실, or whatever that is
  7. 2010.12.19 혼자, 벽 보고 얘기하는 건 어때? 1
  8. 2010.12.16 a passage
  9. 2010.12.12 "12월 12일," 그리고 12월 12일 2
  10. 2010.12.11 a mind-boggling night 2
  11. 2010.12.10 One way to look at it all
  12. 2010.12.06 Sunday night 3
  13. 2010.12.01 December 2010 3
  14. 2010.11.29 아프가니스탄
  15. 2010.11.26 untitled
  16. 2010.11.23 The day evened out at the end. 2
  17. 2010.11.17 keeping my sanity intact 5
  18. 2010.11.15 기다림, make it here and now 2
  19. 2010.11.14 그래도 살만한...
  20. 2010.11.10 제목은 생략 3

nigh nigh...

Posted 2011. 1.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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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Posted 2011. 1. 5. 23:47
내 블로그에 흔적을 남기지는 않지만 고정 reader라고 주장하는,
나를 오래 알아온 한 친구를
오늘 아주 오랫만에 만나 밥상을 나누었다. (알고봤더니 캐슬프라하가 운영하는) 보헤미안 비스트로집에서, 쌩뚱맞은 파스타와 피자를 먹으며.
그나마 체코 맥주 dunkel을 시켜서 프라하를 기억하려고도 해 보았다. 토마스와 테레자와 사비나와 프란츠도. (둥켈, 맛 있었다!!)

대학 때 한 집에 살았던 그녀와 나는 1999년의 어느 날...
식탁 의자에 앉아 2000년 대로 넘어가는 대학졸업 이후의 인생을 그려보았다.
이천년, 이천일년, 이천이년... 이라는 새로운 밀레니엄의 버거운 숫자를 말하는 것이 너무나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at 33 Fairview Square, Ithaca, NY 14850

여튼, 세월은 흘러 흘러 2000년대는 무색하리만큼 휘릭 지나가 버렸고.
지난 몇 년간 우리 사이를 차지했던 공백을 지내고 난 후,
She and I agreed that I've become more liberated.

내가 살면서 가장 잘 한 일 중에 하나는 회사를 당기다가 어느날 문득 스위스에 가야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그 해 겨울,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쳐온 한 자매님의 간섭으로 인하여 원래 목적지였던 로잔에서 좀 더 산(?)속으로, 알프스 중턱에 위치한 라브리라는 공동체에 갔다. 거기서 30여 명과 한 지붕 아래서 놀고 공부하고 노동하며 세 달을 살고 한국에 와서, 기다렸다는 듯이 기청아를 만나서 공지훈을 하게 된 것이고. 이렇게 죽 이어진 만남과 공부 가운데 계속해서 머리는 아프지만, 사는 데 피곤한 아쉬움을 떨쳐버리게 된 것 같다.

여튼, 요즘 굉징히 소홀하고 있는 공지훈 숙제를 하기 위해 오랫만에 맘 잡고 앉아서 책을 읽다가, 밑줄 긋고 싶은 대목이 있어 적기로 했다.


pp. 14-15, 현대신학의 패러다임 by 도로테 죌레 (Dorothee Sӧlle)


Beethoven Opus 135 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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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11

Posted 2011. 1. 3. 09:03



아,
오늘이 2011년 첫 월요일이구나.
주말에 심히 졸은 덕에 몸은 살짝 가뿐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천근만근.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와 던킨에서 커피를 한 잔 사들고
회사 1층 로비에 도착했을 때는
출근인파에 몰린 엘리베이터 한 대 쯤 먼저 거뜬히 보내버릴
여유가 있었다.

춤,
을 추는 무리에 이따금 끼어들어 띄엄띄엄 추어 보니,
객체로 구경할 때와는 달리 내가 주체가 되어버리면,
흥겨운 음악으로 인해 즐거운 웃음과,
어설픈 내 모습이 너무나 쑥스러워 나오는 웃음이 한 데 뒤 섞이어
유발되는 유쾌한 카타르시스가...

춤은 그냥 추어버리는 데 묘미가 있는 것일 텐데,
이것도 잘 해보고픈 욕심이 꿈틀.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백열다섯가지 중 하나인
춤을,
서로 발을 밟아 가며 함께 완성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나,
이미 선수가 되어버렸으되, 내 발에 밟히는 것을 참아낼 수 있는 사람과 추어보고 싶다.
함께.

머 쉬운게 어디 있겠어.
진심,이란 것도 하나마나한 소리, 군더더기 일뿐이다.
그런데, 눈을 감고 춤을 춘다는건 너무 술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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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밥

Posted 2010. 12. 25. 10:34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가지 듯이,
밥은
서로서로 나누어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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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dom photos by iPhone 4

Posted 2010. 12. 24. 16:53
내 손을 보다시피,
아이폰포의 주인은 내가 아니고...

a show window shot, 던킨도너츠, 명동

오랫만에 명동엘 가보니, 명동은 정말 딱 관광지 같이 변모해버렸다.
우리나라에 위치한 어떤, 내가 이따금 가는, 곳이 아닌,
멀티내셔널 기업 간판이 즐비한 여느 나라 대도시의 그,
익숙하면서도 특징은 없는. 그런 장소로.말이다.
반가움도 씁쓸함도 아니고 어떤 픕픕스러운 느낌도 유발하지 않았다.
그냥, 엄마아빠가 결혼식을 했다는 로얄호텔과
내가 태어난 백병원은 그대로 있어서, 안도감 비스무레한, 느낌.
근데 사실 따지고 보면, 여기는 내가 세상과 첫 대면을 한 곳이긴 하지만,
살면서 그닥 명동.이란 곳에서 쌓은 추억은 없다.
메롱

그래도 서울의, 한국의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크랙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깔려있는 보도블럭과,
깨끗하다,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이는 쌔 건물들의 말쑥한 겉모습 너머로,
어딘가 저기에
 숨겨져 있을 옛 기억의 한 자락이, 무수한 자락이
아련히 남아있겠지.
명동이어야 하는 이 곳에 말이다.


세컨드샷,

이태원 패션파이브에서 mediterranean pasta를 시켰는데,
(안타깝게도 사진을 찍어두지는 못했으나)
내 상상속에서 렌틸콩이나 올리브가 듬뿍 들어간 소스가 아니라,
바로 라따뚜이소스를 얹은 파스타였다.
여름에 바바라가 해준 홈메이드 라따뚜이를 맛 보지 못했더라면,
메디터레니언이 머 이래, 이런 군말 없이 먹었을꺼다.
어쨌건, 프랑스도 지중해를 접하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맛은 꽤 좋았다.

1층 초코렛 스테이션 앞의 현란한 조명아래서,
위험한 앵글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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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진실, or whatever that is

Posted 2010. 12. 22. 00:59
The word "truth" is big, and I feel encumbered by its obligation upon my life. Once I knew not what it meant to be living in truth nor about not living in truth, until I did something what all human beings are supposed to do - growing up or aging - regardless of one's will to do so. As I get older, my schizophrenic symptoms take a deeper root into my being; my multiple personalities fight amongst each other more often than I can put up with. Sometimes, it's pathetic. (c'est la vie. bien.) In such case, how am I supposed to tell what the truth is?

Can the truth be relative at least in the human world? Apparently so, in the world shared by Sabina and Franz. 

For Sabina, living in truth, lying neither to ourselves nor to others, was possible only away from the public: the moment someone keeps an eye on what we do, we involuntarily make allowances for that eye, and nothing we do is truthful. Having a public, keeping a public in mind, means living in lies. Sabina despised literature in which people give away all kinds of intimate secrets about themselves and their friends. A man who loses his privacy loses everything, Sabina thought. And a man who gives it up of his own free will is a monster. That was why Sabina did not suffer in the least from having to keep her love secret. On the contrary, only by doing so could she live in truth.

Franz, on the other hand, was certain that the division of life into private and public spheres is the source of all lies: a person is one thing in private and something quite different in public. For Franz, living in truth meant breaking down the barriers between the private and the public. He was fond of quoting Andre Breton on the desirability of living "in a glass house" into which everyone can look and there are no secrets.
p. 113,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by Milan Kundera

이상은 사비나 같은 인간 -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실화 中

긍데, 비밀.. 피곤하지 않아? 가뜩이나 사는거 복잡한데 말이야... 흡.




"Well so far,... we've played 500 or so concerts in our lives, and  this audience has got you ranked well above number one."

How phony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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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벽 보고 얘기하는 건 어때?

Posted 2010. 12. 19. 23:00


이번 주 공동체 말씀이 고린도전서 14장이었다. 바울이 방언과 예언,에 대해서 말하는.

방언이라 함은, 원래 사투리라는 뜻도 있지만, 기독교에서는 쌸라쌸라 하는 큰, 소리로 하는 사람도 듣는 이도 알아 듣지 못하는 기도이다. 보통 은사 중에 하나로 얘기하지만, 이번 주에 여울 친구들이 올려준 묵상글을 읽어보니 어쩜 하나같이, 오래 교회 다닌 친구들은 모두 방언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자라왔드랬다. =_=

나도 중등부 선생님으로 부터 방언은 꼭, 해야만 하는 것이니 열심히 기도 해서 구하라는 시킴을 당했었는데... 그 때 내가 바울쌤이 했던 얘기를 잘 알고 있었더라면, 선생님의 요구는 쌩깠을 수 있었을텐데.

여튼, 이번 주에 방언과 예언을 구분하여 설명하는 바울의 편짓글을 읽으면서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가 떠올랐다. 커뮤니케션의 이해. 글서, 묵상글에 유튜브 동영상과 가사로 묵상글을 대신 : ) 바울의 얘기와 덕원이 쓴 가사가 대략 비슷한 내용이다.

특이점은, 바울이 13장에서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온유하며... 사랑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을 하고나서, 믿음소망사랑,중에서 사랑이 쵝오라고 맺음하고 14장 시작을 사랑으로 한다는 것이다. (머, 장 수 구분을 바울이 한 것은 아니지만서도) "힘써 남을 사랑하고 성령의 선물을 간절히 구하십시오. 특히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전하는 은혜를 간절히 구하십시오." 그리고서 방언과 예언 - 말씀을 전하는 은사 - 에 대한 얘기를 쭉 풀어가는데, 그 전제가 "사랑"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다. 그래서 공동체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예언에 힘을 쏟기 보다는, 바울이 분명 "자기 자신을 도울 뿐"이라는 방언에 목숨을 걸었던 듯 하다.

인간이 소통,을 하는데 있어 나와 상대방 간에 통(通)하는것에 목적을 진정으로 두기도 하지만, 너무나 많은 경우에 나으 말을 주장하고 내세려우고 한다는 것이지.

갈수록 일터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느낀다. 나도 내 자신을 너무 주장하는 면이 있기도 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입장과 명분을 내 세우려다가 more often than not, 뻘짓의 반복을... =_=

그렇지만
욕심많은 그들은
모두 미쳐버린 것 같아

말도 안되는 말을 늘어놔 거짓말처럼
사실 아닌 말로 속이려고 해도
넌 알지 못하는 그런건가 봐
생각이 있다면

좀 말같은 말을 들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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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assage

Posted 2010. 12. 16. 23:55
how mundane this is, to the point it distresses me -- Tereza's outlook on her own being, her tenacity, Tomas's nonchalant affection toward her, her helplessness in their relationship; yet, it's utterly poignant.

안 참으면 어쩔겨 =_=

14
A young woman forced to keep drunks supplied with beer and siblings with clean underwear -- instead of being allowed to pursue "something higher" -- stores up great reserves of vitality, a vitality never dreamed of by university students yawning over their books. Tereza had read a good deal more than they, and learned a good deal more about life, but she would never realize it. The difference between the university graduate and the autodidact lies not so much in the extent of knowledge as in the extent of vitality and self-confidence. The elan with which Tereza flung herself into her new Prague existence was both frenzied and precarious. She seemed to be expecting someone to come up to her any day and say, "What are you doing here? Go back where you belong!" All her eagerness for life hung by a thread: Tomas's voice. For it was Tomas's voice that had once coaxed forth her timorous soul from its hiding place in her bowels.
    Tereza had a job in a darkroom, but it was not enough for her. She wanted to take pictures, not develop them. Tomas's friend Sabina lent her three or four monographs of famous photographers, then invited her to a cafe and explained over the open books what made each of the pictures interesting. Tereza listened with silent concentration, the kind few professors ever glimpse on their students' faces.
    Thanks to Sabina, she came to understand the ties between photography and painting, and she made Tomas take her to every exhibit that opened in Prague. Before long, she was placing her own pictures in the illustrated weekly where she worked, and finally she left the darkroom for the staff of professional photographers.
    On the evening of that day, she and Tomas went out to a bar with friends to celebrate her promotion. Everyone danced. Tomas began to mope. Back at home, after some prodding from Tereza, he admitted that he had been jealous watching her dance with a colleague of his.
    “You mean you were really jealous?” she asked him ten times or more, incredulously, as though someone had just informed her she had been awarded a Nobel Prize.
    Then she put her arm around his waist and began dancing across the room. The step she used was not the one she had shown off in the bar. It was more like a village polka, a wild romp that sent her legs flying in the air and her torso bouncing all over the room, with Tomas in tow.
    Before long, unfortunately, she began to be jealous herself, and Toams saw her jealousy not as a Nobel Prize, but as a burden, a burden he would be saddled with until not longer before his death.
Soul and Body 14,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by Milan Kund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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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그리고 12월 12일

Posted 2010. 12. 12. 01:12
이상은, 나이를 적어도 열살 쯤 뻥치지 않았을까?
모든 분야에 천재가 있더라도 문학에는 천재성이 먹히지 않는 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진짜 그렇지 않나? 딸랑 20년 살고, 어떻게 이렇게 인간의 속안에 들어가 한 세기쯤 살아온 말을 해낼까.

머, 어쨌든.
   “저 오늘이 며칠입니까?”
   “12월 12일!”
   “12월 12일! 네, 12월 12일!”
   신사의 손목을 쥔 채 그는 이렇게 중얼거려보았다. 순식간에 신사의 모양은 잡답한 사람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찾고 또 찾았다. 그러나 누구인지 알지 못할 사람이 그의 손목을 달려 잡았을 때까지 그는 아무도 찾지는 못하였다
   ……
   침묵…… 이 부득이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안 찾아올 수 없었다. 입을 꽉 다문 채 그는 눈물에 흐린 눈으로 M군의 옷으로 신발로 또 옷으로 이렇게 보기를 오르내리었다. 그의 머리(?)에 가까운 곳에는(?) 이상한 생각(같은 것)이 떠올랐다.
   ……
   “차라리 아까 그 신사나 따라갈 것을.”
  ……
    “이 사람들이 나를 기다렸던가. 아---”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빈 것으로만 알았던 그의 가슴 속은 역시 무엇으로인지 차 있는 것을 다시 느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모순이다. 그러나 모순된 것이 이 세상에 있는 것만큼 모순이라는 것은 진리이다. 모순은 그것이 모순된 것이 아니다. 다만 모순된 모양으로 되어 있는 진리의 한 형식이다.
아마도 고등학교 졸업한 여름이었던 것 같다. 서점 신간코너에서 집어 들었던 양귀자의 <모순>.
주인공 안진진의 엄마는 쌍둥이 자매가 있었다. 엄마에게 들어왔던 맛선자리에 여차저차해서 쌍둥이 이모가 나가게 되었고, 그 후 이모는 청담동 사모님으로, 엄마는 가정을 내팽겨친 아빠를 대신해서 생계 마련에 급급한 거친 아낙네의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나, 종국에, 두 여인의 인생은.... 모순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어린마음에 이 소설은 은근 충격적이었다. <모순>을 읽고나서는, 주위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행복, 만족감에 대해서 쉽사리 규정짓지 못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나를 찾아오는 허무, 허탈감에 더 민감했는지도 모르겠고.

이상의 단편선에서 쪽수가 제일 긴 "12월 12일"에서, 그,가 내린 결정은, 내가 알던 모순에 대칭이 되었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난 양귀자의 모순을 떠올렸고, 12월 12일의 그,와 같은 인생을 산 사람은, 그가 내린 결정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외쳤다. or so I belived. 그래서 그랬나? 우리의 천재청년, 이상은 이 소설의 두 째 장에 이렇게 말한다.
   네가 세상에 그 어떠한 것을 알고자 할 때에는 우선 네가 먼저 그것에 대하여 생각하여보아라. 그런 다음에 너는 그 첫번 해답의 대칭점을 구한다면 그것은 최후의 그것의 정확한 대답일 것이니. (꼭, 스타일이 <위대한 개츠비>의 도입부 같으다.)
오늘 이걸 다시 읽은 이유는,
12월 12일이, 내가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 짐을 다 정리하고 - 한국으로 돌아온 날이다. 이제 꼭 6년이 되었다.
   모든 것은 다 간다. 가는 것은 어언간 간 것이다. 그에게 있어도 모든 것은 벌써 다 간 것이었다. 다만 그러고는 오지 않으면 안 될 것이 그 뒤를 이어서 ‘가기 위하여’ 줄대어 오고 있을 뿐이었다.
참으로 많은 것이 오고 간, 6년 이라는,
언제나 중학생언니가 되려나 지루했던 국민학교 6년과 같은 양의 시간을, 보냈다. 앞 날에 대해서 기대되는게 구체적으로 있기도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그런데 30 몇 년 살아온 게,
들깨칼국수 국물처럼 되직하고 무겁다. 몸에는 참 좋은데, 상큼하거나 깔끔한 맛이 부족한.

오늘을 맞이하여 다시 읽은 <12월 12일>도, 여전히 칙칙하다. 그런데 (yes! there is a "but"!!),
오히려 이상은 안진진이 경험했던 요상한, 긍정을 inject해 주는 것 같다.

   “나는 그들을 반가워하여야만 한다. 나는 그들을 믿어오지 않았느냐? 그렇다, 확실히 나는 그들이 반가웠다. 아--- 나는 그들을 믿어---야 한다--- 아니다. 나는 벌써 그들을 믿어온 지 오래다. 내가 참으로 그들을 반가워하였던가. 그것도 아니다. 반갑지 않으면 안 될 이 경우에는 반가운 모양 외에 아무런 모든 모양도 나에게---이 경우에---나타날 수는 없다. 어쨌든 반가웠다.”
   ……
   “혹시 내가 속지나 않은 것일까. 사람은 모두 다 서로 속이려고 드는 것이니까. 그러나 설마 그들이---나는 그들에게 진심을 바치리라.”
   사람은 속이려 한다. 서로서로. 그러나 속이려는 자기가 어언간 속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속이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속는 것은 더 쉬운 일이다. 그 점에 있어 속이는 것이란 어려운 것이다. 사람은 반성한다. 그 반성은 이러한 토대 위에 선것이므로 그들은 그들이 속이는 것이고 속는 것이고 아무것도 반성치는 못한다.
   이때에 그도 확실히 반성하여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반성할 수 없었다.
   “나는 아무도 속이지 않는다. 그 대신에 아무도 나를 속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반가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믿지 않으면 안 된다’ 등의 “……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를 늘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것이 도덕상에 있어 어떠한 좌표 위에 놓여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는 없었다. 따라서 이 그의 소위 ‘의무’라는 것이 참말 의미의 ‘죄악’과 얼마만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없었는 것도 물론이다.
   사람은 도덕의 근본성을 고구하기 전에 우선 자기의 일신을 관념 위에 세워놓고 주위의 사물에 당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최후적 실망과 공허를 어느 때고 반드시 가져온다. 그러나 그것이 왔을 때에 그가 모든 근본 착오를 깨닫는다 하여도 때는 그에게 있어 이미 너무 늦어지고야 마는 것이다.
   ……
   이러한 자기 반역도 그에게 있어서는 관념에 상쇄될 만큼도 없는 극히 소규모의 것이었다. 집을 떠나 천애를 떠다닌 지 십여년. 그는 한 번도 이만큼이라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의 머리는 냉수에 담갔다 꺼낸 것같이 맑고 투명하였다. 모든 것은 이상하였다.
   ……
   그때 그의 눈은 건너편 벽에 걸린 조그마한 일력 위에 머물렀다.
   December 12
   이 숫자는 확실히 그의 일생에 있어서 기념하여도 좋을 만한 (그 이상의) 것인 것 같았다.
   “무엇 하러 내가 여기를 돌아왔나.”
   그러나 그곳에는 벌써 그러한 ‘이유’를 캐어보아야 할 아무 이유도 없었다. 그는 말 안 듣는 몸을 억지로 가만히 일으켰다. 그리하고는 손을 내어밀어 일력의 ’12’쪽을 떼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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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ind-boggling night

Posted 2010. 12. 11. 02:56
one.
어제 꺼내온 맥주 캔이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 저녁에 살짝 짜게 먹은 떡볶이 때문에 간절한(?) 마음으로 혹시나 해서 김치냉장고 바닥을 들춰 보니, 호호 두 캔이나 더 있다.

술을 못 마시던 엄마는, 딸이 와인을 마실 때는 와인을 사와서 같이 마시고;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니 맥주를 사다 놓으시고; 막걸리도 가끔. 그러면서 늘! 정.색.을. 하시며, 빼 놓지 않으시는 말씀:
"어머, 이늠의 지지배 술꾼 다됐어. 그만 마셔!"
옴마,,, 어쩌라고용. 왜 사와 그럼 =_=
(쌩유, 어쨌든!)

한가한 점심을 보내다 at Between, Itaewon
매우 뽀다구 나고 번드러지는 곳
매우 밥 맛이 별로인 곳

two.
이번 주는 보스가 출장을 갔음에도, 일이 적지 않았다. 어처구니 없이 홀로 decision making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처리해야 할 짜잘한 일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보스가 옆에 없으니까 너무 좋더라. 내가 이 사람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 구나. 흐.

나는 내 솔직한 태도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 그에 대한 예의이자 진정성이라고 여기는데, 나의 자유분방함이 걸러지지 않았을 때, which i didn't pay much attention to anyway, 내 보스가 너무 불편해, 아니 싫어하는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인지할 정도로 별로 문제 삼은 사람이 없던 내 성격,이라는 거 - 제대로 도마위에 올라와 주셨다. 짜증은 상당히 나지만, 내가 보스 때문에 일을 그만둘 것이 아닌 이상... 그동안 내가 또 불편하게 만든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을래나, 급 반성,까지는 아니지만 생각이 된다. 사실, 나처럼 은근슬쩍 나이스해보이는 사람에게 기꺼이 태클을 걸어주는 자가 있다는 것은, from a constructive point of view, 고마운 일일지도.

그리고, 내가 지금 버텨보고자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드물게,
정말 드물게, if not never,
권력이 적지 않은 임원의 위치에서
구질구질하게 정치질 하지 않는 50대 아저씨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 분을 좀 관찰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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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ight

Posted 2010. 12. 6. 01:54


열 두시가 넘어서 텅빈 길, 그것도 일요일 밤에, 씽씽 달리는 운전 맛은 참 기분 좋다. 타워팰리스 뒷 길에서 음주운전 테스트로 잠시 슬로우다운 했으나, 양재천 길을 다 지나서 만난 신호등이 일제히 내 앞에서 초록색으로 바뀌어 주셨다.
씽씽. 짜릿! 맥주의 스파클처럼. actually, i ran one red light : )

차를 타고 시동을 거니 켜져 있던 라디오에서 들려나온 목소리는 -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이었다. 타지에 있는 신군이 홀로 외로히 자전거를 타고 눈길을 씽씽 달릴 때 듣는 다던 그 프로그램. 언제 어느 방송에서 하는지 몰랐는데, 89.1. 밤 열두시. 유희열 목소리 좋다.

왠지, 집에 너무 오랫만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펀안히 널부러져 있으니 또 자기가 싫으네. -_-
낼, 일 가야하는데도 말이다.

... 너무 졸리다.

유희열 라디오에서도 브로콜리너마저의 저.노래가 나와 몹시 반갑다. 히~ : )




맥주 한 잔을 이렇게 따라놓고 보니,
한 두해 쯤 전의 어느 날이 떠오른다.

점심 때 선릉역 1번 출구 앞 강가에서 밥을 먹는데, 동행한 두 분이 맥주를 시켰다. 내가 맥주 병을 받아 들고,
잔과 병을 90도로 대고, 퍽--
따르는데,
앞에 앉은 사람이, 어머! 화들짝 놀랐던....
거품이 그득했던 그 잔.

한 두 해가 더 지나면 나는, 어떻게 늙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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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0

Posted 2010. 12. 1. 23:17
The beginning of another end.
What's the big deal?
All the year-end fuss really annoys me =_=
Just live your life as well as you have in January, February, March, April, May, June, July, August, September, October, and November.

And yet, of course, life is always full of Much Ado About Nothing.
Thanks Mr. Shakespe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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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Posted 2010. 11. 29. 23:16
읽어야지 했던 책 백만권 중 하나,  Khaled Hosseini 의  The Kite Runner/연을 쫓는 아이를 드뎌, 시작하여 후딱 읽었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어느 날 시작했던  The Road by Cormac McCarthy 는 몰입에 실패하여, 지금 책이 어디있는지 모르겠는데, 연을 쫓는 아이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처음부터 너무 금방 빠져들었다.

그런데, 그 흥미 진진한 재미는 초반부에 힘을 발휘하기는 하나, 뒤로 갈수록 근근히, 사태는 상당히 예측가능하게 펼쳐진다.

등장인물을 살펴보자면:
강인하고 무뚝뚝한 아부지,
엄마는 아들을 낳다가 돌아가시고, 
아들은 아버지의 그늘에 가리워져, 늘. 인정받고 싶은 욕구,
라이벌 의식을 느끼게 하는 또래,
쌀쌀 맞은 아버지 말고 친절한 키다리 아저씨,
악당 역할의 친구들.
이러한 진부한 성격의 등장인물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역사적인 - 역사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동시대적(contemporaneous)인 - 백드랍에 힘입어 재미있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하여,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
literary excellence 를 원한다면,  go look for something else.
With that said, 그래도  Hosseini의 처녀작으로서 이정도 성공을 누린 것은 대단한 일이다. 책 한권 쓰고  he was able to quit his day job. <연을 쫓는 아이>가 어느정도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친다면, 호세이니는 원래  MD가 될 의사가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부모의 바램에 따라 메디컬 커리어를 추구했다가, 너무나 럭키하게도  it ticked for him to pursue his true passion. 

그래도, 이 책에는 밑줄 긋고 싶게 만드는 메타포나 오감을 자극하는 표현이 꽤 많았다. 그 중 하나:
 By the end of the summer, the scraping of spoon and fork against the plate had replaced dinner table chatter and Baba had resumed retreating to his study after supper.  (93)
구슬픈 분위기의 식사 시간. 접시에 어떤 진미가 올려져 나온 들, 그 마음의 서늘함이 어떻게 위로가 될까? (근데, 음식이 맛있으면 위로가 된다고 본다, 난.) 숟가락이랑 포크가 접시를 긁어대는 소리 같이 싸늘한 아빠와의 관계 - not unlike my relationship with my own dad - 에 인생이 발목 잡힌 아미르. 아미르는 아빠한테 인정받고 싶은 갈망 때문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및 자기 자신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준다. 어쩌면 아미르는 자신의 비겁함을 아빠와의 관계 뒤로 감추어 두었던건지도 모르겠다.

흔하디 흔한 캐릭터를 등장 시키는 호세이니가 클리쉐에 대해서 한 마디 한다. 일반적으로 "좋은" 글이라는 걸 쓸 때 금기시해야 한다고 우겨지는, 판에 박은 진부한 문구들 말이다. 나도 고등학교 때 영어 숙제하면서 클리쉐 금지령에 치였드랬다. 평생 크리에이티브와는 거리가 먼 아이라 믿고 자랐는데, "creative"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절망스러웠다. 왜 꼭. 창.의.적이어야 하는건지 말이야. 그래서, 대학 원서 쓸 때 에세이를 딱 이런 내용을 썼다. 클리쉐를 세 개 쯤 인용해서, 클리쉐가 클리쉐인데는 이유가 있다. 중요해서 사람들이 자꾸 말하는 거다. 호세이니가 클리쉐에 대해서 나름 크리에이티브 -_- 하게쓴 말은:
A creative writing teacher at San Jose State used to say about cliches: "Avoid them like the plague." Then he'd laugh at his own joke. The class laughed along with him, but I always thought cliches got a bum rap. Because, often, they are dead-on. But the aptness of the cliched saying is overshadowed by the nature of the saying as a cliche. (197)
여튼, 중요한 것은,
이 작가로 인해 지구에서 가장 우울한 지역 중에 하나인 아프가니스탄이 그곳의 암울한 일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하루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약하나마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연결고리를 마련해 준 일이다. 미국에서 2003년에 출간된 이 책이 2005년 기준으로 백만부가 훌쩍 넘는 판매부수를 친데는, 나는, 미국인들 사이 일종의 죄책감.같은것이 작용을 했다고 여긴다.

내게도 아프가니스탄.하면 떠오르는 개인적인 경험이 하나 있다. to be continued...
(우선,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먼저 읽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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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Posted 2010. 11. 26. 00:20


at the end of a schizophrenic day.
it smells dirty, but
c'est la vie.

(oh but, my socks don't smell. where has my day gone??)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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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evened out at the end.

Posted 2010. 11. 23. 00:33
에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날 미워하지 않고, 심지어 좋아하기 까지 하는건 알겠는데. 그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그 불똥을 참 어이없는 방향으로 튕긴다. 내 옆으로.
그러니까, 일이 꼬이거나 매일 얼굴을 대하지 않는 어떤 사람이 그를 힘들게 하면 (때로는, 옆에서 봐도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그 일과 별개로 나한테 말을 할 때, 내 기분이 팍 상하게 말한다.

그러나 나는, 어떤 날,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청정한 선물을 받기도 한다.

오늘도 번갯불에 콩볶는 하루를 보내면서,
내 스트레스를 자극하는 일들이 종합선물세트로 있었지만,

점심 시간이 다 될 무렵, 내 컴퓨터 문제로 내가 할 수 없어서, 비라는 사람에게 웹하드에서 파일을 받아 유에스비에 저장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는 외부에서 있을 오후 미팅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어 점심을 먹을 수 없다며, 파일을 다운받으면 유에스비로 옮겨놓고 가겠다 했다. 용량이 큰 것이라, 본인이 끝까지 확인은 못하고 가지만 파일 이동은 해 놓고 가겠다고.

점심을 먹고 돌아와 보니 비의 맥북 스크린에 가지런한 글씨가 적힌 포스트잍이 붙어 있었다.


내용인즉슨:
김나경프로님 (참고로 이 회사는 에브리바디의 호칭이 "프로"다) 다운 받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네요.
폴더 열어두었으니
USB에 옮기시면 될 듯 합니다.
궁금하신점 언제든 연락주세요.
그리고,
왼쪽 화살표: USB 폴더 여기""
오른쪽 화살표: 파일 받은 곳 여기""

난 너무 흐믓한 마음에, 마우스를 움직이지도 못하고 포스트잍을 떼지도 못하고, 인증샷부터 찍었다.
(내가 원래 쪽지나 카드 쓰는걸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고 난 비에게 왓츠앱 메세지를 날렸다.
"친절한xx씨, 화살표가 인상적이군요."

그리고 나서 오른쪽 폴더에 있는 파일들을 왼쪽 폴더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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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ing my sanity intact

Posted 2010. 11. 17. 00:04
미국에서 운전할 때는 빵빵 경적을 울려본 일이 없었다. 거기서 내 성질이 더 좋았던 것은 아니고, 그냥 운전하다가 방어할 일도 화를 낼 일도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꽤 먼 거리를, 심심한 고속도로를 넋 놓고 쭈욱 오랫동안 달리는 일이 잣다는 게 불만이라면 불만.

한국에 와서 운전을 시작하면서는 옆차가 얌체같이 끼어 들거나, 아니면 내가 오는지 못 보고 들어오거나 할 때도 경적을 눌르는게 굉장히 낯설었으나. 금방 익숙해 졌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난 종종 빵빵 거리거나, 궁시렁댄다.

"어머, 즈 아저씨 모야!"
"우씨, 즐대 안 비켜준다 내가."
"아... 또 끼어든다."
"하하, 쌤통이다. 아까 끼어들더니만, 이제 요기에."
심지어는 이런 말도 한다. "아, 딱 운전 못하는 여자 스탈이야 쟤!"
때로는, 양보 해 준 사람들한테, 목례로 인사하기도. =_=

요즘 매일같이 심신이 노곤하여, 집에 와서 그냥 잠자리에 들기는 아깝고, 정신은 살짝 혼미한 가운데 포스트를 쓴다. 블로그에 대고 꿍시렁 꿍시렁 대는게 운전하다가 쭝얼거리는 것처럼, 살짝 뻘쭘하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낮에 잠깐 읽은 블로그에서 어떤 expat이 한국에 와서 살면서 여러 모로 힘들었는데, 블로그가 그나마 자신의 sanity를 지켜주고 있다고 한 말에 새삼 위로가 되었다. 사람들은, 걍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사는 것 같다.

나는 나름대로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고 여기는데, 오늘은 어제 꾹 참았던거랑 오늘 분량의 스트레스랑 한꺼번에 나를 괴롭혔다. 일터에서는 내 주변인들이 나 보다 훨씬 상태가 심각한지라 내가 누울 자리도 다리를 뻗을 자리도 없다. 오늘은 다행히도 칼퇴근을 못하고도 요가수업을 갈 수 있었다. 열심히 숨 쉬면서 땀빼고 (오늘은 균형잡기가 많았음), 집에 와서.

웃! 애플케키를 만들다.

저녁 시간 서너시간이, 오늘 하루치 (혹은 며칠 분량의) 내 안에 쌓인 독소를 제거해준 듯.

레서피는 David Lebovitz 아저씨의 것을 따라했다. 일주일에 두 세번 날라오는 다비드의 이메일을 그냥 지워버릴 때도 많지만, 어제 같은 경우는 짬짬히 딴짓을 하면서 (머, 딴짓은 늘 하는 짓이긴 하다. =_= 워낙, 내가 산만한지라.) 레서피를 정독했다. 재료가 간단해서 조만간에 한 번 만들어 봐야지 했는데, 오늘 바로!

이 레서피에서는 블랙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는데, 블랙럼을 사러갔더니 없어서, 대신, 내 맘대로 베일리즈를 넣었다. 망치게 되면, 기분이 정말 안 좋을텐데... 내심 불안불안.

다비드 블로그 포스트의 사진 (내 사진이랑 수준이 다!른!)을 보면, 아메리칸 답게 사과 껍질을 굉장히 두껍게 깎았다. 나는, 아주 얇게 잘 깎을 수는 있으나 : )
언제부턴가 사과를 껍질 채로 먹기 시작했다. 케이크에도 그냥 껍질채로.

12시가 다 되어서 오븐에서 꺼냈다. 사진 찍으려고 한 쪽 잘랐는데,
흐미, 한 쪽을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쯤, 성공적이다!!!
촉촉한 케잌과 부드럽게 익은 사과를 씹는 맛에. 킁킁. 풍겨오는 베일리향이 너무 잘 어울린다.
설탕을 레서피에 제시된 양보다 줄여서 넣었더니 많이 달지도 않고, 낼 아침에 커피랑 먹어도 좋겠다. 회사에 싸갈까 살짝 고민중인데, 오늘 별로 이쁜 사람이 없어서, 퉁하다. 지금 나는. >_<

그나저나,
남은 베일리로는 무엇을 해야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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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2010. 11. 15. 23:16
너를 기다리는 동안

by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 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 였다가
너 였다가, 너일 것 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내가 기다리는 동안에도,
기다림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다리느라 지나가는 것들을,
넋 놓고 바라만보다가
보이지 않는 기다림에 사로잡혀
보이는 것을 놓쳐버리고마는.
그러나, 바람일 뿐이다.
놓치는 것은 놓칠 수 밖에 없고.
기다림이 가슴을 에리는 일을, 피해갈 수는 없겠지.

나는 황지우 시를 읽고 사춘기를 보내진 않았지만,
그에 대한 찬사를 익히 들어오던 차에,
만난 그.
i was in the audience.

어떤 만남은, 아니 만남보다 못하다.
그러나, 이 또한 어찌 피해갈 수 있을까?

===================

밤늦게 온 카톡 메세지에,
빡세고 힘들고 피군한 하루에, 있었던 어떤 일을 주절주절
설명했더니 온 답:

"ㅋㅋ 온정이 넘치오."

오랫만에 들은 온정.이라는 말이 참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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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2010. 11. 14. 22:09
Please stop and listen to this performance by Valentina Lisitsa with both your ears and eyes, with special attention to her nerves extending from her finger tips all the way through her biceps and triceps.




웬 아이가 보았네 中 by 권여선 from 내 정원의 붉은 열매 (한 권 사셈)

14
뾰족집 여류시인은 있을 때도 그랬지만, 사라진 뒤에도 마르지 않는 샘 같은 존재였다. 마르지 않는 샘은, 그 샘물을 달게 마시는 사람들(이를테면 이상건씨 같은 경우)에게는 기적과 은혜의 대상이지만, 그 샘의 물을 다 퍼내고 그 바닥을 드러내라는 명령을 받은 사람들(이를테면 내 어머니 같은 경우)에게는 고역과 원망의 대상이었다. 뾰족집 여인을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도 그렇게 둘로 나뉘었다.

남자들이 다 그 샘물을 달게 마신 건 아니듯(이를테면 내 아버지처럼 샘의 그림자만 보고도 줄행랑을 친 축도 있었으니까), 여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그 샘의 물을 퍼내겠다고 달려들지도 않았다(애심이 엄마처럼 샘 주변을 하염없이 맴도는 축도 있었으니까). 아마도 여자들 중에서 뾰족집 여류시인을 가장 선망했던 그 가엾은 애심이 엄마는 여류시인에 대해 지나친 억측이 난무할 때면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하곤 했다.

"까만옷에 희끗희끗 달라붙은 먼지를 떼내봐요. 그게 어디 희던가요. 워낙 시꺼먼 데 붙어 있다보니 희게 보이는거죠."

모두둘 그래서? 하는 투로 쳐다보면 그녀는 얕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튀는 사람이 자기가 튀려고 해서 튀는 게 아니에요. 바탕이 튀게 하는 탓이 큰 거죠."

말이 끝나고 몇 초 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아니, 바탕이 뭐 어쨌다는 거예요?"

"우리 바탕이 시커멓다는 얘긴가봐요."

"그러니까 그 새댁이 자기가 튀려고 해서 집을 튀어나간 게 아니라 우리 때문에 집을 튀어나갔다는 건가?"

"살다 살다 별소릴 다 듣겠군요."

뾰족집 여류시인에 대한 반감과 적의로 똘똘뭉친 마을 여인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잉잉대고 공격하면 그 가엾은 애심이 엄마는 결국 굴복하여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훌쩍거리며 참회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그런 애심이 엄마의 모습이야말로 마을 여인들 중 아름답고 진실해 보였던 것 같다. 외모가 아름답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 자체로 추하지는 않았다. 못난 걸로 치자면 애심이 엄마도 내 어머니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누가 저 샘의 물을 다 퍼내라고 시켰는지 몰라도 내 어머니를 비롯한 마을 여인들 대부분이 기필코 저 존재의 바닥을 보고 말겠다고 소문의 삽과 곡괭이를 휘두르며 추함의 극치를 드러냈던 데 비해, 애심이 엄마는 낯설고 신비로운 존재의 출현에 잠시나마 설렜던 마음을 쉽게 부정하지 않으려는 은장도처럼 작은 용기를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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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2010. 11. 10. 01:10



오랫만에 집에서 레드와인을 구경하다.
레드와인.을 기대하고서 냉큼 땄더니,
orz 너무 달달다.
달달은 사랑이 이래야 하는건데.
대안(?)도 없고, 따놓구 안 마실수도 없고, 걍....  마신다.
좀 전에 지하철 역 앞에서 먹은 떡볶이랑 먹었으면 어울렸을 것 같기도 행.

가끔, 잠들기 싫은 밤이 있다.
그래서 지금, 눈을 반쯤 감고 - 혹은 반만 뜨고 -
낼 아침에 알람이 때르릉 울리면 후회할것을, 지금은 초침을 까먹고 있다.
왠지 내가, 삶에 애착이 많은 사람처럼 보인다. 잠을 마다하면서 이러고 있으니. 픕~

한결 같이 내리쬐던 태양처럼 내 인생이 따사로웠던 때가 있었다.
(굳이 지금 안 그렇다는 것은 아니공 -.- )
값도 싼 양질의 와인이 지천에 널려있던 때.
일요일 예배가 끝나면 언니오빠들과 스타벅스/잠바쥬스를 마시러 우르르 몰려가서 수다를 떠는 호사를 매주 누렸던 때다.
한 쪽 끝에는 구글이 있는 마운틴뷰의 Shoreline Blvd를 타고 낮은 고가를 넘으면,
내가 살던 아파트가 있던 Villa Street가 나왔다. 일부 일행이 먼저가서 자리잡고 있을 스타벅스를 가려면, 집 앞을 지나쳐 El Camino Real까지 갔는데
(그 길을 타면 스탠포드를 지나 샌프란까지 쭉 간다. 로칼로. 신호등을 한 천개쯤 지나면.),
Villa St 직전의 그 overpass를 넘던 그 날,
여느 때 처럼 햇살이 너무나 강렬했던 그 날,
죽음을 강렬히 갈망했다.

언제부터 살아있는 것 보다 죽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이 인식가능한 최초였던 듯 하다.
한 6 - 7 년 쯤 되었나.
그 때 부터 줄 곧 궁금했다.
죽음에 대한 나의 경솔한 태도가, 어떤 조건이 성립할 때 사라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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