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reat Misnomer: "무상급식"

Posted 2010. 7. 25. 23:04
나눴어야 할 곳에서 나누지 못한 얘기, 
앞으로 나눌 얘기의 raw material:

쌀이 남아서 동물사료로 준다는 발상을 하는 정부를 보면, 그 동안의 투쟁을 또 무색케 합니다. 굳이 남북관계나 결식아동들의 문제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소통의 장벽을 쿵! 한 번 더 느끼게 됩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무상급식”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을 때 경남지역의 20개 시/군 가운데 10개 군 지역에서는 이미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김상곤 교육감을 통해 국민들의 무상급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졌고, 우리가 알다시피, 첨예한 정책문제로 치달았습니다. 

저도 그런 국민 중의 한 사람으로서 “무상급식”하면 아이들에게 밥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인가보다 했는데, 조금 들여다보니 훨씬 더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무상급식은 결국 선거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이르렀습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가르는 핵심 논점을 보면 저소득층에 한정해 지원하는 시혜적 복지냐, 헌법이 보장한 보편적 교육복지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냐라고 하는데,
이 급식 문제를 단순히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만 볼 때 해당되는 논의입니다. 

최영한 교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를 인용하면, “무상급식의 논의는 교육적 차원을 넘어 농업의 산업적 기반을 지속가능한 모델로 바꿔낼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학교-농가 직거래를 통해 계약 재배와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된다면 가격과 품질의 안전성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정부는 재정 지출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먹고사는 길을 터주면 매년 농가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학교급식을 통해 경쟁력이 확보되면 회사, 공공기관, 병원 등의 급식이나 식품가공, 외식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지 않겠나. 지금의 무상급식운동에 생산자 단체가 적극 결합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무상급식”이라는 정책의 이름은 치명적인 오명입니다. 단지, 무상이라는, 공짜급식이라는 인식으로, 여당에서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경남지역의 사례를 보면, 합천군의 경우 지난해 친환경 급식 예산으로 지원한 17억원 중 6억원 가량이 지역 농산물을 사들이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는 부수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와 더불어 인구 이탈을 막는 효과도 보았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수도권에 인구 집중 현상이 일어나면서 비수도권 지역의 침체 현상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수도 이전이라는 좋은 묘책이 있었으나, 그 것은 물건너 갔고, 차선으로 세종시 계획이 있는데, 큰 난관을 겪어 왔지요. 일단 인구가 수도권으로 밀집되는 것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생활토대가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농가나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경제활동이 중요한데, 농가가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가 큰 문제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빵에 대해서 얘기를 하겠습니다. 밀도 농작물이니 생산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또 그렇게 다른 특징을 지닌 밀에서 나온 밀가루는 빵을 만들 때 (물론 다른 밀가루 음식을 만들 때도) 다른 결과를 줍니다. 여태까지는 우리밀 재배 가공방식이 빵 발효에서 중요한 글루텐 성분이 미미하여 빵의 반죽이 만족스러울 정도 (혹은 필요한 정도)로 부풀지 못했는데, 점점 제분, 가공과정이 발달하면서  우리밀도 제빵에도 적합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인터넷에서 만난 분 중에 월인정원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전남 구례로 귀농하여 직접 밀 재배에 참여도 하고, 지역 밀가루를 이용하여 수 차례의 실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우리통밀로 빵을 만드는 제빵조리법을 개발하여 블로그에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빵을 만들기를 좋아하더라도, 재료값도 아깝고 무턱대고 실험하는 것을 꺼려하는데, 이분의 실험으로 큰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밀 소비량은 전체 밀가루 소비량의 1%에 가까스로 미치는 상황입니다. 우리밀은 빈땅에 밀을 심어 농가에 추가소득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밀 재배시 분출되는 가스가 대기에 이득을 준다고 합니다. 

.....

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생각해 내야겠지만, 우선 음식이라는 주제를 두고 파생 시켜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묶어 주는 정신을 김지하선생의 책에서 참고 합니다.

풍수학에서 중요시하는 형국론 원리에서 농업생산에 관한 부분입니다.
“민중의 삶, 먹을거리, 물, 채소와 과일 등의 경우 요즘처럼 수송로가 길고 제철을 어긴 식품으로 인한 병들이 많을 때 이 원리에 입각하여 유기농산물 유통 장사보다 그 지역 단위에서 유기농산물의 생산-유통-소비가 기본적으로 해결되어 그 지역민의 생명을 원천적으로 보장하는 운동이 지방자치제 선거 등에서 공약 사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대병겁, 악질만세 시대의 최대 병인은 생활, 즉 먹거리, 물, 흙, 공기 등에서 오기 때문이다. (49)

합천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기가 먹는 쌀이 누구네 집에서 생산한 것인지도 안다고 합니다. 요즘 식품에 생산자 이름을 써 넣기도 하지만, 솔직히 식품 포장지에 찍힌 어떤 사람의 이름 석자하고 농심이나 CJ상표랑 크게 다를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아름다운마을공동체 친구들이 홍천에서 재배한 식량을 내가 먹게 된다면, 정말 기분이 이상할 것 같습니다. 내가 같이 공부한 친구들의 손을 통해서 자란 음식을 먹는 다는 소중한 경험이 되겠지요. 

이런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뀐다면, FTA가 줄지어 체결되더라도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에서만 먹을거리를 접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미국정부는 대외적으로 농업 재배작을 상품으로 전락시켜 멀리 멀리 수출하지만, 미국에서도 10년 전 부터 슬로우푸드운동등 단거리생산지를 중요시하는 풍토로 크게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과 국민의 생활이 크게 괴리되는 양상을 띄게 되는 것입니다. 마이클 폴란이라는 사람이 “잡식동물의 딜레마,” “욕망하는 식물,” “행복한 밥상” 등의 저서를 통해서 먹을 거리에 대한 인식을 대두 시켰습니다. 출판시장을 통해서 로컬푸드,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된 식량을 먹는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전개된다면 현재 여러 나라에서 체결하고 있는 에프티에이가 가격경쟁력으로만 승산을 보게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한 장 나눕니다.  처음에 이 사진을 보았을 때, 무슨 커다란 곰보빵 만드나 보다 했습니다. 
출처: 시사인 129호

그런데, 이 사진은 메주 담그기 체험 학습에 참여한 경남 합천 초등학교 학생들입니다. 메주를 만들어 본다니, 너무 부럽네요. 학교 급식의 변화는 아이들의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닌, 자연과 생명을 공부하는 학습을 장을 마련하는 것이지요.

참고자료>
새 시대의 율려, 품바품바 들어간다. (김지하)
시사인 129호: 무상급식으로 꿈꾸는 세상
교육, 경제 모두 살리는 '식판혁명,' 무상급식
한나라당 텃밭에서 꽃핀 무상급식
시사인 144호
무상급식은 농업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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