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know what to do with myself

Posted 2011. 1. 21. 00:34

1.
언제부터인가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릴 때
그 기다림의 끝에 올 기쁨에 대한 희망을 품는 동시에,  more often than not 내가 기다리는 것이 일어나지 않을 상황을 상상하며 내 마음을 worst scenario에 대비시키곤 한다. 간혹 내 모습이 안타깝기도 한데 막상, 내 희망이 처참히 짓 밟히는 때는 그런 대비를 했던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극심한 실망이 깊은 자국을 남긴 후지만 말이다.

모 이렇게 마음을 사리고 사는지 모르겠네.

2.
"니가 아침에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하면 아주 기분이 좋다."  출근하실 때 내 자리를 지나쳐 가시는 어떤 분이 하루는 회식자리에서 말씀하셨다. 내가 웃는 모습이 지붕위에 핀 커다란 박꽃; 같다고.

어제는 팀 회의를 하다가 팀장님이랑 내 보스가 내 계약일자가 언제 끝나는지 필요하면 연장을 제 때 잘해라 너는 있고 싶니 플젝트 끝날 때 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니 사정은 되는거니 이런 얘기를 하는데, 다른 한 분이, 아니, 나경씨 의리가 있지. 내가 나경씨 웃는거 보고 매일 출근하는데 계속 있어야지 - 이런 쎈-- 발언을 하셨다. 머 암튼, 매일 스트레스에 파닥파닥 하시는 이 분이 이렇게 말하니 고마웠다.

사실은, 나는, 별거 아닌일에 실실 웃고, 조금만 웃기면 웃음보가 터져서 컨트롤이 안되서 자주 웃게된다. 웃는 낯에 침뱉으랴, 다 좋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다. 젤 괴로울 때는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재밌는 얘기가 한 판 돌아 다들 한 바탕 웃고 났는데 나 혼자 여전히 낄낄 웃음을 멈출 수 없을 때다. 때로는 어디서 웃긴 얘기를 줏어듣고 와 다른데 가서, "내가 재밌는 얘기 해 줄게에." 의욕있게 이야기를 풀고는, 펀치라인을 얘기하고 난 후....가 아닌 그 직전에 나 혼자 웃음보를 터뜨려 말 문을 못 잇는다. 그럴 때면 멀뚱멀뚱 당황해 하는 상대방의 표정이 너무 웃겨서  나, 혼.자.만. 또 웃는다.

한 마디로 미친게지. *sigh*

여튼, 여러 사람들한테 웃는 얼굴에 대해 칭찬을 들었는데,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하는 그 얘기를 듣다가,
평생 처음 칭찬을 들어본 애 처럼 얼굴에 박꽃을 피게 만드는 사람도 간혹 있다.

3.
지난 연말에 회사에서 최연소 팀장으로 승진을 하신 울 팀장님은, 새해가 되면서 그 감투자리가 지펴대는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고 계신듯 하다. (내가 이분에 대해서 크게 존경하는점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애먼 주변사람들한테 분사하지 않으신다는 것.) 그러면서, 요즘, 프로젝트 말고 간부로서 처리해야 하는 여러 가지 잡다구레한 admin work를 내게 많이 시킨신다. 오늘 아침에도 이메일 한 통을 보내셔, 이거 저거 해서 저리 보내라 라는 짧은 이메일 끝에 -- 나경 없었으면 어쩔뻔 했니.
씨익~ *_*

우리 팀 6명은 서로 엇갈려 출장/외근을 많이 나가기 때문에 서로 다 같이 모일일이 참으로 드물다. 긍데 오늘, 저녁 약속이 있으셨던 팀장님을 제외하고 다섯 명이 모이게 되어 저녁을 같이 먹었다. 삼겹살 5인분과 쏘주 두 병을 시켜 잔을 기울이는데, 보스가 말 하기를,
나경을 만나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해.
 -- 내가 이 말에 감개무량할 만큼 내 보스한테 애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 미운정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지만, 어쨌든 고마웠다. 그도 나 때문에 그 성정을 다스려야 할 때가 종종 있었을 텐데 말이야.

+_+_+_+_+_+_+_+_+_+_+_+_+_+_+_+_+_+_+

오늘 기분이 몹시 울적하여 근래에 있었던 유쾌한 일을 좀 생각 해 보았다. 훕훕.
막 어떤 정말 훌륭한 노랫말이 떠오르네 --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냐. =_+

사람들 고기먹는데 나는 계속 알타리무 피클이랑 콩나물무침이랑 호박으깸이랑 김치랑 구운 마늘만 잔뜩 먹었더니 입이 짜다. 창가에 내놓은 카스나 마시고 자야지.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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