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Posted 2014. 3. 23. 22:22

9와 숫자들 공연 때 소개된 미발표 곡 보물섬

자꾸 흥얼거리게 된다. 

바빠서 좋은 것도 있기는 하지만, 
빡빡한 일정으로 살면서 계절의 변화에나 혹은 때에 맞는 변화가 기대치에 어긋날 때나, 등등
매일 날씨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겨울이 싱겁게 지나갔다는 둥, 
봄이 왜 이렇게 안 오는것이냐는 둥, 
앞으로 겨울이고 봄이고 하늘은 이렇게 계속 더러울 것이냐는 둥

시간의 속도에 갇혀서
더 충분히 느끼고 주목해야 할 것 대신에,
날씨에만 감응하고 사는 것 같다.


시간의 속도에 놀아난다

모든 것이 숨가뿌게 빠르고, 진득하지 못하고, 쫓고 쫓기는

그런 인생을 어쩔 수 없어 하다가


기다려 주는 세월과 진득함을 한움큼 안고 있는

보물섬에 대한 생각은

닻처럼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 생각에로 전환이 된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자니, 가벼움에 머물러있는 핑계도 떨처버려야 하여, 

어렵다.


노랫말에서 한 가지 걸리는 것은, 기다려달라는 이유가 진귀한 것만을 위한 것이라면 슬프겠다. =_=

기다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기다림에 대한 정당성은 

함께 하기 위함일 뿐일텐데


세상 진귀가 다 무슨 소용이랴


엄두가 나질 않아요

그대에게 가는 길이

이렇게도 멀고 험할 줄은 몰랐어


몰래 좌표를 새겨뒀지요

더는 홀로 헤매이지 않도록

그대가 일러준 비밀스런 언어로


지쳐 난 나침반을 꺼내면

동서남북 어디를 봐도

그대 향해 있지 않는 곳은 없었고


별과 구름을 따라갔지요

한도 없이 낮고 넒은 곳으로

우리를 가르던 헛된 금을 넘어서


닻을 올려요

노를 저어요

높은 파도, 거센 암초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아


모르는 척

조금 기다려줘요

세상 진귀한 것 모두 찾아

그대 앞에 바칠 테니까


지쳐 난 망원경을 꺼내면

어지러이 선명한 세상

어찌 그대만을 찾을 수가 없었고


밤과 물결에 몸을 맡겼죠

그 누구의 발도 닿은 적 없는

우리를 감춰줄 깊은 어둠 속으로


닻을 올려요

노를 저어요

높은 파도, 거센 암초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아


모르는 척

조금 기다려줘요

세상 진귀한 것 모두 찾아

그대 앞에 바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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