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史

Posted 2009. 5. 14. 11:08
어제가 한홍구 교수의 마지막 강의 였다.
(한홍구 교수의 사진과 강의 동영상 - 내가 들은 강의는 아니고 검색해서 찾은거다. 요즘도 이런 모습이시다.)

대한민국史에서 네 가지의 주제를 뽑아 네번의 강의가 있었다.

4/22 뉴라이트와 근현대사 논쟁


4/29 국가보안법과 간첩의 추억 

5/06 대한아, 민국아, 제대 안하니? - 병영국가 대한민국 

5/13 촛불과 한국현대사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면 
아...내가 정말 모르는게 너무 많구나... 혹은 아는게 정말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짜피 한국 근현대사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관심도 별로 없고.
59년생 한홍구 교수도 본인이 이 분야에서는 원로라고 하신다.

우리나라 역사니까 알아야 겠지만 너무 고통스럽다. (그리고 21세기에도 내 역사관점은 단어 사용에 따라 빨갱이로 몰리기도 한다. shoot!!) 20세기 대한민국 역사는 절망과 우울함 그 자체이다. 한 숨 나오고 열받아서 책 읽기가 쉽지 않다. 일제시대 이야기는 공공의 적이 있었고 이미 들은 얘기가 많이 있는 편이지만, 한국사람들은 이승만과 박정희라는 인물과 그들이 만들어낸 역사에 대해서 너무 어이없는 오해를 안고 살고 있다. 이승만의 신앙심을 기억해내며 그에게 존경을 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과, 박정희식 경제발전을 그리워 하는 이들.
 oh please.

그렇지만 나도 이승만이 한국전쟁 발발했을 때 국민들에게 쉬쉬하며 피난길에 올라 한강다리를 폭파하고, 
박정희가 친일파에 공산당에 엄청 줏대(?)없는 행보...
정신분열증이라고 밖에 설명안되는 삶을 살아온 개체였다는 것을 작년에 처음 알았다.
 
그런데,,,

한홍구 교수님은 희망을 말한다. 

한국 현대사는 일제의 강점, 분단, 전쟁, 그리고 독재의 고통으로 가득차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망의 역사가 아닌 희망의 역사이다.

미국 유학 시절, 한 미국인 사회주의자와 몇 차례 만난 적이 있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을 피해 군대에 입대했고 한국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일생을 바꾸어 놓는 사건을 만났다. 꿈꾸듯 그는 말했다.
"너 그거 아니? 전쟁이 끝나고 겨우 7년밖에 지나지 않았어. 7년.
길거리에는 아직도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었거든. 그런데 청년학생들이 들고 일어나 세상을 바꿔버렸어."
그 경이로움! 그는 갓 스물, 자신이 한국에서 목도한 민중의 힘이 30년 뒤 쉰 살이 넘은 자신으로 하여금
시애틀의 구석에서 유인물을 돌리게 하고 잇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가 갖고 있는 이 힘!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한국전쟁의 학살에서 끈질기게 다시 일어나,
5/16 군사반란과 유신의 동토를 녹이고,
광주학살의 절망과 슬픔을 딛고 여기까지 온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의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더 어렵던 시절을 돌이키며 신발을 고쳐 신는다.  
(제4권의 머리말 中 - 2006년 11월)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
...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
(제2권의 머리말 中)

대한민국사는 4권이지만 읽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 강추한다! 좀 열받으면 오래걸릴수도...
도올 김용옥의 논술과 철학강의 1 에도 한국근현대사에 대해 짧게 정리가 잘 되어있다.

온갖 역경과 엄청난 발품으로 자료를 수집해서 이 정도의 책과 강의로 만들어 준 한홍구 교수와 이 분야에 계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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