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물결

Posted 2009. 5. 31. 23:51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날 아침에 급하게 나가느라고 전날 충전해 놓은 카메라를 깜박 두고 갔다. 어떤 사람이 그날 영결식/노제를 훌륭하게 사진에 담은것을 보았다.  시청에 도착했을 때 나눠주었던 노란 썬캡과 풍선을 보고 돈 아깝게 왜 이런데 낭비하냐는... 생각이 스쳤었는데 이 사진들을 보고서 나 자신을 보고 한 번 웃어준다. 

영결식 장소였던 경복궁에는 어차피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아 열시 반 부터 시청앞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시청앞이 아니라 플라자호텔 앞. 시청광장은 이미 발 딛을 틈이 없었다. 시청 앞에 붙은 스크린을 보면서 라디오 생중계를 들었는데 잘 안보이고 잘 안들려서 답답했다. 집에 있었다면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잘 볼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그 현장의 생생함이 내가 역사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고인의 유족들이 헌화 한 후에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나와서 헌화 하려고 할 때 사람들의 야유가 이어졌다. 엄청났다. 이명박이 멈춧 거리더니 뒤를 돌아 보고 당황스러워 한다. 경복궁에서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나 보다, 다행이다... 라는 생각도 들고, 어쩜 저렇게 놀랄 수가 있나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명박이 뒤 돌아 보아보고 놀랐던 것은 시민의 함성이 아니라 백원우 의원이 "이명박 사죄해"라고 소리친 것 이었다고 한다. 아... 안타까웠다. 한 사람의 제스춰라도 있었기에 다행이기는 하지만, 2mb는 또 시청에서의 시민들의 함성을 듣지 못했을까봐 답답했다. 머, 사실 더 답답할 것도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위에 얘기한 블로그에서 여러 사진을 주루룩 스크롤 해 내려가다 보면 한 아저씨가 인쇄된 유인물이 아닌, 자신이 직접 쓴 듯한 글씨의 종이를 두 손 번쩍 들고 서 있다:  
"진정으로 추모하는 것은 고인의 유지를, 신념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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