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엮이는 만남에서

Posted 2010. 8. 2. 18:15
얼마전에 자전거를 1년만에 꺼내면서, 바람이 다 새어 나간 바퀴에 바람을 넣었다. 한 이틀 씽씽 탔나. 앞 바퀴에 바람이 다시 빠진거다. 그래서 다시 가서 바람을 넣고, 왔는데. 그 다음날 또 샌거다. 그냥 심하지 않아서, 요가수업도 늦고 해서 그냥 타고 갔는데, 약 3km의 길, 가는 길에는 무사히 갔으나 요가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앞 바퀴 타이어가 윌 (자전거도 윌이라고 하나)에서 쑥 빠져나온 것이다.

그날, 점심 약속이 있어 서둘려야 했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해도 안 태워주고, 지나가는 택시도 자전거를 붙잡고 서있는 나를 보더니, 기사 아저씨가 고개를 도리도리 하시더니 쌩 가버린다. 하는 수 없이 정류장 근처 아파트 단지 - 즉, 남의 동네 -  자전거 세워두는 곳에 낯설은 자전거 더미를 비집고 내 자전거를 세워두고 왔다. 

이틀 쯤 방치하다가, 오늘 차를 몰고가서 자전거를 태워서 자전거 포에 갔다.
아저씨, 이거 이렇게 됐어요.
"아, 그려. 두고 가. "
"언제 올까요?"
"한 한 시간 후에 와."
"네에. 얼마나 들어요?"
"여기 물 넣어보고 그냥....(못 알아들음)...하는 거면, 3,000원이고, 다 바꿔야 하면 만원이야."
"네. 그럼 이따가 올게요." 

몇 시간 후에 자전거를 픽업하러 가면서, 난 은근히, 바퀴를 다 갈았으면 했다.
아저씨가 그동안 바람도 몇 번이나 공짜로 넣어 주시고,
그 자전거포를 보면 장사가 잘 되는지 안 되는지 몇 년째 거기에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냥, 그 아저씨 수입에 보탬이 되고 싶은... 오지랖. 

그와는 다르게, 지난 주에, 오래된 치마를 고치러 갔다. 허리가 너무 헐렁해져서리. 흐. 동네 백화점에 딸린 수선실인데, 작년에 대학교 1학년 때 산 겨울 원피스를 멋지게 고치는데 성공하여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치마를 4개나 들고 갔는데, 글쎄, 세상에나, 하나에 2만원씩 달래시는거다.
도합 8만원. 헉헉... 
그 중에 하나는 공짜로 얻은 옷이고, 두 개는 예전에 캐나다 출장 갔을 때 세일해서 하나에 20불 씩 주고 샀던거 같은데. 버릴 수도 없고, 울며 겨자먹기로, 8만원 쓰기로 했다.
"4개나 고치는데 좀 갂아주세요."
"원래 하나에 25,000원씩 받아야 되요. 근데 깎아준거에요."
"카드로 결제해도 되요?"
"카드기계가 고장났는데. 이거 봐봐요. 코드도 빼놨어 안 되어서."
"여기요. 현금영수증 해 주세요."
".... (옆 사람 (직원)한테) 얼만데 그래...?" 
얼버무린다.
내 돈을 받으면서 서랖을 여는데, 돈이 수두룩 쌓였다. 
현금영수증을 안 줄 태세여서, 나 스럽지 않게, 그냥 깨갱, 고친 옷을 입어보러 탈의실로 갔다.
어짜피 내가 거기서 따져도, 나 하나 영수증 끊어주고 말면 뭐하나.
내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저렇게 쌓인 현금에서, 탈세가 얼마나 이루어질까 하는... 생각이 안들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이건희의 탈세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자.)
집에와서 백화점 고객상담실에 전화했다. 임대하는 공간이라 직접 제재할 수는 없는 사업장이나, 말은 해본다고. 어쨌든.

자전거를 찾으러 갔다.
"아저씨, 다 됐어요?"
"응, 여기 이게 바람새는거 막는거 이게 헐렁해졌드라고."
"얼마에요?"
"됐어, 그냥 가져가."
"아니에요, 아저씨 받으세요."
"아니야 됐다니까." 

작은 자전거포에서 늘 바삐 일하시는 아저씨. 풍기는 공기가 참 부유했다.

'살다 살리다 살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대  (2) 2010.08.14
박지윤의 봄눈  (2) 2010.08.07
August 2010  (18) 2010.08.01
거품을 불러내야 할 때  (5) 2010.07.29
"An Honest Exit" by Dinaw Mengestu  (2) 2010.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