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get serious man.

Posted 2012. 3. 15. 12:51
나는 오늘 빵,을 좀 제대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2주 전에.
그동안 몇년 동안 야매로 열심히 만들기는 했는데, 조금 더 공부하고 이것 저것 실험해 보고 싶었는데, 성질이 급해서 차근차근 하는 게 너무 어렵다.

특히, 밀가루 문제. 구례 우리밀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쭉 한 가지만 써오고 있다. 밀가루에 따라서 반죽의 느낌, 반응, 구워진 빵의 차이가 크다,고 한다.  내가 직접 느껴보진 못했지만.  일단 구례밀은 구매가 편한다. 그래서 어디서 무얼 살지 고민 안해도 되고. 그랬는데.

내가 통밀빵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예전에, 벌써 3년전, 단식 중에 자연과나의 블로그를 통해서이다. 이 블로그를 통해서 월인정원 블로그도 알게되고 거기서 구례밀도 알게되고. 하다가.

자연과나님의 레서피를 따라 뱅기, 혹은 배타고, 여튼 물건너 온 밥스레드밀 통밀가루로 빵을 시도하기로 하여, 주문 하여 밀가루 도착. 전부터 이 블로그에 있는 모든 레서피를 다 꼼꼼히 봐야겠다 하다가 3년만에 실행하다. 그걸 어제 시작하여서, 중간에 두 개 낙찰. 자연과나님은 통밀가루만을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여러 다양한 레서피 (or formula)를 변형!하여서 자기만의 빵을 만드신다. 신기하여라. 나는 아주 착실하게, 적어주신 대로 따라했다.

첫 번째는, <매력을 넘어선 마력이 있는 통밀 호밀 러스틱 브레드>. 스타터 브레드는 오래전 부터 하고 싶었던거다. 그런데 어려우니까, 더 오래걸리니까 못하고 있다가, 며칠 전 우연히 Nancy Silverton동영상을 보고서 얻은 동기부여에, 이 레서피를 보태, 스타터가 몹시 간단해 보여서. 어제 곧바로 슥삭 믹스에 들어갔다. 오후에 곧 나가야 할 시간이었는데, 스타터는 스타트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스타터: 유기농통밀 156g, 유기농호밀 36g, 인스턴트드라이이스트 3/8t, 꿀 2t, 실온수 360g
본반죽: 유기농통밀 292g, 이스트 1/2t, 소금 1+1/2t (소금은 나중에 넣기)

{통밀 + 호밀 + 이스트 + 꿀(이 없어서 비정제 설탕을 4 tsp 넣었다.) + 물}을 넣고 잘 섞은 후에,
이 그릇에 넣고 그 위에다가 {통밀 + 이스트} 조합을 솔솔 뿌렸다. 

이런 모습인데, 뚜껑을 닫아 (혹은 비닐을 씌워도 되는 것 같다.) 실온에 두고, 나갈 채비를 한 후 대략 한 시간이 지난 후에, 냉장고에 자잘한 반찬그릇을 싹 치우고 이 통에게 프라임 스팟을 제공한 후, (이때가 어제 오후 1시 쯤)

오늘 새벽에 5시 알람소리에 지체없이 일어나,
스타터를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으로 옮겨놓고
다시 코ㅡ 잤다. 원래 실온에 한 시간만 두고 작업을 시작해야 했는데, 일어나 보니 7시가 훌쩍 넘었다. 

여튼, 마음의 채비를 하고,
스타터와 본 반죽 합체를 반죽 볼로 옮기니, 이런 모습이다:

믹서기를 한 1분 쯤 돌려 반죽이 뭉쳐지게 한 후, 다시 통에 넣고 뚜껑을 닿은 후 (그냥 볼에다가 비닐을 씌워도 되는 단계) 20분 간 둔 다음에. 

다시 믹서에 넣고 15정도 반죽을 했다.

몇 년 전에 중고로 구매한 나의 키친에이드 스탠드 믹서는 여러 가지로 문제점이 많다. 오늘은 망치는 확률을 최소화 하고자, 조심 또 조심, 정성에 정성을 더하고자, 
스탠드믹서를 바닥에 안착 시키고 부둥켜 앉고서 15분을 있었다.

엄마아빠랑 같이 살면서 백수로서 아침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것은, 각 방송사의 아침드라마의 소음을 감내해야 함이 따른다. 직접 앉아서 본 적이 없어 비쥬얼은 모르지만, 소리로만 내용이 대충 파악된다. 그러던 차, 나는 오늘, 쿵쿵 힘차게 돌아가는 믹서의 소리로, 소음공해인 아침드라마에 저항했다. 캬~

여튼. 위 링크의 레서피는 3차 발효까지 있는데, 3차발효까지 해본적이 없어서, 시간에 감이 안 잡혀서, 대충 없는 감으로 했다. 1차 발효는 손가락으로 꾹 눌러서 올라올 때 까지 한 다음에 (한 30-40분), 그리고 가스를 빼고, 반죽을 꾹 눌러서 편 후 아래와 같이 접었다.

접어서 볼에 넣고 이번에는 나도 비닐을 씌운 후, 잠시 (설겆이 하다가 몇 분이 흐른 후) 둔 후, 접기를 한 번 더 했다.

성형은, 재주껏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오늘의 최선은 이러했.


맛은, 만족. 다음에 더 잘 되겠지만, 오늘 처음것으로는 좋았다. 크럼도 적당했고 (더 바삭하면 좋겠지만), 안은 부드럽고 쫄깃. 약간 과하게 익힌 듯한 느낌도 없지 않고.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시간 조절하는게 쉽지 않다.

그리고 얼마전 빵 만드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들은 얘긴데,
내 오븐, (엄밀히 말하자면 엄마의 전자렌지 겸용 오븐,) 디오스 광파 오븐은 빵 만들기에 거의 최악...이라고했다. 나는 그래서, 오븐만 쫌 좋아지면, 더 훌륭한 빵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암암~

그리고, 또 한 가지만 만들면 섭섭하니, 후다닥 통밀빵도 했다.  

탈지분유가 없어, 나도 변형!을 해보았다. 우아.
유기농통밀, 구례(우리밀)통밀, 이스트, 설탕, 소금, 버터 양은 다 똑같고,
우유 80g, 물 335g을 하였다.

빵을 구울 때,
그닥 맛이 없다하더라도 좋은 마음으로 먹어주는 사람들의 존재가... 빵을 굽는 이유이겠지만.
빵을 구울 때,
가장 큰 기쁨은, 과히,

섞이고 치대이고 부풀려지고 온갖 산전 수전을 겪은 반죽이,
오븐의 고열에 들어가,
꿋꿋하게, 벌떡!
일어서는,
오븐스프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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