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Posted 2010. 8. 26. 16:36
정말 아주 오랫만에 밥을 하게 되었다. 8월 23일 월요일 저녁.

미국에 살 때는 언니오빠들과 이집 저집에 모여서 밥을 참 자주 해먹었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그런데, 엊그제 몇몇 오라버니들이,
"왜 나는 안 해준거냐?"
헉, 그럼 밥은 다 누가 먹은거야?

어쨌든,
한국에 간 뒤로, 내가 밥을 해서 누구를 먹일일이 없었다.
사람들 만날 때는 밖에서 만나서 사먹게 되고, 그렇다고 부모님 집에서 얹혀살기는 하지만,
엄마가 계신데 내가 밥을 하기도 웃기고. 아빠가 별로 반기지 않으실테니 =_=

이번에 캘리포니아에 오면 밥을 자주 해먹으려 했는데, 도착한지 일주일만이다.
장을 보러가지 못해 일단 언니네 집 냉장고를 툴툴 털어서 있는 재료들을 모았다.

그리하여, 메뉴는 잡채와 오징어 볶음으로 결정.

분주하게 야채를 다듬으면서 오랫만에 하니까 너무 떨렸다. 흐흐. 정말로 6년 가량 다른 사람을 위해서 내가 만든 음식으로 밥상을 차려본 일이 없는 것 같다. 엄마가 만드신걸로 아빠 상은 차려드렸어도 말이다. 내가 혼자 먹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을 먹이는 건데, 괜히 여럼 사람이 맛 없는 저녁을 먹게될까봐. 물론, 다른 사람이 나한테 밥을 해주면, 맛이 있든 없든 감사히 행복하게 먹겠지만 : )

역시 잡채는 재료 다듬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 시간이 부족해서 마지막에 당면은 태훈오빠한테 삶아달라고 부탁했다.
"오빠, 잡채의 핵심은 잘 삶아진 당면이에요."

한국음식은 조리법에 재료의 정량이 제대로 나와있는게 드물다. 그리고 모든 양념의 계량은 동일하다: 적당히. 나는 그 "적당히"가 원샷에 되질 않으니, 들어가는 재료를 준비해서 간을 맞출 때, 조금씩 넣어가며 내가 아는 맛에 맞춰질 때 까지 더 하는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간을 많이 하면 정말 난감해진다.

다음에 기억할것은:
오징어를 너무 작게 잘랐다. 좀 더 크게하고.
야채를 볶아서 양념을 다 한 다음에 오징어를 넣었어야 했는데, 오징어를 좀 일찍 넣은감이.
그리고 엄마표는 색이 더 붉었는데 나는 좀 하얌. visually not so attractive or presentable. so no close-up shot.
(and a note to 태훈오빠: 붉은 음식은 붉은 접시에 담으면, 안 이뻐요. =_=)

이 사진을 찍어준 바바라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바바라는 역시 프렌치라서 그런지, 엄청난 미(味)적 호기심 모험심을 지녔다. 한국에 왔을 때도 거침없이 청국장과 보쌈을 먹었드랬다.

Cook's delight: an empty p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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