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pa Valley

Posted 2010. 8. 26. 14:41
대학 때 와인수업을 한 번 들어보니 와인의 세계가 너무 무궁하여, 그다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냥, 있으면 마시는거. 
졸업하고서 캘리포니아에 살게되면서는 와인을 비교적 손쉽게 접했었는데, 
여전히, 와인은 커피가 내게 유발하는 호기심이나 매력을 주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어쨌든, Bay Area에 왔으니, 또 여기 처음 온 바바라가 있으니, 나파밸리를 방문하기로 했다. 
8월 22일 일요일.

Napa Valley (그리고 그 옆에 Sonoma)는 천혜의 기후와 가용자본의 결합으로 발전된 곳이다. 원래는, 물론, 인디언들이 살던 곳이고, 19세기 부터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했는데, 1920년대 미전국을 강타!한 금주법 때문에 10년가량 산업이 주춤한적이 있었다. 금주령이 발발하고, 생계가 막막해진 와이너리들은, 이 기회를 틈타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이태리와 스위스 이민자들 중 가내와인메이커 가정에 포도를 보내어 소득을 만들어냈다. 무언가 금지되었을 때, 틈새 시장은 늘 생기기 마련이다. 어쨌든, 1931년에 금주령이 풀리면서 포도값은 급락을 하고. 이 때, A. P. Giannini - 뱅크오브아메리카 설립자 - 가 흑기사처럼 나타나 나파지역에 와인산업을 재건설하여 오늘날의 눈부신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曰.

Napa에 도착하여 St. Helena길에 들어서면 넓다라게 펼쳐진 포도밭 위에 듬성듬성 자리잡고 있는 멋있는 건물을 볼 수 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에 주춤하지 않고 그 열을 반사라도 시키는양 반짝반짝 빛 나는 초록 나무들. 이 나무 종대를 양쪽에 두고 St. Helena길을 달리다 보면 (물론 천천히 가야 구경을 하면서 갈 수 있다), 세상에 근심이라는게 있나 싶어진다. 아래 사진들은, 그런 분위기에서 찍힌거다. 인생에서 걱정이 빠진 모습. 적어도 이 곳에서 방문객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나파에 올 때 마다 처음 들르는 곳은 V. Sattui Winery이다. 여기 와인이 특별해서는 아니고, 아름다운 피크닉 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날씨가 정말 환상이었고, 피크닉 마당에 벤치가 모두 꽉 찼다. 여기 저기 그릴에서 바베큐 연기가 피어 오르고, 그 앞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우리는, 고기를 안 먹기에 안으로 들어가서 피크닉 거리를 준비했다. 샌드위치, 각종 샐러드, 빵, 올리브오일, 치즈 등등 다양한 음식이 구비되어 있는 안쪽 매장에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주말이니까.

My Love

치즈 진열대 앞에 서면,
욕심과 흥분에 선택이 너무 어려워지지만,

Wisconsin (왼쪽)과 캘리포냐 산 Black Mountain을 골랐다.

그리고 바게뜨와 올리브/모짜렐라 샐러드, 아티초크 샐러드를 사고,
집에서 준비해온 포도와 블루베리로 상을 차렸다.

바게뜨를 작은 크기로 자르고 한 쪽을 반으로 갈라서 블랙마운틴 치즈와 올리브, 선드라이드 토마토를 넣어 꾹 눌렀다. 베어 물기에 질겼지만, 움, 마침내 한 입 사이즈로 입안에... 올리브와 치즈와 빵이 섞이는 맛이란, 아.. 이거 먹고 그냥 집에 가도 좋겠다. 

물론, 100마일 (160킬로미터)이나, 그것도 주말이라 가득 밀리는 고속도로를 운전해준 정은언니한테는 아주 얌체같은 소리다! 나는 전날 잠도 잘 못잤고 해서, 뒷 자석에 앉아서 선글라스 끼고, 안 자는척 하면서, 쿨쿨 잤다.

두 번째 조합은 위스콘신 치즈에 아티초크 잎사귀. 냠냠.

보통 여기서 피크닉을 할 때는 V. Sattui 와인을 사서 함께 마시는데,
우리는 그냥, 물만 마셨다.

자리 잡을 때 비어 있는 벤치가 없어, 그냥 좀 여유있어 보이는 벤치에 합석을 했는데, 옆 자리에 있는 여성 하나가 프랑스 출신이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 그녀와 갑자기 불어로 !!#$$#^&&*()*&^% 대화를 시작한 바바라. 100단어 중 하나 정도만 들렸다. 그리고,  mon amie Alice. 

밝은 초록색에 이쁜 스카프가 매달려 있는 가방. 탐나. 흐.

요기는, V. Sattui안에 랜드마크인 분수대이다.

2002년 9월 14일
같은 분수대에서 찍은 사진.

8년전 이 날은 비교적 한가했다. 8년.

밥먹고, 사진을 몇 장 찍은다음에 이동한 곳은,  Castello di Amorosa
앞에 갔던, V. Sattui주인아저씨가, 몇 십년동안 중세시대 성을 공부하고 전 재산을 털어서 이태리 스타일로 지은 야심작이라고 한다. 모든 재료는 이태리에서 공수하여 1993년에 건축을 시작하여, 2007년에 완성. 이 안에 방은 107개이고, 그 중에 고문실 (torture chamber)도 있다.  캐슬 안내글에 "authentic castle"이라는 것을 엄청 강조하는데, 21세기에 중세시대 건물을 재현했으면서 그걸 왜 정통이라고 우기는지 모르겠다. 몇 백년을 거친 사람의 흔적이 묻지 않은 이 공간은, 그저 theme park로 느껴질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큰 돈을 들여서 왜 이런걸 짓고 싶은지, 사뚜이 아저씨의 심정은 
내 이해할 수 없지만, 
16불 내고, 캐슬 구경하고 다섯가지 와인 테이스팅은 괜찮았다.

그리고, tasting bar에서 만난 Vincenzo Coppola. 
tasting bar에서 서빙하는 다른 직원들은 다 미국인인것 같았는데, 우리는 운좋게 이탈리안인을 만났다. 좋다는 것은, 이탈리안인의 특유한 경쾌함이 즐거웠던. 이 와이너리에서 일하기 위해 3년전에 미국에 왔는데 집이 너무 그립다고 한다. 고향 음식과 친구들. 크리스마스 때 한 달간 나폴리 집에 간다고, 기다리고 들떠있다.

포도 밭

한국에서 귀여운 포도밭은 보기 힘들지만, 
산은 저거보다 훨씬 멋있다.

와인 만드는 포도

하나 따 먹어보려 했는데,
바바라가, 아마 농약이 많이 묻어있을꺼라고,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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