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했던 토요일

Posted 2011. 8. 14. 00:05


un.
얼마전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나서 찜찜했다.
그도 무언가 껄끄러웠던지라, 오늘 내게 말을 걸어왔다.
좀 짧았던 그 날의 얘기를 조금 더 깊게 이어갔다.
i told him that we are growing old stubborn.
with all good intention 이겠지만,
내 말이 튕겨 나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상대방의 의견에 답답하기만했다.
그 날 마주앉아 얘기하면서 속으로 느꼈던 점을 내뱉어서 시원하기도 하지만,
we are growing old stubborn.

둘.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알고자 그 사람의 블로그를 읽기 시작하면 그냥 몇 개만 읽고 그만 두지는 못하겠다. 몽땅 다 읽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블로그 이력이 길면 힘들어 진다. 거기다가, (내용은 있으나) 글이 재미 없으면 완전 괴로워 진다.

새로 읽기 시작한 블로그는 포스팅이 700여개 된다.
다행히 재미없지 않다.
오늘 한 일년 치 글을 읽으면서, 슬퍼졌다.
산다는 것의 무게가 글에서 물씬 풍겨져 왔고, 또...
여튼, Beyond the Missouri Sky를 들어야 했다. 듣고 있다.

trois.
일을 시작했던 작년 10월 이후 빵을 한 번도 안 구운듯 하다. (가끔 쿠키나 퀵브레드 빼고)
오늘 오후 느긋한 마음으로,
엄마 부엌의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내 베이킹 팬트리를 열고 들여다 보니,
어느 봉지로 부터 새어나온 향신료와 파우더슈가와 이런 저런 가루가 내 피로처럼 오랫동안 쌓여있던 게 보였다. 급 feel을 받아 오래된 재료들을 속시원히 다 버렸다.
그리고 제일 간단하게 호밀빵을 구웠다.
나는 저녁대신, 닭죽을 배불리 먹고난 에스더는 간식으로,
둘이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
앗. 뻥이다.
요즘 부쩍 식욕이 늘고 있는 그 아이는 좀 말려야 했다. 약간의 협박을 동원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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