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밥, 이었으.

Posted 2010. 10. 31. 21:18
<상처받지 않을 권리>의 5장이 불안, 가난한 이웃이 혁명을 일으키지 않는 이유다.
이번 주에 이 장을 읽으면서 내심 궁금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결론적으로 말하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이다.
"자본주의의 억압을 넘어서려면 가난한 이웃들이 최소한 극단적 생계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흠, 이 결론이 사실 쫌 싱거웠다.

근데, 오늘 여울친구들과 얘기 하면서, 내 생각이 닿은 곳은 - 그래, 밥이 그렇게 중요한것이다. 이게 해결되어야 하는데, 굶주린 사람들의 밥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산층, 그러니까 먹고 사는 문제가 절대절명의 사안이 아닌자들이고, 그들은, if I may consider myself one of them, 그 걱정을 해주는데 (?) 한계가 있다.

또한,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피곤한 장을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밥 문제가 해결 되었을 때, 또 다른 욕망에 사로 잡힐 수 밖에 없는 캐안습 -_- 구조에 봉착하게 된다. "구조화된 구조이자 구조화하는 구조." 자본주의 억압을 떨쳐버리기에는 너무나 깝깝한 첩첩산중의 장벽이 있다.
욕망과 욕구의 차이 defined by 강신주

며칠전에 트위터에서 읽은 건데,
한국에서 중산층을 정의하는 척도는 학벌, 차, 집, 월급의 정량적인 크기이고,
프랑스의 한 대통령이 (아마도 퐁피듀) 말했던 중산층은, 외국어를 하나 쯤 구사하고 세계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고 운동을 즐기고, 요리를 하나쯤 만들 줄 알아서 사람들과 즐기고, 정의를 위해서 나서야 할 때 나서는 사람이라는거다.

한국에서는, 일단 배는 고프지 않게 되어도, 잠재성과 가능성에 대한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찰나를 포착하기 전에, 최소한의 욕구의 범위가 욕망의 범주로 옮겨간다. 아주 재빠르게.

쉬운 답은 당근 없다. 그냥, 강신주가 인용한 부르디외의 말을 적어보련다.
어쨌든, 그래도 밥은 중요하다. 굶주리는 자가 없는거.

<자본주의의 아비투스> 中 by Pierre Bourdieu (1977)
실업과 실업을 낳는 체계에 대한 의식이 표명되기 위해서는 세계의 급박한 곤궁이 완화되어야만 한다. 무직을 의식하는 것과 무직의 객관적 근거를 의식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 한쪽에는 감정적인 반란이 있는데, 이것은 불안과 혼란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생활조건의 불확실하고 지리멸렬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한쪽에는 현실에 대한 체계적 고려로부터 나온 혁명적 과격주의가 있다. 이 두 태도들은 물질적인 생활조건의 두 가지 유형에 서로 대응한다. 하나는 도시의 하층 프롤레타리아와 토지를 박탈당한 농민들로서, 그들의 생활은 숙명적이고 임의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상근 노동자들로서, 그들에게는 희망과 의견을 형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의 안정과 보장이 제공되어 있다. 일상적 행동의 해체는 합리적 기획과 예측의 체계 -- 혁명적 의식은 그것의 한 측면이다 -- 의 형성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잠재적 '혁명의 원동력'인 프롤레타리아화된 농민들과 도시의 하층 프롤레타리아는 진정한 의미의 '혁명 역량'을 형성하지 못한다. 상근 고용 및 규칙적인 급여가 주어질 때,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시간에 관한 의식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위,판단과 희망은 생활세계에 따라 조직화된다. 그때에, 그리고 그때에만 혁명적 태도가 몽상 속으로 도피하거나 운명론적으로 포기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 미래의 현실주의적인 전망은 실제로 현재에 직면할 수단을 지닌 사람들에게만 접근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현재에 의해 너무 짓눌려서 유토피아적 미래 -- 그것은 현재의 성급하고 주술적인 부정이다 -- 와는 다른 것을 겨냥할 수 없는 사람들의 자기 포기 혹은 마술적인 조급함에 자신을 방기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pp. 241-242, 상처받지않을권리)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혼자 못가지 듯이, 밥은 서로서로 나누어 먹습니다."
(이건 부르디외의 말이 아니고, 밥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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