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Border's, Santana Row

Posted 2010. 9. 20. 22:49
Border's Bookstore Terrace, Santana Row
2010.09.03

San Francisco Bay Area - South Bay를 대충 실리콘밸리라고 하는데, 정확히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 구분짓는 경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우스베이의 남쪽 언저리에, 산타클라라(Santa Clara)시와 산호세(San Jose)시의 경계 즈음에, 산타나로우(Santana Row)라는 쇼핑몰이 있다.



2002년 늦 여름 - 내가 레스토랑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공사완료를 앞두고 이곳에 불이 났었다. 시공사 측에서 완료일자를 맞추지 못해서 불을 냈다는 둥, 보험금 받으려고 불을 냈다는 둥, 소문이 무성하였는데, 어쨌든 이 쇼핑몰은 개장을 하고 화려한 샵들이 입주하면서 지역주민 - 실리콘밸리의 고소득층 엔진니어들을 비롯하여 대략 동네 부유층 (to which I didn't belong) - 을 대상으로 새로운 놀이터를 마련해 주었다.

내가 일했던 곳도 여기서 멀지 않아서 (그래도 차 타고 10분) 낮 시간에 종종 들렀었다. 이 동네는 날씨가 늘 좋기 때문에, 그냥 이 가게 저 가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언가 사려는 생각을 비우고 다닌다면 말이다. 흡~

이 곳이 문을 열었을 때가 2002년. 9/11 사건이 발생한지 1년도 안된 시점이라서 경기가 좋지 않아서 하이엔드 몰인 산타나로우가 오래가지 못할것이라는 얘기도 많았고.

오랫만에 와보니, 똑같다 거의. 낯설지 않은 숍이 꽤 있었으니까.
8년 이상을 버텼으면, 일단 성공한거겠지?

예전에 비해서 사람은 더 많아진 것 같고.
오랫만에 와서 보고 눈에 띄었던 것은, 
업스케일 모드로 출발했고 아직도 그 분위기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산타나로우에서 가장 넓은 매장을 두고 장사가 제일 잘 되는 곳은 다름아닌,
저가 의류 브랜드 H&M이라고 한다.



캘리포냐에서 마지막 날 - 정은언니가 재택근무를 하기로 하고, 아침에 나랑 파머스마켓에서 좀 논 다음에, 산타나로우에 있는 보더스 책방 2층 테라스에 둘이 랩탑을 풀고 자리를 잡았다.

사실 실내 카페에서 있고 싶었으나 빈 테이블이 없어 밖으로 나온 것이다.

오후에 햇님이 자리를 이동하면서 자꾸 우리쪽으로 강렬한 빛을 보내는 바람에,
그 분의 이동방향을 피해 우리도 테이블을 질질 끌면서 자리를 옮겨야 했다.
너무 뜨거워서 땀이 날 정도였기에.

햇살은 뜨거웠지만, 간혹가다 살랑바람 솔솔.
이렇게 깔끔하게 도회지적인 공간에서,
귀찮은 소음도 코 끝이 매운 오염도 나를 귀찮게 하지 않고,
almost too good to be true.



언제부터인가 나는, 너무 좋은 공간에 있으면 불편해 진다.
한 때, 뽀다구 나고 분위기 좋은 곳을 골라서 찾아 당긴적도 있었지만,
요새는 이런 공간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굳이 피해서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좀 덜 화려하거나 허름한 데를 간다고 해서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냥, 어디를 가도 난,
낯설은 기운에 밀려 공중부양 붕붕
떠 다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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