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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에 드리운 롯데의 그늘

Posted 2010. 10. 18. 23:21
자라섬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열린 창문으로 나를 반겨준 사람은,
롯데카드 세일즈 아줌마였다.
"롯데카드 하나 만드세요."
"아니요 안 만들어요. 죄송해요."
"아니 그러지 말고 하나 만드세요. 3만원 드려요."
이 아줌마는 오늘 하루종일 도리도리하는 사람들로 부터 얼마나 실망을 하셔야 할래나.
묵묵부답하자 다른데로 가버리시긴 했으나, 옆으로 이동한 차에서 내린 어떤 아줌마로 부터 짜증 가득한 대꾸를 받아야 했다.

차에서 내려 짐을 꺼내는데 또 다른 분이 오셨다.
"롯데카드 하나 만드시고 3만원 받아가세요. 이걸루 오늘 맛있는거 사드세요."
"아, 롯데카드 있어요. 아줌마 그러지말고 저희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
이번 아줌마는 애써 상냥한 표정으로 찍사를 해주셨다.

돗자리랑 물병이랑 짐을 챙겨 공연장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기업광고 현수막이 나무와 나무사이를 빼곡히 매우고 있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7년 째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스폰서행렬이 줄을 짓는건 당연하겠지.

자라섬 입구를 지나 공연장 마당으로 들어서자 깔끔한 부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나중에 눈씻고 자세히 보니, 가평군 특산품을 파는 곳도 서너개 있고, 저기 멀찍히 구석에 쁘띠프랑스와 환경, 선거 등 이슈관련 단체들의 부스도 있었다.

그런데 이리봐도 저리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롯데 계열사 부스였다.

그리고, 카드만들면 3만원 준다고 맛있는 것 사먹으라는 그 아주머니 말씀도, 결국 롯데껄 먹으라는 것이었다.
눈에 밟히는게 롯데부스였건만, 친절한 척 하는 이 이정표는 뭥미. 이 푯말 이름 중에 진정 green스러운게 한 개도 없다. 이 속임수가 역겨워 사뿐히 즈려밟고 가기에는 내 고픈 배에게 너무 미안했다.

photo by 김세진

현장 녹음을 하는 지연씨의 예민한 귀, 덕분에 산만한 공연장에서 억새풀의 스삭하는 소리를 잠시 들을 수 있었다. 맑은 공기와 청정한 자연에서의 공연을 즐기러 오면서, 장거리에 서는 파전, 떡볶이, 국수를 먹을거라 기대한건 야무진 기대였던건가?

지연씨가 3년 전에 왔을 때는 빈대떡, 막걸리 등을 파는 부스가 꽤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음식을 파는데는, 이게 전부였다 - 롯데리아, 롯데햄, 롯데주류, 크리스피크림, 세븐일레븐, 엔젤인어스. 안 그래도 추운 자라섬의 찬 공기를 급냉 시키는 시츄에이션이다. 그냥 안물어봐도 알겠다. 롯데가 큰 돈 쓰고, 가평 지역주민이 파는 음식부스는 못 들어오게했겠지 싶다. 그리고, 티켓에 "가평사랑상품권" 5,000짜리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상품권은 모든 롯데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는.

그래도 뭔가 있겠지. 공연장 지도에도 조그만 글씨로 먹거리 시장.이라고 쓰인게 있었다. 영 보이질 않아서 주황색 옷을 입고 있던 자원봉사자에게 물어보니, 대여섯명 모두 아는 이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도를 더듬어 우리는 걸었다. 자라섬 정문을 지나 주차장을 지나, 쭉 한참 가니까 9개의 부스가 멀찌감치 서있었다. 메인 공연장인 Jazz Island에서 걸어서 20분쯤 걸렸다. 추워서 재빠르게 걸으면 15분? 그런데 추우면 귀찮아서 가까운데서 해결하고 싶어지는게 문제다.


멀리 걸어간 보람이 있었다. 맛나는 메밀부추전과, 상당히 괜찮았던 떡볶이와 오뎅으로 허기를 달랬다.그리고 한방순대. (아줌마한테, 왜, 한방순대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한방재료를 넣은 물에 쪄서 돼지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_- 한방순대가 아니라, 한방스팀순대!) 어쨌든, 순대도 정말 맛있었다. 그외 족발, 귤, 가래떡구이 등이 있었고.

두 분의 아주머니한테, 왜 여기 이렇게 멀리서 장사하시냐고 물었다.
"저 안에는 자리세가 비싸서 못들어가요."라고 한 분이 대답;
"밤에는 이쪽에서 공연이 있어 여기가 더 좋아요."라고 하신 아줌마 2.
그런데 이 먹거리시장 Party Stage/배수펌프장에서 진행된 공연은 많지 않았을뿐더러, 마지막날에는 공연이 하나도 없었다. 나도 셋째날에는, 자라섬 제일 안 쪽인 Jazz Island에서 모든 저녁공연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거기 앉아있다가 벌벌 떨면서 한참을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저 메밀전을 포기했다.

가평 자라섬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가평 지역주민이 혜택을 못 보는 것은 나와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없다손 치자. 그럼, 롯데가 떡볶이를 만들고 빈대떡 부쳐 팔든가.

페스티벌 주최측을 어디 까지 비판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멀리멀리서 뮤지션들 불러오는데도 돈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고, 공연 자체로 봐도 음향도 괜찮은 편이었고, 대형 스크린에 영상을 내 보내는 촬영기사의 기술도 상당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그 화면에, 매 공연 사이에 롯데카드, 롯데멤버스, 롯데소세지, 토요타 프리우스, LIG보험의 티비 광고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서 나왔다.)

어쨋든, 힘있는 사람들은 이런판밖에 짤 수 없는것인지.

셋 째날, 롯데리아도 썰렁했고, 롯데햄은 말할 것도 없고, 롯데주류, 크리스피크림 모두 횡했다. 결국 세븐일레븐만 문전성시를 이룬 까닭은, 바로, 오뎅이었다. (어묵,이라는 폴리티컬리 코뤡트 한 텀이 있지만, 난 걍 오뎅으로) 오뎅은 원래 원래 허름한 포장마차의 떡볶이와 아삼륙을 이루는 아이템인데. 오뎅국물 한 그릇에 국물 떠 주는 아줌마/아저씨의 다채로운 표정과 인삿말이 같이 오가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편의점 알바의 매뉴얼 준수의무에 바탕한 멘트는, 종이컵이 건네지는 순간 뜨끈한 국물을 싸늘하게 식힌다.

조폭영화를 몇 편 보고나서 깡패들 세계에 건달과 양아치 사이의 간극이 있는걸 알았다. 내가 감지할 수 있는 차이의 뉘앙스는 아니지만, 건달들은 양아치라 불리는 것을 몹시 수치스러워 한다. 양아치라 불릴만한 행동도 창피해 한다. 이마트 피자, 대기업 SSM 규제 문제로 트위터에서 구설수에 오른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그가 선택은 소비자에게 있다고 했는가?

대기업의 주인 뻘 되는 사람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시장정세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운운하는 것은, 과히 양아치스럽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신영복선생님이, 우리 사회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라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하신거가 떠오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이 협소하게 줄어버린 것은 아마도 마케팅에서 브랜딩 영역이 활기를 뛰우면서 그렇게 된게 아닌가 싶다. market segmentation으로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분야에 따라 이름을 바꿔 상품을 들고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그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결국은 몇 개 안 된다는 것을 알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미국도 그닥 크게 다를건 없다만) 대기업의 영향력이 무소불위하고, 크고 오래된 회사에 후한 소비자들의 정서로 인해 브랜딩을 하더라도 모기업 딱지를 붙이고 나오는 사례가 빈번하긴한데, 한국에서 아메리칸 스타일로 브랜딩을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SPC이다.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기업 웹사이트에서 한 페이지에 나열되어있지도 않다. 특히, 샤니와 파리크라상 계열사 아래의 브랜드 및 제품은 수십가지. 빵이랑 카페, 했을 때 이 그룹의 촉수를 피해가기란 쉽지 않다. 동네 빵집하면 어느새 "파리바게뜨"가 되었을 정도이니. 시장점유율이 프랜차이즈만 50%가 넘으니까 전체 빵집을 놓고 보면 60%를 훌쩍 넘을것이다. 뽀다구나는 분위기 카페도, 청담동 queen's park (이름 진짜 구리다 -_-)와 이태원에서 번쩍이는 시꺼먼 건물에 간판없이도 대박을 누리고 있는 Passion 5도 이 집 가게들이다.

영세한 장사로 쪼들리는 자영업자들은 말할것도 없고, 소비자들도 주는대로 받아 먹어야 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해버린 오늘날. 피곤하다.

내년에 자라섬에 내가 또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가더라도 누가 메이져 스폰서인지는 확인을 해봐야겠다. 대충 메뉴를 상상해보고 기대치 조절을 해야하니. 그나저나, 난 당분간 롯데 트라우마의 그늘로 불쾌함이 지속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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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Posted 2010. 10. 18. 17:20
3일 연속 페스티벌에 참석해볼까 했었지만, 토요일에 일이 있어 2일 티켓을 구입했다.

금요일은 드라이브 길도 좋았고 가평의 날씨가 정말 환상이었다.

푸른 하늘에 이쁜 구름, 높지 않은 정겨운 뒷산과 잔디밭에 평화롭게 삼삼오오 자리를 잡은 관객들. 이 분위기에서 옥의 티는: 저기 보이는 아파트!

낮에는 따사로워 보였지만 해가 지면서 찬 공기의 싸늘함이 엄습해 오더니, 깜깜해진 뒤 부터는 너무너무 추워서 덜덜덜 곱하기 백만배쯤 떨었다. 빨간 망도를 두른 이 여성과 드러누운 남자의 포즈는 해석이 안되지만, 주변에 짝지어 온 연인들은 일제히 부둥켜 안고 있는데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_- 왜 어른들은, 애인/배우자 하고만 껴안을 수 있을까?

일요일에는 나도 나름 중무장했다. 바지도 좀 더 두꺼운 것으로, 긴 팔의 면 레이어와, 울 스웨터, 그리고 왼쪽 무릎 밑에 분홍색이 두꺼운 플라넬 후드 쟈켓이고, 하늘색은 노스페이스 윈드브레이커. 해가 지면서 하나씩 주섬 끼어입고, 목도리까지 둘르고 지퍼를 끝까지 채웠다. 그래도, 추웠다.

어쨌든 해지기 전에는 공연을 기다리면서 책을 좀 읽었다. 돗자리에서 앉아 있기가 힘들어 결국, 두툼한 저 분홍색 쟈켓을 베개삼고 옆으로 움추리고 드러누워 무릎담요를 땡겨 덮고서. 그러다가 Rusconi의 공연이 시작되었을 즈음에는, 잠이 들어버렸다. 단잠.

워낙 뮤지션들의 이름까지 꿰뚫고 음악을 듣는 편은 아니지만, 재즈 아티스트들은 더 생소하다. 지연씨의 추천으로 공연장을 정하여 관람한 첫 날은, 이태리 아저씨 트리오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추위에 담요를 둘러쓰고 벌벌 떠는데 흰색 반팔 티셔츠에 빨간 두건을 매고 피아노 건반, 및 현을 갖고 능수능란하게 열심히 노시던 60세의 Antonellos Salis.

건반위에 움직이던 기일쭉 하고, 현란한 손가락도 인상적이었지만, 여러 가지 도구를 갖고 피아노 현을 북북 긁어대면서 생소한 소리를 들려준 것도 재미였다. 지연씨 왈, 아방하셨던 John Cage가 저런 실험을 많이 했다고. (John Cage의 이름을 현대철학 책에서 종종 보기는 했지만, 그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은 4'33''뿐.)
 
그리고, 멀리서 대형스크린으로 봤을 때 너무 잘 생기셨어서, 그냥 좋아지는 이 분, Paolo Fresu.

물론 트럼펫 연주도 정말 끝내줬다. 관객을 의식한 쇼우맨쉽도 상당했던 연주자. 나중에 찾아보니 파올로 프레슈는 - 연국, 시, 댄스, 라디오, TV, 영화 분야에 - 작곡도 많이 했다고 한다.

이 아저씨가 연주할 때 화면에 웨딩밴드가 돋보였다. 나는 웨딩밴드를 꼭 끼고 다니는 아저씨들을 보면 왠지 신뢰가 간다. 왜왜. 반지착용이 배우자에 대한 fidelity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수도 있는데. 

위 두 분이 너무 튀어서 또 다른 멤버 Furio di Castri는 별로 빛을,
그러니까 카메라의 응시를 받지 못하셨다.
[P.A.F 멤버 사친 출처는 여기]

그리고, 셋째날의 하이라이트!  Tania Maria
브라질 출신의 이 아줌마 정말 쵝오였다.

열정적인 연주와 관객을 쥐락펴락 하는 고도의 무대 경험으로 그녀는,
추워서 담요를 덮고 웅크려있던 관객을 모두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방방 뛰게 만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을 보면서 얼마나 연습을 하면 저렇게 될까 그저 감탄만.


이 아줌마 머리 스탈이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거였다. 말콤처럼. 그런데 내 머기카락으로는 저 굵기의 파마가 나오지 않는지라.

모든 음악이 라이브와 음반에 현저한 차이가 있지만,
얼마전에 만난, 런던의 Touch Music 사장님 마이크도, 대중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available한 CD와 mp3의 음질을 개탄스러워하면서 모두들 LP 플레이어를 하나씩 구입하라고 조언하기도 했고.
대학 때 재즈를 CD로 듣다가 맨하탄 어떤 바에서 라이브 공연을 들었는데, 그 차이가 내가 들어도 너무나 극심했던지라. 그 뒤로 재즈 CD는 별로 듣지 않았던 것 같다. 재즈는 음반의 질이 후진 것도 있지만 공연의 현장성이 큰 매력이니까. 그 후, 몇 번 더 라이브 공연을 들었는데, 모두 실내였다. 이날 자라섬은 잔디밭에서 돗자리 깔고 살짝 널부러져 감상하는 음악이 좋긴하였는데, 좀 산만했다.

난 실내에서 듣는 재즈가 더 좋다. 추운 겨울날, 히터가 빵빵하여 잎술이 살짝 마르는 건조한 실내 공기에서, 듣는 재즈. 흥분된다. 이 때 핫쵸코를 마셔줘야 하나?

하지만, 결국, 누구랑 같이 듣냐가 제일 중요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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