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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make it here and now

Posted 2010. 11. 15. 23:16
너를 기다리는 동안

by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 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 였다가
너 였다가, 너일 것 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내가 기다리는 동안에도,
기다림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다리느라 지나가는 것들을,
넋 놓고 바라만보다가
보이지 않는 기다림에 사로잡혀
보이는 것을 놓쳐버리고마는.
그러나, 바람일 뿐이다.
놓치는 것은 놓칠 수 밖에 없고.
기다림이 가슴을 에리는 일을, 피해갈 수는 없겠지.

나는 황지우 시를 읽고 사춘기를 보내진 않았지만,
그에 대한 찬사를 익히 들어오던 차에,
만난 그.
i was in the audience.

어떤 만남은, 아니 만남보다 못하다.
그러나, 이 또한 어찌 피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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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온 카톡 메세지에,
빡세고 힘들고 피군한 하루에, 있었던 어떤 일을 주절주절
설명했더니 온 답:

"ㅋㅋ 온정이 넘치오."

오랫만에 들은 온정.이라는 말이 참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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