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 evened out at the end.

Posted 2010. 11. 23. 00:33
에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날 미워하지 않고, 심지어 좋아하기 까지 하는건 알겠는데. 그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그 불똥을 참 어이없는 방향으로 튕긴다. 내 옆으로.
그러니까, 일이 꼬이거나 매일 얼굴을 대하지 않는 어떤 사람이 그를 힘들게 하면 (때로는, 옆에서 봐도 말도 안되는 이유로), 그 일과 별개로 나한테 말을 할 때, 내 기분이 팍 상하게 말한다.

그러나 나는, 어떤 날,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청정한 선물을 받기도 한다.

오늘도 번갯불에 콩볶는 하루를 보내면서,
내 스트레스를 자극하는 일들이 종합선물세트로 있었지만,

점심 시간이 다 될 무렵, 내 컴퓨터 문제로 내가 할 수 없어서, 비라는 사람에게 웹하드에서 파일을 받아 유에스비에 저장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는 외부에서 있을 오후 미팅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어 점심을 먹을 수 없다며, 파일을 다운받으면 유에스비로 옮겨놓고 가겠다 했다. 용량이 큰 것이라, 본인이 끝까지 확인은 못하고 가지만 파일 이동은 해 놓고 가겠다고.

점심을 먹고 돌아와 보니 비의 맥북 스크린에 가지런한 글씨가 적힌 포스트잍이 붙어 있었다.


내용인즉슨:
김나경프로님 (참고로 이 회사는 에브리바디의 호칭이 "프로"다) 다운 받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네요.
폴더 열어두었으니
USB에 옮기시면 될 듯 합니다.
궁금하신점 언제든 연락주세요.
그리고,
왼쪽 화살표: USB 폴더 여기""
오른쪽 화살표: 파일 받은 곳 여기""

난 너무 흐믓한 마음에, 마우스를 움직이지도 못하고 포스트잍을 떼지도 못하고, 인증샷부터 찍었다.
(내가 원래 쪽지나 카드 쓰는걸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고 난 비에게 왓츠앱 메세지를 날렸다.
"친절한xx씨, 화살표가 인상적이군요."

그리고 나서 오른쪽 폴더에 있는 파일들을 왼쪽 폴더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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