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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11 노동 (1) 1

노동 (1)

Posted 2011. 3. 11. 00:42
쉽고도 만족스러운 일이 있을까?
:: 아니 ㅡㅡ

어떠한 이유에서건
한 가지 일, 특히 한군데 직장에서 오래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해보인다.
난 대학에 들어간 이래 ㅡ 학기 중, 휴학 중, 졸업 이후 백수생활도 꽤 해보고 여러군데 옮겨다니게 되어  지금까지 진득하니 한 분야를 파보진 못했지만, 반면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지금은 여차여차해서 영상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또 다른 세상을 들여다 보며 신기해하고 있는 중!

영상제작에서
촬영 - 잉글리쉬로 shoot! - 에 들어가기전에는,
벼라별일이 다 일어나고 해치워야 할 것들이 굵직한 것 부터 시작해서 잡다구리한 많은게 있더라. 그런 수고 끝(?)에 지난 며칠간 촬영장에 따라 당기면서 또 굉장히 드라마틱한, 일들을 많이 겪으면서. 일부러 드라마는 왜 찍나 -_+ 이런 생각 잠시. 픕~


촬영현장에서는 각종 카메라와 조명을 설치하는데 건장한, 주로 남성들이 바삐 움직인다. 모든 직업에 달갑지 않은 면모들이 있겠지만, 추운 날씨에 무거운거 날라 움직이고, 또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환경에서, 감독, 촬영감독, 프로듀서 등 몇 명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묵묵히 일하는 그들이 있다.

옆 사진 앞에 얌전히 앉아있는 아줌마는 이번 촬영의 아트디렉터였다. 우리 한국사람들의 추측으로 50은 거뜬이 넘겼을 연령인데 눈밭에 엎드러져 카메라를 들고 대상물과 씨름하기도 하고, 배우의 옷가지와 헤어를 챙기느라 잠을 설치기도 하고, 그녀의 열정에 우리 모두 감탄했다.

한국에서도 나이든 여성이 대빵이 (if at all)  아니구서도 이런 활발한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우와ㅡ 궁시렁.








호텔씬 ㅡ
방의 셋업은 끝나고 감독과 DoP 등 몇몇만 빼고 또 죽치며 기다린다. 잠시 한숨을 돌려볼까 하지만, 전화는 끊임없이 울리고, 다음 씬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분주히 예측한다.













레일이 깔리고,
땅바닥 수평에 맞추어 나무도 괴고,
조명나오고, 배우 머리와 의상 소품 하나하나 ㅡ 한명의 인간이 태어나기에 a lot of things have to go right, they say. 몇 초 짜리 씬 하나에도 너무나 많은 수고가 들어간다.





참으로 탈 많았던 4일간의 촬영.
recce와 pre-production을 포함해서 일주일동안 평균 하루에 4시간 가량의 수면으로 버티었다. 촬영 현장에서 내게 주어진 구체적인 롤이 있었던게 아닌지라, 난 추우면 살짝 뜨뜻한 곳으로 피하기도 하고, 혼자 몰래 커피도 마시고, 그랬다. =_=

먹고사느라 일.을 하는 것 처럼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사람들은.
마치 밥이 해결되면 일을 안 할 것 처럼. 그러나 누구나 인정할 것은, 한 개인과 노동이 맺는 인연을 보면 단지 돈 때문만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물론물론당근, 그저 돈이 필요해서 절박하게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좋아서 하든 싫어서 하든, 한 사람의 몸과 손과 머리, 그리고 럭키한 사람들의 경우 가슴까지 동원해서 하는 모든 일은 그 사람의 삶에 또 그의 정체성에 많은 상관관계를 초래하고야 만다.

얼굴 붉히며 으르렁 대던 순간도 많았지만,
이렇게 웃으며 촬영을 끝냈다.
너무나 추웠던 명동의 한 복판에서ㅡ

쉽고도 만족스러운 일이 없는 게 모든 일이 어려워서일까?
인간이란것이 쉬이 얻은 것에서 또 만족을 누리지 못하는 요상한 존재가 아닌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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