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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31 강남역에서 식사하기

강남역에서 식사하기

Posted 2012. 5. 31. 00:34

강남역 주변에서 밥을 먹으려 하자면 한 끼 소중한 밥 먹음을 그야 말로 때가 되어 끼니를 때우는 일로 전락시킬 수 밖에 없게 된다.


뭐, 먹을까? 의례적인 고민을 하고 나서 식당을 찾아 나선다. 어제 카레는 먹었고, 나는 아침에 밥도 먹고 왔는데다가, 지하에 썩 괜찮은 샌드위치 바에서 샌드위치를 먹어볼까 했지만, 옆에서 꼭 밥을 먹고 싶다고 한다. 그래, 아침을 건너 띄었으면 밥이 땡기는거 이해해 줄게. 


여튼 나는 밥은 꺼렸다. 아침에 드물게 밥에다가 김치찌개까지 먹고 왔기 때문에 말이다. 그래서 면 종류를 먹을 생각으로, 옆사람을 돈까스 집으로 유도한다. 모밀국수나 먹어볼 참으로 말이다. 사보텐을 갈까? 하니, 미소야가 새로 생겼단다. 아 정말? 요 몇 주간 지나던 길인데 미소야가 새로 생긴 것을 보지 못했네.


바로 그 옆에 옷가게랑 카페가 새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옷가게 자리인지 카페인지, 둘 중에 한곳에 피아노,라는 카페가 있었다. 내 고등학교 시절부터 있던, 다방도 아니고 세련된 카페도 아닌 찻집이었는데 몇 년에 한 번씩 그 일대를 지나갈 때 마다 그 자리에 늘 있었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그랬다.


참 신기했다. 새로운 가게가 들고 나는 일이 밥먹듯이 일어나는 요즘 세상에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그 가게가 없었다. 그 옆가게도 없었다. 그 옆 가게는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란히 있는 카페와 옷 가게가 새로 들어 온 모양이 틀림없음으로. 그래서 사라진 피아노,는 옷가게가 있던 자리였는지, 카페가 있던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건물 1층을 오랜 세월 터줏대감 처럼, 변화무쌍의 메카 강남역에서 20여년을 버티어 냈던 찻집이었는데. 작년에 보고서 참으로 촌스러운 모습으로, 잘 도 버틴다 했는데, 몹시 아쉬웠다.


20여년간 여러 가게가 들고 난 자리에, 지금 들어선 미소야.는 -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보이던 그 프랜차이즈가 맞다면 -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하였다. 매장 분위기도 북새통 스럽지 않고, 테이블이며, 의자며, 벽지, 또 그 위에 걸린 사진들도, 강남역의 젊은 분위기에 맞추려고 큰 돈을 들이고 컨설팅을 받았거나 수십시간 들여 기획을 한 후에 변화를 모색한 흔적이 역력했다.


미소야에 들어서면서 모밀말고 다른 우동을 먹을 수 있겠다 싶어 반가웠다. 따뜻한 국물의 나베우동을 시키고 편안히 앉아 가게를 둘러보았다. 내가 바라보던 쪽의 벽에 걸린 사진들은, 나름 음식 사진 찍는 사람이 찍은 듯 하기는 한데 사진의 포커스에 대한 관점이 나와는 다른 사람이 분명했다. 그저 그 사진에 투박한 액자 테두리라도 없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시선을 문쪽으로 옮기니 가장자리에 수타면에 대한 소개 글이 붙어 있다. 일본 사누끼 지방에서 시작되어 사누끼면,이라고 불리는 면이 유명하덴다. 그 이유는 사누키 지방에서 우동을 만들 때 수타방식과 발효과정을 거쳐서라고. 흔하고 뻔하지만, 나름 먹힐 수 있는 스토리네, 생각하는 데 내 우동이 나온다. 


커다란 나무 숫가락으로 국물 한 숟갈. 맑은 국물이 나쁘지 않다. 다만 짠 맛이 과해서, 찬 물을 붓고 붓고 세번 부어서, 간을 대략 맞추고, 온도도 식혔다. 쫄깃 쫄깃한 면을 꼭꼭 씹으며, 앞에 앉은 친구에게 묻는다.

글루탐산나트륨이 뭔지 알아?

아니.

MSG는 알지?

응.

글루탐산나트륨은... 일본의 어떤 화학자가 다시마의 맛을 화학적으로 분석하다가 글루탐산나트륨 성분을 찾아내고 그게 MSG의 탄생시켰데.


곁들이로, 사이드로 시킨 다코야키위에 뿌려진 가츠오부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얘기해 주었다. 


이 국물은 글루탐산나트륨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 다음에 또 오자. 


매일, 세 끼 중 한 번이라고 해도, 대충 때워도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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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서울에서 먹은 우동 중 1등은 니시키,다. 마지막으로 먹은 게 방사능 비 내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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