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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2010. 9. 2. 02:30
8/31 화요일
오늘은 조촐하게 정은언니랑 단 둘이서 밥을 먹게 되었다. 

전날 먹고 남은 야채를 처리해야 했기에. 이럴 때는 제일 만만한 메뉴가 볶음밥이다. 

감자는 며칠 전에 깎아 둔 것이라서 진한 갈색, 마치 껍질을 벗기지 않은 듯한 색으로 변했다. 아깝지만 0.5cm 정도의 두께를 베어내고 채썰고 다졌다.

양파도 껍질을 다 까 놓았었는데, 멀쩡했다. 꿋꿋한 양파. 
내 눈물을 짜내는 힘을 지녔으니, 그럴만 하지. 

당근은, 늘, 챌린지다. 너무 단단해서 칼질하기가 어렵다. 특히, 미국산 당근은 빼빼로 같이 생겨서 통당근에서 얇게 슬라이스하는 단계부터 쉽지 않다. 그래서, 조금 자르다가 휴식이 필요하다. 계속 하나 둘씩 집어 먹으면서 칼질을 한다. 슬금 배가 불러진다.

이쁜 호박. 칼질 하기도 부드럽고 맛과 영양도 훌륭하다는. 이뻐서 가운데 앉혀준다. 흐.

오른쪽으로는 샐러드에 넣으려고 준비한 애들. 오이는 가운데 씨를 다 빼내어서 부피가 확 줄어들었다. 보라색 양파는 단맛이 강하면서도 손질할 때는 매운향이 은근히 강하다.  토마토가 좀 너무 익어버려서 많이 물컹. 

여러 가지 야채들을 손질하다 보면, 이것저것 다 자르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생각이 복잡하거나 골치가 아플 때, 
아무 생각없이 칼질을 하다 보면, 예쁜 자연의 색깔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맵기도 하고 달짝지근하기도 한 향기에 오감이 분주해 진다.
마치 야채들이, 멀리 있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내 앞에 있는 자기들한테 집중하라고 보채기라도 하는 듯이.

정은언니가 일 끝나고 와서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었다.
올리브오일, 발사믹비니거, 머스타드, 한국산 매실짱아치, 한국산 매실액을 넣고.

볶음밥은, 
짰다. 야채 볶을 때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서. 한 숟갈씩 떠먹을 때, 어제 먹다 남은 아보카도 슬라이스를 얹어서 중화시켰다.
짠맛과, 새콤한 샐러드의 오묘한 조화.

원래 밥먹고 보더스에 가서 책보고 일하려고 했으나, 밥 먹으면서 식탁에서 얘기가 길어졌다. 회사를 다니면서 루아 사업을 시작한 언니와 일.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고객과 직원을 생각하는 순서. 컨텐츠 확보. 좋은 보스가 되는 것. 어느 하나도 쉬운답은 없다. We all have well-meaning intentions. But, 밥상에 놓인 음식의 색깔들처럼 선명한 것은, 우리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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