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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9 더위 4

더위

Posted 2010. 7. 9. 22:35
지난 겨울은 정말 추웠다. 아주 오랫동안.

겨울에 다니던 회사 앞 길은 볕이 잘 들지 않아 눈이 오랫동안 녹지 않았다. 입시철이라 홍대학원가 학원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우르르 몰려와 그 쌓인 눈 위에 빈 물병, 컵라면 그릇, 젓가락, 젓가락 껍데기, 빈 담배갑, 담배꽁치, 삼각김밥 껍데기 등을 꽂아 놓고 갔다. 그리고 그 위에 눈이 또 쌓였다.

미국에서 다녔던 대학이 아주 추운 곳, 일년에 6개월을 겨울이라 부를 수 있는 곳, 그야말로 3월에 햇살 한 번 살포시 내리 쬐주고 4월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이 계속 내렸던 동네에 있었기 때문에 추위에 이골이 날법도 했지만, 그래도 너무 추웠다. 뼈속까지 시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올겨울이 이렇게 괴팍하게 추우니 여름 더위도 요상할 것인데. 그 때 더우면 이 추위가 기억이 날까? 주변인들은 대부분 아니다에 한 표를 던졌다.

이 여름, 드디어 소설을 읽을 짬이 나서 김훈의 <칼의 노래>를 집어 들었다. 대충 유쾌한 내용이 아닐것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그냥...  분위기가 남한산성이랑 비슷하게 시작하여 초반에 별 재미는 없었는데 푹푹찌는 더위 속에, 양미간에 들어간 힘이 느껴지는 무거움이 싫지는 않구나.
가까운 곳에서 [적탄이] 발사되었던 모양이었다. 적탄이 몸에 박힐 때 화약의 독이 스며서 상처가 화농되었다. 하루도 갑옷을 벗지 못하는 날이었다. 여름의 남쪽 바다는 무덥고 끈끈했다. 갑옷 밑에서 여름내 진물이 흘렀다. 진물이 마른 뒤에도 습한 날들이 계속되면 어깨뼈가 쑤셨고 왼쪽 팔이 힘을 받지 못했다. 상처가 아물어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살아 있는 아픔이 살아 있는 몸 속에 박혀 있었으나 병의 실체는 보이지 않았다. 병은 아득한 적과도 같았다. 흐린 날들의 어깨 쑤심증은 내 몸속에 들어와 살고 있는 적의 생명으로 느껴졌다. (192 - 193)

2005년 7월 :: 양재역으로 걸어가는 길

더위에 지쳐 여름의 아름다운 모습에 너무 소홀한 채 이 계절을 지내고 있다. 초록의 싱그러움. 밝은 햇살. 겨우내 그리던 것이 아닌가. 특히 겨울에 양재대로나 양재천길을 지나가게 되면 있지 않은 푸르름이 몹시 그리워 진다. 그러다가 봄에 나뭇가지 위에 뾰족 올라오는 어린잎들을 볼 때의 그 므흣함이란...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어쨌든 덥다. 내일 밖에 나가면 짙은 초록의 나무를 보면 나는 고마워해야 겠지만, 그래도 이밤, 이 얼음을 생각하고 싶다. 장갑을 벗은 맨손의 사진이었으면 더 효과적일 것도 같은데, 그래도 그 때는 추웠으므로.

2007년 2월 :: 프랑스 남부, 샤모니 몽블랑 꼭대기에 있는 동굴 속


오늘 오랫만에 멜리사를 만났다. 오늘 휴가라서 백수인 나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나를 만나려고 낸... 휴가라고 생각한다 난. 목요일에 출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6.2일 수요일 밤 개표방송을 비몽사몽 밤새 지켜본 유부녀. 둘이 너무나 좋아하는 매드포갈릭에서 갈릭스노윙피자를 먹었다. 봉은사 앞.

내가 정말, 체인레스토랑은 몽땅 다 싫.어.하지만, 매드포갈릭은 매우 사랑한다. 훌륭하다. (두 번째 좋아하는 디쉬는 고르곤졸라 크림 파스타) 우선 작은 샐러드를 먹고나서, 이 피자를, 네 조각씩 삽시간에 먹어치웠다. 그리고 오크우드 건너편에 새로 발견한 카페 (이전에 삼결삽집이었던)의 테라스에서 더위에 무뎌진 채로 앉아 그간의 업데이트를 하고,

우리는 걸었네. 이 땡볕에서.

원래 교보문고 까지 걸어갈 참이었는데, 그냥 라마다호텔까지만 걷고, 길을 건너 버스를 탔다. 에어콘이라는 것이 쌩한 버스를 타니, 몸에 묻은 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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