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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1 카모메 식당: 세 여인의 일탈 4

카모메 식당: 세 여인의 일탈

Posted 2010. 7. 1. 23:48
카모메식당은 음식얘기가 나온다고 많은 사람들이 내게 추천해 줬던 영화다. 오랫동안 미루다가 지난 주에 드디어 보았다. 근데 왠걸, 식당이 영화의 배경이긴 하지만, 사실 음식이 주제는 아니다. 오히려 세 여인의 일탈에 대한 얘기이다. [스포일러 있음]

사치에는 핀란드의 헬싱키 골목길에 작은 식당을 열었다. 번창하는 레스토랑 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가볍게 들어와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동네식당을 꿈꾸며 말이다. 심야식당에 나오는 컨셉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심야식당은 그야말로 동네식당 분위기인 반면에, 카모메식당은 (핀란드에 안가봐서 그쪽 동네 분위기는 잘 모르겠지만) 동네식당이라기 보다는 마치 아이키아 가구 전시실에서 촬영한 듯 너무 깔끔하여 정겨운 동네 분위기는 없다. 

세 여인:
사치에는 소박한 음식을 알아주는 곳을 찾아서 핀란드로 왔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거 외에는 개인사를 잘 얘기하지 않는다.
미도리는 그냥 지도를 펼쳐 놓고 눈을 감고 찍은 곳이 핀란드였다. 알라스카든, 타히티든, 그녀가 있던 일상을 벗어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고 싶어서 떠나왔다.
           (미도리상, 콕 찍은 곳이 서울이면 어쩔뻔했어요?) 
마사코는 20년간 부모님 병수발을 하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족쇄에서 풀린듯한 느낌으로, 그 언젠간 아버지의 기저귀를 갈다가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핀란들의 모습을 찾아서 왔다. 

세 여인 모두 자기가 있던 곳에서 벗어나는 일탈을 꾀었다. 목적지에 대한 생각은 그저 조용하고 친절하고 언제나 여유로운 모습의 핀란드 사람을 꿈꾸며 온것이다.

이 영화의 명대사로 일컬어지는 대목은 사치에와 마사코의 대화에서 나온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치에를 보고 마사코가 말한다.
"좋아 보여요.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는거."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뿐이에요."

정말 그럴까? 하기 싫은 일을 안 하고 사는게 좋은 인생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굳이 사치에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사는지도...

인간의 존재는 관계속에서 규정될 수 밖에 없기에 사치에는 일본을 떠나 핀란드로 옮겨서 새롭게 자신의 삶의 장을 형성해야 했다. 인종차별도 받았을 것이고; 한 달동안 파리날리는 식당에서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밖에서 쑥덕대던 세 할머니의 불편한 시선도 참아야 했을 것이고; 준비해 놓은 재료를 음식으로 팔지 못하고 많이 버려야 했을 것이고; 이따금도 찾아오지 않는 손님을 마냥 기다려야 했다. 사치에는 이 모든 것을 싫지 않은 일로 받아드렸다.

반면에 미도리는 새로이 찾아 나선 곳에서도 그녀에게 익숙한 스타일을 고수한다. 식당운영도 그녀가 아는 성공적인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광고를 내볼까 궁리도 하고 음식을 현지인에게 맞춰볼까도 연구하고. 심지어 동네 청년 뻔뻔단골 토미에게는 친구 좀 데려오라고 성화를 낸다. 

사치에도 타지에서 혼자 사는 생활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어느날 불쑥 등장한 미도리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반사적으로 비춰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사치에에게는 미도리의 보챔이나 조급함이 없다. 자신이 (아마도 어렵게) 선택한 상황을 전적으로 수긍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미도리가 어느날 - 내가 떠나면 니가 쓸쓸하겠니? - 물어도, 너한테는 니 인생이 있는 것이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사치에는 -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 미도리가 결국에 떠날 것을 알았을 것이다. 사치에는 강인하고 현실적이다. 자신이 택한 일탈의 허구성을 승화시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내고 만족하며 산다. 그런데 무섭다. 너무 외로운 삶이다. 흑.

미도리에게 핀란드 여행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겠지만, 그녀를 보면 일탈을 꿈꾸는 소망에는 반드시 반환점이 있는 것 같다. 여행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그 이전과 이후가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수동적으로만 일상에 처해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마사코상도 미도리상이랑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음.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

결국 인간이기에 일탈을 꾀하여 볼 수 밖에 없지만, 또한 벗어나고자 하는 그 일상의 소중함이 결론적으로 얻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모든지, 누구든지,
있을 때 잘 하자...고 말하고 싶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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