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땅에서 - 1980년 대를 기점으로 - 초토화되었던 밀 재배가 1990년대 한국가톨릭농민회 운동을 시작으로 쪼금씩 꿈틀 부활하였다. 그런데, 올해 생산과 소비에 균형이 어긋나면서, 잉여분이 발생하나보다.
내가 밀가루 값을 계산해 보았을 때 시중에서 파는, 그니까 수입밀로 갈은 밀가루와 우리밀의 가격의 차이는 약 3배가량 난다. 1kg 당 큐원 중력밀가루가 1,230원, 한살림 통밀가루가 3,300원. 나는 장사를 해도 우리밀로 하고 싶기는 하다. 우리밀로 수지 타산이 맞지 않으면 밀가루 항목을 빼겠다. 수입밀로는 도저히 음식을 만들고 싶지가 않다. 어쩔 수 없이 밖에서 피자나 빵을 사먹게 되면 피해갈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 집에서 소비하는 밀가루는 소비자들이 적극 로컬 밀가루를 사용하면 참 좋겠다. 내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밀을 쓰고 있다. 누구한테 더 가서 말해야 우리밀 소비가 늘어날래나. 밀가루 자급률은 완전 끼잉낑 달팽이 걸음으로 2%에 이르렀다. 다시 1% 미만으로 떨어지면 정말 슬프겠다.
우리밀 소비 확대와 산업 발전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의 제2 주식, 우리밀이 최근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국제곡물가격 폭등에 따른 식량안보의 절박함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제2의 녹색혁명 주창과 함께 우리밀 생산이 크게 늘어났지만, 그에 따르는 소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 탓입니다.
특히 올해의 경우 6월 말 수확 완료 시점에는 우리밀 재고가 무려 6~7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밀 소비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크게 부진하여 우리밀의 연간 소비량이 2만 톤을 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국민 여러분! 이처럼 소비부진으로 판로에 큰 곤란을 겪고 있는 우리밀 산업의 어려움을 여러분의 바른 선택으로 덜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예를 들면, 국민 1인당 연간 70~80개를 소비한다는 라면의 주 원료만 우리밀로 바꾸어도 밀 자급률이 20% 이상 올라간답니다.
우리밀은, 대륙과 해양을 통한 장거리 운송이 불가피한 수입밀과 달리, 수확후 농약처리(포스트하베스트)로부터 원천적으로 자유로우며, 겨울작물로서 재배과정에서 농약살포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런 우리밀을 선택하는 것은 안전ㆍ안심 먹을거리를 보장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밀의 대량수입은 장거리 운송에 따른 CO2 배출, 생산에 필요한 대량 수자원의 간접 소비 등으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의 원천을 이루는 공기와 물을 크게 오염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수입 밀 소비가 무심결에 우리 자신으로 하여금 지구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도록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이 이는 장래 우리 후손들의 건강에도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2008년ㆍ2010년에 비해 다소 진정되어가면서 당시 1.6배까지 좁혀졌던 우리밀과 수입밀 가격이 다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만큼 우리들의 긴장도 느슨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소수 수출국과 특정 다국적 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국제곡물시장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해외로부터의 안정적 곡물조달은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세계 인구 증가, 바이오연료용 곡물 수요 증대, 지구온난화와 이상 기후 일반화 등에 따른 식량 생산의 불안정 등은 세계적으로 곡물 수급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로 말미암은 생산 불안정으로 주요 생산국들의 수출 억제 조치도 빈번해졌습니다. 농산물무역 자유화만이 식량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창해온 세계 최대 곡물수출국 미국은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극심한 기아를 외면한 채 자국의 옥수수 생산량 중 무려 약 50%를 바이오 연료로 소진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더욱이 밀과 관련해서는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이 2년 연속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있음도 직시해야 합니다.
지금 잠시 괜찮다고 안심할 일이 아닙니다. 냉혹한 국제 관계는 식량안보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길이 국내에서의 자급력 제고임을 너무나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2008ㆍ2010년 세계 곡물파동의 교훈 속에 우리는 너무나 다행스럽게 국민의 제2 주식 우리밀의 새로운 도약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힘들게 마련한 우리밀 산업의 발전 기회! 이를 수포로 돌리는 우를 범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밀 산업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의 바른 판단과 선택이 더없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직접 발품을 팔아 또는 인터넷망을 통해 우리밀 소비에 함께 해 주십시오. 많은 우리밀 사업체들의 고군분투로 우리밀 제품 가격도 크게 낮아져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가격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범위에 있습니다.
우리밀 산업의 발전에 지지를 보태 주시고, 정부가 바른 정책을 펼치도록 힘써 주십시오.
군인급식, 학교급식 등 공공급식에서도 우리밀 이용이 이루어지도록 정부재정 마련을 촉구해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밀 소비의 획기적 확대 방안은 제2차 가공업체와 요식업체에서 수입밀 대비 우리밀 원료 사용의 부담을 크게 줄이는 것입니다. 생산자에게는 안정적 생산을 보장하고, 제2차 가공업체와 요식업체에게는 우리밀 원료 사용의 가격부담을 줄여주는 핵심 방안이 바로 우리밀 산업에 대한 직접지불제 도입입니다.
현재와 같은 우리밀 과잉문제가 초래된 원인은, 생산과 소비의 수급안정과 균형 발전을 전제할 때에만 밀 자급률 제고와 식량안보 실현 또한 안정화될 수 있다는 기본을 충실히 지키지 못한 데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교훈 삼을 때, 앞으로 수급안정을 위한 획기적인 소비 촉진 정책이 필요하며, 특히 그 현실적 방안 중 하나로 WTOㆍFTA체제 하에서 우리밀 산업에 대한 직접지불제가 도입되어야 함을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밀 산업의 발전은 어느 한편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 아닙니다. 5천만 국민의 안전ㆍ안심 먹을거리를 보장하고, 국토환경을 아름답게 보전하는 길입니다. 더불어 지구온난화 방지와 같은 지구환경위기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되는 길입니다.
우리밀 자급률 제고는 생산자와 사업체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일입니다. 바른 정책으로 이를 든든히 뒷받침해야 합니다. 물론 당장에 이루어지는 쉬운 길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깨달음 속에 힘을 모아갈 때 소중한 성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밀 자급률이 1%에도 미치지 못했던 2009년 이전으로 다시금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우리밀 산업의 현재 위기가 극복되고, 소비자 국민과 생산자 농민 그리고 우리밀 가공유통 산업,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그래서 농촌경제와 지역경제, 국민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국민 한 분 한 분의 정성과 실천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