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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4 기대 2

기대

Posted 2010. 8. 14. 00:25
어제 먹은 음식의 일부를 올려보련다.

점심 때, 소영언니를 만나서 쌈지스페이스 지하에 있는 두부식당 (이름은 까먹었다)에 가서 정식을 먹었다. 애피타이저로 초록색 부침이 나왔다. 맛은 밍숭맹숭. 약간의 풀맛과 밀가루 맛이 양념간장과 어울어져 혀에, 부친개인양 다가갔다. 그래도 색깔로 일단 먹어준다.

이 식당은, 음식은 참 훌륭한 편인데, 여느 한식당 처럼 너무 정신없다. 그런데, 그게 바로 한국의 식당 분위기인데 왜 나는 가는 곳 마다 무언가 내 기준에 의해 생성된 완벽한 조화를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마이 프라블럼, 아이 노우.

상추와 닮은 풀이 정확히 상추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쁘지만은 않게 자유롭게 키워진 잎사귀 같았다. 그 옆에 두부, 완전 싱싱함.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  메인이었던 도야지 고기. 요즘 워낙에 고기가 땡기지 않아 많이 먹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맛 있었다. 쫄깃한 육질은 아니었고, 치아가 부실한 내가 먹기에 좋은, 스르르 허물어지는 육질이라고나 할까.

그 다음에 경운동 74 (청담동 고센 맞은편에 세븐티포는 아직 있나, 급 궁금)에서 커피를 투고해서, 러그져리어스하게 사무실을 혼자 쓰는 소영언니 오피스에 가서 오후를 보냈다.

언니의 퇴근 시간무렵 - 그 때 까지 거의 같이 놀기만 했지만 - 인사동 길로 다시 갔다. 늘 무언가 어설픈 분위기의 인사동 상점을 둘러보며 미국에 갖고 갈 선물을 장만했다.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란 즐겁지만, 의무감이 과중되면 피곤한 일이 된다. 특히, 인사동 같은 분위기에서 서둘러야 할 때는. 인사동이 전통의 거리라고 많은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안내하고, 외국인들도 머스트씨 사이트로 들르는 곳이지만, 이 곳이 얼마나 한국을 알려주는지 모르겠다. 아니 안다:  쪼끔... 알려줌. 훕!

이번에 미국에 가는 메인 이유인 Mr. Burnside 선물은 고심 끝에 식탁 플레이스매트를 골랐다. 93년에 미국에 처음 갔을 때 ESL선생님이셨던 번사이드 할아버지와 그의 부인은 엄마 다음으로, 어떤 면에서는 더 크게, 내게 집에서 만드는 음식과 hospitality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주신 분들이다. 늘 주위 사람들을 초대해서 소박한 밥상을 나누고 교재하는 분들. 3년간 췌장암 투병을 하시던 할머니는 올해 1월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요리 및 베이킹 기술로 계속해서 손님 접대를 하고 계신다.

한국식 밥상은 반찬을 가운데 두고 다 같이 나누어 먹기 때문에 젓가락 끝에 잡힌 음식이 그릇에서 부터 입안으로 인테이크 되기까지 이동하는 경로에 조금이라도 떨어질 확률이 높으나, 서양스타일은 음식을 자기 앞에 있는 접시에 덜어 놓고 먹기 때문에, 앞 접시에서 바로 입으로 옮기면 끝이기에, 식탁에 예쁜 천이나 플레이스매트를 깔아도, 괜찮다. 자주 빨지 않아도 된다. 

몇 달전에 결혼한 친구 피터의 선물도 같은 것으로 골랐다. 

얘네들은 구매한 곳에서 포장을 해주셨다. 정사각형이 프랑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놀러오는 바바라에게 줄, 비단 (?) 보석상자이고, 그 밑에 납작한 것은 번사이드 할아버지께 드릴 안경집이다. 보자기 천으로 만들어진 것. 

그리고 나를 위해서 - 부채. 3년 전에 하늘색 부채를 사서 (1,000원) 찢어질 때 까지 쓰고 버렸드랬다. 그리고 올 해, 몇 주 전에 새로 장만했는데, 글쎄 며칠 쓰지도 못했는데 어느날 밤 사라져버린것이다. 인사동 간 김에 똑같은 것으로 다시 샀다. 얘는 2,000원. 200% 인상가. 

찍사 소영언니 曰: "말썽쟁이 흑인같구나."

피곤한 쇼핑을 마치고, 인사동 길에 새로 문을 연 오설록에 갔다. 
지금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지만, 
내 머리처럼 정신없고 부시시한 내 마음을 잠시 밝혀 준,

홍차아이스크림이다.
깔끔한 맛의 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내 입맛이 참으로 자극적이고 센 것에 길드여진것 같다고 다시 생각함. 
(오설록에 대한 평: 위치, 넓은 공간, 맛, 그리고 가격과 견주어 볼 때 언니오빠들의 서비스가 참 걸맞지 않았다. 2-3년 전쯤, 강남 스타타워에 자주 가던 때에, 거기 오설록에서 일하던 아가씨가 아직도 기억난다. 너무나 싹싹하고 상냥하고, 무엇보다 오바스럽지 않으면서 편안한 서비스를 해 주던. 내가 가게를 열면 꼭 그녀를 고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도 거기에 있지는 않겠지? 생각해 보면, 오설록에서 직원 교육을 잘 시켰다기 보다는, 그녀는 그냥 그랬던것 같다. 자기일을 그렇게 야무지게 해내는.) 

이 날의 인사동 투어는 오설록에서 끝나지 않았다. 달짝지근한 아이스크림과 와플을 먹은 우리는, 삼청동으로 올라가서 떡볶이를 먹었다. 즉석떡볶이를 먹고. 여기(선재미술관 옆)까지 오니, 얼마전에 개업한 "카페 코"가 생각이 났다. 내가 커피를 배웠던 곳, 커피스트(성곡미술관 앞)의 시스터 샵. 총총 선재미술관 앞에서 우측 가회동 방향으로 걷다가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직진.하다가. 신한은행과 헌재 사잇길 사이로. 말만 듣고 더듬어 갔는데 쉽게 찾았다. 카페 파사드에 달려 있다던, 코 모형이 킁킁 반겨주었다. 갔더니, 조윤정 샘이 바쁘게 직접 커피를 내려주고 계셨다. 내 뽀글이 헤어스탈을 적극 좋아해 주던 분들 중 1인. 

집에 와서 포장을. 2008년 전주에 갔을 때 15,000원어치 한지를 사왔드랬다. 그 때 부터 포장은 모두 한지로 하고 있다. 디자인 포장지 보다 우선, 싸고, 이쁘다. 2년을 넘게 썼더니 이제 이쁜 색깔이 별로 남지 않았다. 새로운 서플라이를 준비해야 할 때.

신혼부부 선물은 연분홍에 진분홍 띠로.

번사이드 선생님꺼는 무늬 한지와 노끈.

생각해보면, 선물포장 만큼, 뜬금없는 행위도 없다. 싸는 사람 만족이랄까? 꼼꼼히 재단해서 각 잡고 모양을 만드는데 적지 않은 정성과 시간이 들지만, 이 물건이 전달되면 받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내용물일테니. (특히, 미국사람들은, 선물을 받으면, 포장지를 부욱-- 찢어버리는 경향이 있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기대치가 살짝 어긋난다고 할까? 포장을 하고 나면, 선물을 고르는데 들어간 수고와 돈은 미미해 보이기도 한다. 

6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에 간다. 6년 동안 나는 많이 변하고 늙었지만, 미국은 왠지 똑같을 것 같다. 미국이 나라는 저래도, 미국사람들은 좋은 사람들 진짜 많다. 내가 좋아하고 내게 중요한 사람들을 여럿 만나러 가는데, 기대가 별로 안 생긴다. 지금 여기에 두고 가는 과제와 사람들이 지금 내게는 꽤 무겁다. 그리고, 나는 너무 현실에 충실한 것인지, 새로운 장에 settle down하면 내가 떠나온 곳에 대한 미련이 참 없다. 흠. 그 말은 또, 여기를 떠나 미국에 가면, 한국을 살짝 잊어버리고 저기서 만나는 공간과 사람에 집중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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