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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8 겨울밤 2

겨울밤

Posted 2012. 1. 8. 20:58


아마도 97년 혹은 98년 겨울이었다. 이 코트를 산것이. 매해 질리지 않고 입고 있는 외투인데, 오늘밤 처음으로 단추를 꼬매 달았다. 

사실 단추가 너덜너덜한지는 꽤 되었지만, 우리집 마루 구석에 쓸쓸이 박혀있는 반짇고리에서 실과 바늘을 꺼내게 추동한 것은 세 번째 단추였다. 단추의 1/3쯤이 깨져서 채울 때 마다 영 불편한터였기에 말이다. (아마도 근데, 그걸 한 2년은 버틴것 같다 -_-)  

코트 안쪽 옆구리에 십 수년간 달려있던 스페어 단추를 떼 내어 앞섭으로 옮겨 달고, 맨 윗단추와 세 번째 단추에서 두 칸 아래있는 것도 살짝 너덜해서 실을 잘라내고 다시 꼬매 달았다. 그냥 두어도 단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지는 않았지만, 왠지, 단추를 다는 일이 뿌듯하고 즐겁지 모야. 후후. 

사실, 바느질 (?) 채비를 하기 전에 오디오북을 틀어 두었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팅. 작년 겨울에 읽은 밀란 쿤데라 책, 그리고 이적이 읽은 레이몬드 카버의 뚱보 (Fat by Raymond Carver),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완서의 그림움을 위하여.

작년 이맘 때 박완서 선생이 돌아가시고, 김영하 작가가 선생을 기리며 읽은 것이다. 분량은 장장 57분 22초. 이 코트에서 단추 3개를 하고 나니 아직도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 생각과 마음은 이야기에 꽂힌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다른 코트를 집어 다시 앉았다. 단추 하나를 더 손 보았다. 그리고도 조금 남은 이야기를, 가만히 앉아 끝까지 들었다. 

아름다운 이야기와 손놀림. 괜찮은 겨울밤이다. 

뒷 목이 살짝 땡기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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