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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6 사진기록_제주 / Photo Essay: A Getaway to Jeju 9
별 계획없이 갑자기 제주도에 갈 기회가 다가왔다. 비행기표는 마일리지로, 숙소는 지인의 지인의 펜션으로. 제주에 간다니 사람들의 반응은, 
"아, 휴가 가시는구나."
"아.. 네, 뭐 휴가는 아니구요..."
특정 조직에 메인 몸도 아닌 내가 무슨 휴가는..

제주도에 비가 온다는 것은 알았지만, 아침에 떠날 때 우리 동네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비행기가 착륙하고서 자그만 비행기 창에 물방울이 붙어 있었고, 밖으로는 흐릿한 풍경이 보였다. 공항에서 숙소인 게스트하우스 사이로 가는 길은 폭우가 쏟아졌다. 자동차 창을 뚫어 보겠다는 태세로 빗발은 내리쳤다. 그렇게 굵고 센 비가 오는 것은 정말 오랫만에 보았다. 제주시를 지나, 제주도 남쪽 서귀포시로 들어서자 비가 좀 멈춧했다. 그리고, 짐을 내려 놓고 간 곳은 마라도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최남단 횟집. 

 

전복회 -
비싸고 좋은건데,
맛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텍스춰는 오돌뼈를 씹는 느낌이다.












이날의 메인디쉬 - 뱅어회.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훌륭했다. 마지막에 나온 지리국물도 일품이었던,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았던 회.












게스트하우스 옆쪽 밭. 얼마전에 일구어 놓은 밭인데, 비가 와서 잠겼단다. 
"아 그럼 이제 어떡해요?"
"어쩌기는(~), 물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재." 

게스트하우스 사이에서 만난 분들은 모두 타지에서 오신 분들







사이 테라스에서 바라 본 앞 마당이다.















여기서 바베큐파티 하면 정말 좋겠네에 정말 좋겠네~ 그릴에 파프리카 꼬치, 양파구이, 옥수수 이런거 굽고, 고기 먹을 사람 고기먹고 - 제주 흙도야지. 수박화채도~ 아이스박스에 얼음 잔뜩 채워서 맥주랑 콜라병을 꽂아놓구. 막걸리도. 흐 기분 좋은 상상. 



테라스에서 바라 본 뒤. 양파랑 고구마랑 배추랑 재배한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밥 먹을 때 마다 양파절임이 찬으로 올라왔다. 마늘 만큼은 아니어도, 양파도 사랑하지만, 뒷일 - 임냄새 - 감당이 어려워 가까이 하지 못한다.







여기는 카페 옆쪽으로 준비된 책들. 정면에 커다란 창문이 있는데, 비가 주룩주룩 올 때 여기 널부러져서 책 읽는 것도 괜찮겠다. 












나에게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드립커피바... : ) 

<이 사진출처는: 사이의 손님 포스트>













케냐로 추출한 커피로 만든,
아이스드커피.
히~



















첫 날은 비가 너무 많이와서 주로 실내에서 보내고, 
둘째날에는 바닷가로 나서기로 함. 오예~

사이에서 일하고 있는 줄기씨, 혜련씨, 보경씨와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내가 신띠아의 이메일을 받고 TEDxSeoul 다음 이벤트 신청하느라 컴퓨터 앞에 잠깐 앉아 있는 사이 그들은 가버렸다. 등록시작 시간인 12시 전부터 클릭해댔는데, 결국 시스템 오류가 지속되어 등록도 못했다. TEDx등록을 못한 것은 실망스러웠지만, 혼자서 해수욕장을 찾아 가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하고서 챙겨둔 짐을 들고 나섰다. 사이에서 나와 왼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걸어가면 모래가 보인다고 했는데, 안 보였다. 한참을, 플립플랍을 신고서 걸어갔다. 운동화라도 신고올걸.


가도가도 모래는 안보이고, 계속 돌더미만 보였다.















여기 도착하니, 세 친구들은,
글쎄...

자전거를 타고 왔드랬다. -_-

좀 흐린듯 했으나, 그래도 햇빛도 났다. 이날 바다에 들어갈 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보경씨 혜련씨가 썬탠하는 동안 나는 열심히 물속에서 놀았다.



돌아가는 길,  자전거는 세 대 뿐이었고, 줄기씨가 서핑보드를 실어야 했기에,
나는 또 저벅저벅 걸어왔다. 젖은 반바지가 살에 쓸려서 너무너무 아팠다. 흑  T_T


샤워하고 나서,
시원한 수박화채를.

보경씨와 혜련씨가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에 
 차귀도 앞 바다

































저기,
어선이 지나간다.

"잡은 생선 한마리만
 회떠 주세요." 




















어선과의
교신은 실패하고,












 인근 횟집에서 
  급조로
  피크닉거리를 준비해왔다.

  방파제를 둘러싼,  바다쪽으로 길쭉하게 난 둑에  상을 차렸다.







제주에서 먹은 상추는 유난히 부드러웠다. 첫날 횟집에서도, 차귀도 앞바다 피크닉에서도, 나는 풀입을 아그작 아그작 열심히 씹어먹었다. 풀이 좋다. 


회는 와사비를 듬뿍 넣어 갠 간장에 찍어 먹는게 좋다. 

초고추장은 주로 멍게나 해삼종류를 먹을 때만. 근데 멍게, 해삼은 맛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잘 못 느끼겠기에,
주로 초고추장을 먹을일이 없다는.








 이 생선은 아지를 통째로 튀긴 것. 살이 참 많았다. 얘도 와사비간장에 살짝~
살살 녹았다. : )

















 


대략,
 뻘쭘할 때 나오는 차렷자세.

상을 치우고, 자리를 떠나기 전에 한 컷.











이날 저녁에는 탄산수 온천에 갔다가, 저녁 늦게,
아니, 밤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각에 고등어 조림과 해물 뚝배기를 먹었다.
내가 평생 먹은 고등어는 몇 마리나 될까?

이제 세 째날. 7시에 일어나게 되면 자전거 타야지 했는데,
어쩌다가 다섯시 반에 일어났다.


다행이도,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가 있어,
아이팟이랑 핸드폰이랑 물병을 챙겨서 담고, 페달을 밟았다.

처음은 평지였다.
한 바퀴 두 바퀴 정성스레 돌리다가 어느새 내 다리의 힘이 필요없이 질주한다. 

핸들에 손을 고정하고, 두 발은 양쪽 페달에 올려진 채, 온 몸의 동작을 멈추고 바람에 몸을 맡긴채, 
그 바람 속 바다 냄새를 욕심내어 들이마셨다. 문득, 걱정이 든다. 
돌아가는 길을 어쩔까나...
지금 내 다리는 멈춰있어도 오르막길을 오르는 듯이 무겁다.







가는 길에 만난 코스모스. 얘는 원래 가을에 나타나야 하는거 아닌가...?














비 때문에 이렇게 되었나? 

망가진 무 밭.















이렇게 달려서, 왕복으로 한 3km 쯤을 탄듯하다. 쉬엄쉬엄해서 두 시간 가량.

돌아오는 중간에 내려서 낑낑 걸으면서 끌기도 하고,
옆에 자전거타고 지나가던 아저씨,
"자전거 타고 가야죠."
저도 타고 싶거든요. -_-




이번에 한라산에 못 간것이 아쉬웠다. 바다와 산을 둘 다 가려는 야심찬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슬포에 작은 산에 오르기로 했다. 송악산. 해발.... 104미터. 껌~!
근데 비가 많이 왔고, 아침에 자전거를 두 시간이나 타서 힘이 좀 빠진 상태.
일단 자전거를 타고 트레일 입구까지 갔다. 여기는 올레길 제10코스의 일부.


예의 바구니 자전거를
세워 놓고






















죽 올라가니, 갈림길 등장. 대부분 등산객들이 전망대로 향하고 있었다. 음, 등산객이 아닌 관광객.

나는 분화구가 보고 싶어, the road less traveled를택했다. 









그러나,
저 화살표 너머 분화구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사람들이 많은 전망대로 향했다.













이런.
은 아니고, 사진이 잘 안보여주지만, 가파른 절벽을 
왼쪽에 두고 올레길이 이어진다.

























바다에서, 삶은 늘 죽음을 거스르고 죽음을 가로지르는 방식으로만 가능했다. 내어줄 것은 목숨뿐이었으므로 나는 목숨을 내어줄 수는 없었다. 죽음을 가로지를 때, 나는 죽어지기 전까지는 죽음을 생각할 수 없었고 나는 늘 살아 있었다. 삶과 분리된 죽음은 죽음 그 자체만으로 각오되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삶을 버린자가 죽음을 가로지를 수는 없을 것이었는데,
바다에서 그 경계는 늘 불분명했고 경계의 불분명함은 확실했다.
(칼의 노래 240)





















전망대를 돌고 돌다가, 길을 묻고 물어 
분화구 입구를 찾아 냈다. 조금씩 보슬보슬 내리던 비도 이제는 그쳤다.









요기에 적힌 글자는:
여느 오름과 달리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분화구가 있다. 주봉의 둘레 500미터, 깊이 80미터의 분화구는 아직도 검붉은 화산재에 덮여 있다. 가파도와 마라도, 형제섬이 한눈에 펼쳐진다. 절울이는 파도가 소리쳐 운다는 뜻.
여기서 화산이 폭발했을 때, 바다의 파도가 울었나 보다. 엉엉 T_T
놀래서 울었을래나, 아니면 원래 알았던 모습이 굉음과 함께 사라져 울었을까?


그리고 수천년(?), 아무튼 길고 긴 시간이 흘러,
모슬포의 바다는 평화로워 보인다. 보이기에. 














이 산을 오르는 동안, 대엿섯 무리, 그래서 한 스무명의 사람에게 길을 물었다. 그런데 다 관광객이었다. "저희도 처음 온거라..." 한 번 발길을 딛고 가는 그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이 산을 한 번 찍고 가는 이 시간이 그들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나도 산 한번 오르고자 아무 생각없이 디딘 곳.




이런 좁은 길로 계속 걸었다. 
별로 가파르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이제 주위에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혼자서 열심히 걷는데,
쌩뚱,
백합이었다.

얘도 홀로 외로히?
라고 생각하려는데, 옆에 무성한 풀들이 째려본다.


















열심히, 고지도 아닌 저 꼭대기를 향해 가고 있는데, 

이론. 

















봉우리가 많아 조금 낮은 지대로 우회했다. 

내가 사진을 논하기 웃기지만, 가파른 경사를 캡쳐하는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예전에 스위스 알프스에서도, 늘 바라보던 그 절벽을 사진에 담고 싶었는데 실패하고 포기. 사진의 이미지가 너무 뻥인지라.






산턱에서 저 멀리 전망대를 바라 보았다.
















우측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가파도와 마라도





















형제섬이
한눈에 펼쳐지는 것은 아니고,
그냥 저기 있는 형제섬이 작게 보인다.












가파른 경사에 솟아난 풀과 풀 사이에 작은 돌이 길을 낸듯 깔려 있었다. 











가끔 지나가는 헬기외에는 나 혼자였다. 여기 철퍽 주저 앉아, 시원한 바람이 좋았다. 

이순신 장군 생각도 하고, 저 멀리 가파도에 사는 사람은 누구이며, 마라도에서 파는 짜장면 재료는 어디서 공수되어 오는 걸까, 잠깐 궁금해 하면서 사진을 찍다가, 메모리스틱에 공간이 부족하여 제주도에 앞서 찍은 사진을 지웠다. 한참을 고민하면서 여러장의 사진을 지우다가, 결국, 사색을 누릴 수 있는 멋진 공간에서 카메라 버튼만 클릭하다 일어섰다. 정말 깬다 나.




내려오다가 찍은 컷 -
내가 앉아 있던 점






















여기 염소떼가 있다는데,
난 걔네들 똥만 즈려밟고















열심히 내려오니,
역시 자전거가 그대로 있었다. 
사실 좌물쇠가 없어 걱정했는데,
제주도에서는 괜찮다고... 들 하신다.



















my all-time favorite, 대장금을 촬영했던 곳이란다. 몇 년전 겨울에 제주도에 왔을 때도 대장금 촬영지를 지나갔는데, 그 때도 그럼 모슬포에 왔었나? 그 때는 아빠의 지인이 운전해 주시는데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따라만 갔던 때.

참으로 긴 아침을 보내고, 오후에 또 바다로 나갔다.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갔다.
이날은 걸어가지 않고, 차를 타고!


우리 발자국


















빗물이 바다물 위에 점 찍는걸 보며
















열심히,
파도를 탔다.

햇빛이 조금 났으면 하고 바랬지만,
햇빛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넘실넘실 장난치는 파도에 몸을 던져 조금씩 바다 깊숙히 나갔다.









같이 물놀이한 28세 청년들 - 이제 가야겠다 싶어 물밖으로 나온 후, 보슬비에 조금은 습해졌지만 그래도 대략 건조했던 옷을 주섬 입고, 기념샷을 찍기위해 발을 다시 담갔다. 






이 사진의 두 청년들도 만난지 이틀뿐이 안되었지만. 카메라는 그 날 물놀이에 동행한, 처음보는 청년에게 맡겼다. 묶었던 머리를 풀으니 그 친구가 하는 말: "누나, 머리가 마이클 잭슨이시네요."
흐~

어쨌든 조금씩, 조금씩 바다물과 만나러 나가다가, 
급 파도물에 옷이 젓었다. 흠뻑. 젖은 옷 그대로, 축축한 수건을 둘러싸매고, 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보말칼국수. 처음 먹어본 보말칼국수. 맛이 예술이었던 보말 칼국수. 

집에 와보니, 제주여행은 유형의 흔적을 남겼다. 날씨는 저렇게 흐렸지만,
흐린 날씨처럼,
내 얼굴이 끄을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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